성경적인 교회와 종교적인 교회
성경적인 교회와 종교적인 교회
  • 강만원
  • 승인 2016.05.20 0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만원 (<뉴스 M> 자료 사진)

예수가 ’주’ 되시는 성경적인 교회와 성직자가 지배하는 종교적인 교회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 교회’의 진정한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가 가르치신 제자도와 더불어 예수께서 ‘육신을 입으시고’ 세상에 오신 이유와 목적을 살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적인 몸을 상징하는 교회의 참된 존재 이유와 목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영적 복음서’라고 일컫는 ‘요한복음’을 보면, ‘나는... 이다’(I am...)의 형식을 통해 예수께서 자신의 정체성을 7가지로 밝힌다. 예를 들면 예수는 ‘생명의 떡’(6:35), ‘세상의 빛’(8:12), ‘양의 문’(10:7), ‘선한 목자’(10:11), ‘내가 부활이요 생명이다’(11:25), ‘참 포도나무’(15:1),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6)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는... 이다’ 형식은 예수께서 자신이 하나님의 계시자라는 사실을 예수의 입을 통해 직접 밝힌 비유들로 그리스도론의 핵심이 된다.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나는... 이다’의 형식은 하나의 공통점을 나타낸다.

예수는 우리에게 세상의 물질적인 복을 주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주시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수가 세상에 오신 목적을 가장 분명하게 밝히신 구절은 마태복음 20장 20절부터 28절까지, 그리고 병행문인 마가복음 35절부터 45절의 말씀이다. 여기서 예수는 제자들의 오류를 지적하며, 그리스도 신앙이 요구하는 ‘제자도’를 뚜렷이 밝히신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

예수를 따르면서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세상의 부귀영화에 탐닉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세상의 권력이 ‘이방의 집권자’, 다시 말해 세상에 속한 자들의 헛된 욕망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제자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께서 자신은 “섬기러 왔다”고 하신다. “너희에게 본을 보이려 한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예수께서 제자도의 본으로서 ‘섬김’을 일깨우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처럼 섬김을 받으려 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가 돼야 하며, 예수께서 ‘대속 제물’로 자신의 생명을 바치신 것처럼 ‘희생을 받는 자’가 아니라 ‘희생하는 자’가 돼야 한다. 그것이 제자도의 근본이다.

그렇다면 ‘주의 종’이라는 목사는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주의 종’을 자처하는 목사는 제자와 마찬가지로 섬기는 자이며, ‘섬기는 자’는 결코 세상의 재물과 권력, 명예에 탐닉하는 자가 아니다. 제자는 온유와 겸손의 멍에를 매고 낮은 자리에서 형제를 섬기는 자가 돼야 한다.

교회개혁을 말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목사권력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권력이 지배하는 교회는 결코 예수께서 명령하신 섬김의 영성이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은 교만과 탐욕, 그리고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인 반면에, 섬김은 온유와 겸손으로 형제를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사랑을 전제한다.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이, 권력이 지배하는 종교적인 교회는 사랑으로 섬기는 성경적인 교회와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방의 집권자들이 백성을 권력으로 지배하듯이 목사가 권력을 쥐고 교인들을 지배하는 교회는 본질상 성경적인 교회로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 교회’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교회가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타락의 온상인 교회권력을 타파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목사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목사이든 교인이든 상관없이 교회는 ‘이방의 집권자들’처럼 권력으로 지배하는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

권력이 지배하는 교회, 계급으로 인해 너와 나의 차별이 있는 교회는 섬김의 영성을 잃은 교회이다. 그런 교회는 구원의 모양을 지닐 수는 있어도 성경적인 교회, 이른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구원의 은혜와 능력을 지닌 진정한 교회일 수 없다.

강만원 / '아르케 처치' 대표,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저자, <루나의 예언> 역자, 종교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