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여, 메가처치 신드롬에 빠져 있음을 인정하라'
'사랑의교회여, 메가처치 신드롬에 빠져 있음을 인정하라'
  • 서경석
  • 승인 2009.12.0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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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새 성전 건축 계획을 보고

▲ 사랑의교회가 신축하는 건물이 '성장 제일주의'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사는 삶'을 상징하게 되기 바란다. 사랑의교회가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작은 교회들은 정말로 희망이 없다. ⓒ 뉴스앤조이 백정훈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약 2,100억 원을 들여 서초구 대법원 앞 부지에 새 성전을 건축한다고 한다.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넘치는 교인들을 수용할 수 없어 크게 고통을 겪어 왔다. 그래서 이번 교회 건축은 정말 불가피하다. 그리고 기왕에 교회를 새로 짓는다면 넓은 대지 확보를 위해 도시 외곽으로 빠지는 것보다는 대법원 앞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옳은 결정일 것이다.

고 김준곤 목사님은 평소에 한국 교회가 파이프라인이 되려고 하지 않고 물탱크만 되려 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잠실중앙교회(김열 목사)처럼 열심히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교회도 있다. 이 교회는 벌써 네 번째로 교회를 분립시키는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교회가 다 잠실중앙교회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큰 교회는 큰 교회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로 나름의 특성과 기여를 가지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로 촉발된 논란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교회 건축 문제를 보면 나무랄 점이 없지만, 멀리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의교회의 건축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추락의 원인을 사람들은 초대형 교회가 성장 제일주의로 치달으면서 물질 만능주의·상업주의·개교회주의 등 소위 메가처치 신드롬(Mega Church Syndrome)이 만연하는 데에서 찾고 있다. MBC, SBS의 기독교 고발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지금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신뢰 추락의 원인에는 초대형 교회가 성장 제일주의로 치달으면서 물질 만능주의, 상업주의, 개교회주의 등 소위 메가처치 신드롬(Mega Church Syndrome)이 만연하는 데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대형 교회들은 성장 제일주의의 선두 주자들이다. 이 교회들은 교인들이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도록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덕분에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 훈련 프로그램에는 신앙생활의 긴장은 있지만 십자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고난이 있어도 예수님처럼 스스로 선택한 고난이 아니라 당하는 고난일 뿐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신앙 안에서의 행복한 삶이다. 이렇게 잘 짜인 훈련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을 보고 상업주의라는 말까지 생겼다.

또 대형 교회는 교인들을 세상 속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교회가 교인들이 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다 제공하기 때문에 교인들이 교회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개교회주의가 되고 만다.

또 기독교의 모든 재정적 필요를 감당하는 일도 초대형 교회의 몫이다. 그러다 보면 대형 교회는 본의 아니게 교회 권력이 된다. 그리고 아무도 이 초대형 교회의 비위를 상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은 초대형 교회의 물질이 한국 교회를 지배한다.

그러나 70년대의 한국 교회는 제자 훈련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수백, 수천의 교회 젊은이들이 독재와 싸우다가 감옥 가는 모습을 보고 '예수 믿으면 저렇게 강해지는구나' 생각한 사람들이 기독교를 우리 민족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교회로 몰려들어 왔다. 그래서 70년대 10년 동안 교회가 2.4배나 성장했다. 강남교회 전병금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70년대에는 자기 교회에 매 주일 10명씩 새 신자가 자기 발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전도해도 매주 한 명 정도 새 신자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많은 교회가 열심히 제자 훈련을 하는데도 한국 교회가 지난 10년 동안 14만 명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교회에서 예수님처럼 살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의 모습은 자기들끼리 안주(安住)하고 자족(自足)하는 모습뿐이다. 70년대와 같은 감동이 없다 보니 교회가 우리 민족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되고, 또 그래서 교회로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대형 교회는 많은 경우에 작은 교회 교인들의 수평 이동으로 커져 왔다. 그러다 보니 대형 교회의 급속한 성장의 이면에는 매년 수백 수천의 작은 교회가 문을 닫는 슬픔이 있다.

재개발 지역은 더욱 비극적이다. 재개발 지역에 100개의 교회가 있다면, 그중 90여 임대 교회와 중형 교회는 다 쫓겨나고 10개 이내의 큰 교회만 살아남아 더 크게 성장한다. 그래서 대형 교회는 작은 교회와 중형 교회의 비극을 외면하고 교회 성장이라는 하나님의 축복을 독차지한다.

▲ 한국교회가 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깨달을 것이고, 자기도 예수님처럼 살고자 애쓸 것이다.(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금 한국 교회는 기로에 서 있다. 계속 대형 교회 중심의 성장 제일주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성장 제일주의가 더 이상 한국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함을 절감하고 큰 방향 전환을 할 것인가의 기로다. 어떤 방향 전환이어야 하나?

아주 간단하다.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예수님처럼 살고자 애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초대형 교회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각오를 한 교회들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회의 대국민 이미지가 크게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난 70년대가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다. 이 바람은 절대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것뿐이다.

사랑의교회는 어느 쪽인가? 과연 메가처치 신드롬에서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사랑의교회는 자문(自問)해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제자 훈련으로 배출하는 교인들은 예수님처럼 사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그냥 교회에 충성하는 교인인가? 예수님처럼 사는 교인을 키운다면 사랑의교회는 크게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 흩어지는 교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근심하며 돌아서는 부자 청년도 많게 된다. 반면에 제자 훈련으로 교회에 충성하는 교인만 키워진다면, 지금의 한국 교회의 위기적 상황은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한국 교회를 이끄는 초대형 교회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한국 교회를 향해 가하는 질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지도적인 교회일수록 한국 교회에 대해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랑의교회도 메가처치 신드롬에 빠져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이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교회에 문제가 있다면 파이프라인이 아닌 물탱크가 되려 하거나 서초구에 큰 교회를 새로 지어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치열함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님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인으로서의 고백과 자기반성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이번 교회 신축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보통의 교회라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교회니까 고민하는 것이다. 특별히 그래서 고민하는 사랑의교회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사랑의교회가 이 고민을 더욱 치열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어떻게 하면 사랑의교회가 막강한 예산을 휘두르는 교회 권력이 되지 않고 힘없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사랑의교회가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교회들을 한국 교회의 전면에 세울지. 어떻게 하면 사랑의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큰 교회의 눈으로 보지 않고 작은 교회의 눈으로 볼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고민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고민을 계속하기 바란다. 그래서 서초구의 신축 건물이 성장 제일주의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사는 삶'을 상징하게 되기 바란다. 사랑의교회가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작은 교회들은 정말로 희망이 없다.

서경석 / 서울조선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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