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역자' 울리는 교회
'여성 사역자' 울리는 교회
  • 신성남
  • 승인 2016.07.12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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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사' 차단은 중세적 교권 만행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

신성남 집사 / <미주 뉴스앤조이>

2003년 어느 보수 교단의 총회장이란 인사가 예배 중에 뱉은 여성 비하 발언 내용이다. 이는 아직도 유교적 권위주의 사고에 사로잡힌 일부 지도자들의 천박한 수준을 그대로 노출한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어느 신학교 교수가 여성 목사 안수를 위한 기도를 했다고 해서 그의 강의까지 폐강한 사건 역시 한국 교권주의의 저급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건이다. 이들은 스스로 정통이니 보수니 하며 교세를 자랑하지만, 사실 그런 무지한 행위는 정통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오히려 툭하면 여성 대통령에게 아부를 일삼던 자들이 여성 목사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차라리 밥통이란 생각이 들 뿐이다.

간혹 보면 현행 목사직에 대한 오해가 크다. 일부에서는 목사를 마치 구약의 제사장이나 가톨릭의 사제와 같은 성직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개신교의 목사 제도는 이제 단지 500년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는 유럽에 있는 웬만한 유명 대학교 역사보다 짧다.

그럼 왜 목사 제도가 생겼을까. 그 이유는 종교개혁자들이 중세 교회의 사제 제도를 매우 비성경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제가 하나님과 신도들 사이에서 마치 무당처럼 중간자나 대리자 역활을 하였기에 이를 거부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고해성사'이다. 성도 누구나 죄를 하나님께 직접 회개하면 되는데 굳이 사제에게 가서 고백하라고 한 것이다. 사제 자신도 우리와 똑같은 죄인인데 이게 뭐하는 건지 아무튼 중세 1000년 이상을 기독교는 그런 엉뚱한 사역에 열심히 몰두했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왜 서두부터 이런 사실을 언급하냐면 지금도 일부 교단들은 과거의 잘못된 관습이나 제도를 무슨 만고의 진리라도 되는 양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사 안수를 교단법으로 막고 있는 것 역시 바로 그런 경우다.

목사는 사제나 제사장 직분이 결코 아니다. 굳이 성경적 근거를 대라면 목사직은 '가르치는 장로'나 '교사'의 직분이다. 그러니 목사가 매우 중요한 직분이기는 하지만, 다른 성도들보다 특별히 더 신성한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혹자는 성경에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14:34)"라는 말씀을 근거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줄 수 없다고 한다.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설교도 하지 말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늘날 교회들이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마땅하냐(고전11:13)"고 한 말씀은 왜 글자 그대로 안 지키고 있는지 먼저 묻고 싶다.

또한 그런 문자주의적 해석 논리를 엄격히 적용하면 여성은 교회에서 정말 말을 하면 안 된다. 성경 본문은 '예배 중에 잠잠하라'가 아니라, 그냥 '교회에서(in the churches) 잠잠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글자 그대로 지키려면 교회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말을 하지 말고 잠잠해야 한다.

그런데 다행히 나는 여성들이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한 교회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특히 교회 주방에 가면 온갖 즐거운 대화로 도리어 활기가 넘친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는 무조건 문자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때로는 기록 당시의 고유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여건과 지역적 특성을 반드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해해야 옳은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고전11:3)" 또는 창조질서에 따른 "돕는 배필(창2:18)" 등의 구구한 사유로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억지로 쥐어짠 어설프기 짝이 없는 논리일 뿐 결코 여성 안수를 거부해야 할 필연적이고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여성 사역자들도 제사장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여자도 개신교 교리의 핵심인 '만인 제사장'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신약 교회에서는 모든 성도가 제사장이다. 헌데 여자 성도들만은 제사장이 아니란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미 하나님께서 제사장의 신분으로 인정한 여자 성도들에게 목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논리가 정말 모기 눈꼽만큼이라도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사사 '드보라'와 선지자 '안나'도 여성이었다. 당시 사사는 사실상 이스라엘 민족의 최고 지도자였고, 선지자는 온 백성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여 전달하던 말씀 사역자였다. 그러니 여성이라고 해서 목사 안수를 못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과연 이처럼 상식적이며 명백한 진실도 고도의 신학적 토론이나 잡다한 논쟁이 필요한 것일까.

현행 목사직이 대관절 무엇이기에 선지자나 사사보다 더 특별한 조건을 다는 것인가. 아니면 오늘날 신학교 몇 년 공부하고 안수 한 번 받으면 성경의 선지자나 사사보다 더 대단한 신분이 된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성경은 "그때에 내가 내 영으로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부어 주리니 저희가 예언할 것이요(행2:18)"라고 증언한다. 즉 하나님의 은사는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성경에 위대한 신앙의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본래 성경에 기록된 '가르치는 장로'직은 신분이나 직업이나 계급이 아니다. 목사직은 다른 장로나 집사처럼 단지 '은사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예언도 허용한 여종들에게 유독 설교나 목회는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스스로 냉정하게 반성하기를 촉구한다.

요즘은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 여성 장관, 여성 국회위원, 여성 총장, 여성 경영인, 여성 판사, 여성 언론인, 여성 의사, 그리고 여성 장성까지 사회의 거의 모든 전문 영역에서 여성들이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과 소통이 부족한 일부 교단들은 아직도 중세적 성경 해석을 명분으로 여성 목사만은 안 된다고 고집한다.

반면에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기하성, 예성 등의 교단과 독립교회연합(KAICAM)이 여성 목사 안수를 적극 수용하고 이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크게 다행한 일이다. 당연히 이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뜨거운 격려를 보내고 싶다.

"안수는 기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우리는 안수를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루터나 칼뱅 이전에 개신교 신학의 토대를 제공한 위대한 신학자 어거스틴은 "안수는 기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수 자체가 구약의 '기름 부음'처럼 갑자기 사람의 신분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신약 교회의 모든 성도들은 이미 기름 부음을 받은 "왕 같은 제사장(벧전2:9)"들이다. 오직 목사만 기름 부음을 받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모두 기름 부음을 받았다.

이제 교단과 교권이란 이름으로 여성의 목회 사역을 함부로 제한하는 행위는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의 '말씀 사역'을 방해하고 대적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임을 알아야 한다. 남자만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다. 그러니 주님으로부터 거룩한 소명을 받은 여종들을 제발 더 이상 울리지 말자.

이는 단지 여성 안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전도사에 대한 일반적인 예우는 더욱 심각하다. 오죽하면 교계 일각에서 현행 여전도사 제도에 대해 '여성 착취의 온상'이니 '전순이'니 하는 자조적 표현들조차 나올까. 그들이 겪는 슬픔과 아픔은 오직 주님만이 아실 것이다.

그나마 남자 전도사들은 나중에 강도사를 거쳐 목사가 될 기회라도 있지만, 여자 전도사에게는 같은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한번 전도사면 영원히 전도사"라는 부당한 굴레를 씌우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보면 목사와 전도사의 사례비가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다. 이래도 우리는 마냥 침묵해야 옳을까.

결론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만일 진정 말하지 말고 "잠잠하라"는 말씀을 문자 그대로 철저히 지키려 한다면, 차라리 교회에서 여성은 입을 걸어 잠그고 제직회 발언이나 교회학교 교사나 찬양 인도나 조모임 인도나 그리고 아예 대표 기도까지도 모두 하지 못하게 금지할 것이지 왜 하필 설교만 못 하게 하나.

지도자들이 무지하면 교회가 고통을 받는다.

"나는 이 안수에 어떤 깊은 신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장 칼뱅(Jean Calvin)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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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2016-07-12 19:18:57
교회의 대부분의 무보수 봉사는 여자성도들 몫엔데도여자들이 잠잠하면 교회운영이 안될건데요. 성가대 주방봉사 어린이 등등 물론 최근엔 남성도들도 참여의 폭은 늘었습니다, 다만 교회에서 나이먹은 여성도들의 분에넘치는 자기자랑과 위세와 수다가 도를 넘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도들과는 차이가 뚜렷할만큼 심각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했는가보다 하고있습니다.우리모두는 교회와 이웃을 섬기며 신앙을 경주하되 좀더 겸허히 잠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걸 목사안수와 연결짓는건 옳은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