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이란 혐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단'이란 혐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 최태선
  • 승인 2016.06.23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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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그 나라 공동체의 윤공부 목사님은 세상의 모든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떼제, 브루더 호프, 트라피스트 수도원 등 그분은 방문이 가능한 거의 모든 공동체들에 가서 그곳의 삶을 체험하고 오셨습니다. 제가 그 나라 공동체에 머물던 시절 그분은 인도의 공동체를 방문하셨습니다. 그것은 힌두교 공동체였고, 공동체 지도자는 '그루'였습니다.

그곳에 다녀오신 후 90일간의 체험을 글로 정리하신 작은 책자를 내셨습니다. 그 책자를 제가 읽은 후에 그분은 물으셨습니다. "어디 이상한 곳 없어요?" 그분도 마음 한 편으로 불안하셨던 겁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책잡을만한 구석이 없느냐고 물으신 것입니다. 제가 별로 이상한 부분이 없었다고 대답을 하자, 그분은 그루 밑에서 영성훈련을 배우고 그곳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동안 십자가가 더욱 분명하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힌두교를 통해서도 복음이 진리임을 더욱 분명히 깨달았던 것입니다.

"우린 이단이 아니라 오단이야"

제가 그분과 처음 교제를 시작했을 때, 그분은 가끔씩 웃으면서 "우린 이단이 아니라 오단이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공동체 삶을 통해 저는 이전에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특히 이세종, 이현필 선생이나 유영모 선생과 같은 분들의 기독교 세계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분들은 제가 다니던 신학교에서 이단으로 여기며 경원시하던 분들이었습니다. 한데 그분들을 조금 알게 되니 오히려 정통이라 주장하는 분들이 얼마나 편협하고, 예수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도 않고, 우연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깊은 곳으로, 다시 말해 진리의 길을 향해 실제로 발을 내딛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것을 전하기 어려운 것은 그곳을 반드시 거친 이후에야 알 수 있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로서 만나게 되는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을 설명하려 했지만 아무도 납득시킬 수 없었고, 그런 말을 하는 제가 이상한 목사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자연스럽게 뭔가 신실한 부분이 있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렵거나 위험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아주 살짝 교제를 허락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확고하게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은 실제 의미와 다른 것이라는 것을 말하면 교제의 문을 닫고 등을 돌렸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면 구원과 같은 것들입니다. "예수 믿으십니까? 예. 확실합니까? 예. 그러면 되었습니다. 구원 받으셨습니다. 아멘." 오늘날 대부분이 믿고 있는 구원 이해입니다. 저는 그런 구원은 성경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성경이 말하는 진리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런지를 설명해줍니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이 '사후천국'이 아니라 통전적이며 현재적이라는 것을 말하면 이미 듣는 분들의 귀가 닫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은 교회에 나가 남편이 교회에 나와 구원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말을 안 듣는 남편과 싸우게 됩니다. 친척들과도 대립합니다. 예수 믿어 구원을 받긴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척을 지게 되고 심한 경우는 원수가 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구원 앞에서 휴지조각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들은 가끔은 뭔가 초자연적인 영적 체험을 구하면서, 세상에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번 것을 주님의 은혜의 전부로 여기고, 죽은 후에는 천국에 간다는 보험증서를 가지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이기적인 삶을 살다, 주님 품으로 돌아간다는 행복한 착각에 빠져 죽음을 맞이합니다.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의 이 도식적인 사고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쉽게 진짜 이단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합니다. 사실 잘 보면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공동체성이 정통이라 주장하는 교회들에는 없고, 오히려 이단인 교회에는 부분적이지만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 하면서도 복음이 주는 평안을 알지 못하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면서도 간단한 공격에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신천지와 같은 허접한 이단들이 접근만 해도 대부분의 교회들이 박살이 나거나 혼란을 겪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의 믿음이 피상적이고 사실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복음이 제시하는 진정한 복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런 사람들의 믿음을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단이란 혐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오래 전에 대전 근처에서 시무하던 친구 목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근처의 교회들이 신천지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반문하였습니다. 신천지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교회가 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 일로 그 목사와는 영원히 결별하고 말았습니다. 같은 신학교 출신이어서 다행히 이단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저는 이상한 놈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인들이 '십일조 논쟁'에 천착하게 되는 것도 복음이 요구하는 사랑을 알지 못하고, 사랑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단지 돈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십일조 논쟁을 마치 신학적 문제인 것으로 위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아까운 것은 돈이고,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신앙이라는 사실이 그토록 극명하게 드러나도 그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십의 일이 아니라 십의 십을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간절히 말해도 그것은 쇠귀에 경읽기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어쨋든 복음을 믿고 진리의 길에 들어서면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 길에서 만약 자신이 이단이라는 미심쩍은 혐의를 받은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은 진리에 길에 들어선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랑의 길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것을 짊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일에서 가장 현저한 사실은 그 일이 사랑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이단으로 파악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목사님은 우린 이단이 아니라 오단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진리의 길에 실제로 들어선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단일 수 있다고 아주 쉽게 인정한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실제로 이단인 사람들은 결코 자신들을 이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014년 예장 합신 교단은 E 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그 교회 교인들이 2015년 예장합신 신년하례회에 난입해 밀가루를 뿌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비슷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수도 없이 머리속을 지나갑니다! 실제로 이단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단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이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진리의 길을 걷게 되면 자신이 언제라도 이단이 될 수 있음을 순순히 인정합니다.

이 현상을 이단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단이 아니라 자신이 추호도 틀림없이 정통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그러한 확신을 진리의 길에 들어서지 못한 증거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눅10:25-37)에는 아마도 지금 이야기 하는 바로 이 내용 역시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유대인들이 생각할 때에 이단 중에 이단이요, 이단의 괴수라고 여겼던 사마리아 사람들이 사실은 사랑의 섬김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은 누가 이웃이냐고 물었던 정통 중에 정통이었던 율법교사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37)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늘 앉아서 이단 판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단이라는 혐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태선 목사 /  어지니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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