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와 주택으로 분양되는 미국 교회 건물들
콘도와 주택으로 분양되는 미국 교회 건물들
  • 유영
  • 승인 2016.06.01 0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주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교회 건물이 교회의 상징이 된 건 중세 가톨릭 교회와 현대 자본주의 교회의 동일한 성향이다. 건축 헌금에 상당한 재정을 사용하는 모습과 진정한 교회인 교인들이 줄면서 예배당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교회에서는 외국 교회를 지적하며 교회당이 술집 등으로 넘어간다고 지적한다. 손봉호 장로가 종교개혁 이후 가장 타락한 교회라고 지적한 한국교회는 교회 건축에 힘을 쏟다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에게 교회는 내주는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지적하는 외국 교회 모습을 빠르게 답습하고 있다. 

미국 교회도 상황은 같다. 다만, 술집, 서커스장, 체육관 등으로 사용되는 유럽 교회 건물과 달리 미국 교회는 주택 및 콘도로 변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된 주택이나 단지를 사들여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후, 되파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많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란 의미다. 교인이 줄어들면서 건물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지 오래다. 특히 100년이 넘는 교회당들은 리노베이션 가격만 400만 달러가 들어가는 상황이니 감당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뉴욕에 있는 148년 된 리디머교회는 2000만 달러정도에 부동산 투자 회자에 넘어갔다. 지역 NBA 농구팀이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높아질 개발 붐을 노린 것이다. 노숙자 무료 급식 등 지역 사회를 섬기던 교회 봉사도 함께 사라졌다. 교회는 건물이 팔리지 몇 년 전에 이미 해체한 상황이었다. 교인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회당 수리에 너무 많은 돈을 사용해야 하는데 여력이 되지 않았더 탓이다. 

주택과 콘도로 분양되는 교회 사례

주로 역사가 오래 된 교회가 팔리면서 보여지는 현상이 있다. 교회 외관의 특징을 살린 주택 건축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쇼우스크립트교회(Show Script Church)는 2층 구조의 타운 하우스가 들어선다. 두 개 층에 걸친 거대한 높이의 창문을 상징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교회에서 사용했던 스테인 글라스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교회 건물의 역사성 때문에 건물보존공청회를 거쳤고, 개발 디자인도 공청회 결과를 따랐다. 더불어 타운 하우스 주변 걸어서 가기 좋은 거리 기획과도 상통한다. 교회는 1050만 달러에 팔렸다.  

워싱턴에 있는 메르디안힐침례교회 전경. 교회는 현재 폐쇄 중이며, 8층 건물, 85개 호 아파트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사진 : 구글 어스)

워싱턴 DC 인근에서 진행 중인 가장 큰 교회 건물 재개발 사업은 도서관 외형이 눈에 뛴다. 원래 메르디안힐침례교회가 사용했던 이 건물은 교회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노베이션하기로 했다. 이 계획으로 교회 건물을 기본으로 재개발한 아파트는 8층 건물에 85개 호로 개발된다. 조지타운의 한 침례교회는 난관에 부딪힌 타운하우스 개발에 부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한 건축회사가 진행하려던 개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려던 찰라 교회 부지에 개발 허가가 난 것이다. 회사는 계획을 수정해 교회 외관을 살린 타운하우스와 콘도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교회가 일방적으로 넘어가는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교회가 비영리 단체와 손잡고 동반성장 센터와 콘도를 짓기도 한다. 워싱턴 DC 근처에 있는 베데스다 조지타운에 있는 그리스도 루터교회는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6000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교회와 신앙 생활, 지역 주민을 위한 7층 건물과 9층 규모의 콘도가 함께 들어선다. 예산은 2500만 달러를 예상했으며, 이중 1900만 달러는 부지 매입에 사용된다. 부지 매입은 파트너십을 맺은 건축 회사가 담당한다.

대안적 교회 건물 사용 선호도 증가

한편, 미국 교회의 건물 신축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신규 교회 건축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꾸준한 종교 활동 감소와 모금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사회 기부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교회 헌금은 기부 습관 변화로 이 시기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안적 건물 사용 선호 증가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2011년 한 그리스도의교회 연합회 소속 한 교회는 사용하지 않는 신발 공장을 교회당으로 인수했다. 교회는 지붕과 예배당 수리보다 지역 아이들이 교회 건물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교회 목사는 “건물이 전부인 교회가 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기를 원하다. 건물이 방해가 된다”고 밝혔다. 

베데스다에 있는 그리스도루터교회 전경. 7층짜리 종교 시설과 9층짜리 콘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 : 구글 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