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서약, 청소년들만 해야하나?
순결서약, 청소년들만 해야하나?
  • 양재영
  • 승인 2016.05.25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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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델한인교회 순결서약식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어바인에 위치한 베델한인교회(김한요 목사)는 21일(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순결서약식을 가졌다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미주 뉴스앤조이 = 양재영 기자] 어바인에 위치한 베델한인교회(김한요 목사)는 21일(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순결서약식을 가졌다.

베델한인교회 순결서약식은 전임자 손인식 목사 때부터 진행되어온 교회 행사로, 이민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순결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나님과 가족 앞에서 결혼 전까지 순결을 약속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약 40여명의 남여 청소년들이 5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가족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여학생들은 하얀 드레스와 화관을 둘렀으며, 남학생들은 하얀색 상의를 입고 순결 서약을 다짐하는 선서와 서명, 반지를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들은 순결을 서약하는 자녀들을 따뜻하게 환영해주었으며, 자녀들 역시 하나님과 교회, 가족들 앞에서 순결의 약속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기쁨을 표현했다.  

순결 서약식을 참석한 한 부모는 “갈수록 순결을 지키기 어려운 성문화 속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올바른 성에 대한 관점을 배우고, 성경을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성에 대한 뜻을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순결서약식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전도사는 “순결 서약식은 자녀들을 하나님의 신부로서 영적 순결을 지키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에서 육체의 순결성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청소년들은 이 시간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고 하나님의 진리 안에 거하는 것을 내 삶의 우선순위에 둘 것을 다짐한다”고 소개했다.

어바인에 위치한 베델한인교회(김한요 목사)는 21일(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순결서약식을 가졌다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결혼전 섹스는 죄다?”

하지만, 교회에서 순결서약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순결서약 운동을 주도한 복음주의 청소년 사역자 데니 패틴 목사는 1995년 ‘Silver Ring Thing’이란 단체를 만들어 11-18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결혼 전까지 성관계를 맺지 않도록 서약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패틴 목사는 자신이 난잡한 성관계와 알콜 중독 생활을 하다 개신교를 접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과거의 경험을 살려 ‘순결서약식' 운동을 주도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결혼 전까지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순결'(purity)라 새겨진 은반지를 늘 끼고 다니며, ‘순결성경’(Chastity Bible)을 읽도록 권장했다.

패틴 목사의 캠페인에 앞서 1993년부터 순결서약 운동을 주도했던 남침례교단의  ‘진정한 사랑은 기다리는 것'(True Love Waits) 캠페인은 청소년 집회와 공립학교에서 십대들의 ‘순결서약'을 이끌어 냈으며, 100여개에 이르는 독립기관들이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혼전순결 서약의 날로 지켜 순결 문구를 담은 흰신 옷과 팔찌를 끼고 다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사회학 저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순결 서약을 한 십대들 중 50%가 약 20세까지 혼전 순결을 지키는 것으로 났으며, 순결서약을 안한 십대들보다 순결서약을 한 십대가 평균 약 18% 정도 길게 순결을 지켰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순결서약 운동은 미주한인교회, 특히 남가주를 중심으로 벧엘한인교회, LA 사랑의교회, 새생명비전교회 등의 일부 중대형교회에 유행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순결 서약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순결서약은 아무런 차이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대체 성행위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재닛 로젠바움 박사는 평균 17세 청소년들 중 순결서약을 한 289명과 서약을 하지 않은 64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로젠바움 박사는 연구 논문을 통해 “순결 서약은 10대들의 성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혼전수결을 맹세한 이들 가운데 82%가 서약을 어겼으며, 첫 성관계 시기나 성 관계 파트너 수 등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약을 하지 않은 그룹은 34%가 콘돔을 매번 사용한다고 밝힌 반면, 순결서약을 한 경우는 단 24% 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순결'이라는 말의 정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샬린 자네티(Charlene C. Giannetti)와 마거릿 사가레즈(Margaret Sagarese)는 그들의 저서인  <Boy Crazy!>에서 “전문가들은 구강성교, 심지어 항문성교의 증가를 ‘생물학적으로' 순결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과 연관지어 왔다. 그들은 생식기관을 결합하여 맺는 육체적 관계가 아니면 무엇이든 성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명시했다.

청소년 성 상담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순결'은 혼전에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키스나 애무, 유사성행위 등을 한다면 그것은 순결한 것인가?”라며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순결 서약식'에서 ‘순결'이라는 말과 육체적인 행위를 등치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한다.

“목사나 임직자들 먼저 서약해야"

교회에서 진행하는 순결서약이 ‘죄책감'과 ‘자괴감'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국 성교육과 성상담 전문기관들은 이구동성으로 “교회가 성을 억압하는 죄의식을 가중시키기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기독 청년들은 순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건전한 삶을 살기가 더 힘들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송인규 소장은 한국 교회의 성실태에 대해 “한국교회는 이미 성 경험을 한 상황에 있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덮어 놓고 혼전 순결을 강조해 죄의식을 가중시켰다. 정죄하는 식의 위압적 조치로는 성 고민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개개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무턱대로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에서 강조하는 성의 절제나 금욕 못지 않게 올바른 성 이해에 대한 지식도 강조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가주의 한 목회자는 “일회적인 서약을 통해 아이들을 ‘순결'의 굴레에 묶어 놓으려는 것으로 교회의 책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라며 “일회성 프로그램보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지속적인 성교육과 합리적인 토론, 워크샵 등을 통해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순결' 서약이 ‘다만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것일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성적 타락과 불륜 문제를 보거나, 성범죄율 1위를 달리는 목회자들의 열악한 성이해를 보면 신학교나 교회 임직식 등에서 목사들과 장로 등의 임직자들이 먼저 순결서약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많은 교회들은 '순결 서약식'을 성경에 기반한 복음적인 행사라 주장하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적 프로그램에 머물기보다 실수와 실패에도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으로 지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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