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이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 경소영
  • 승인 2016.07.26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21일 ~ 23일, 제 24회 밀알 동부 사랑의 캠프 아가페(AGAPE)

[미주뉴스앤조이 = 경소영 기자]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장애인 최대 축제인 미주 동부 지역 밀알 사랑의 캠프가 열렸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이번 캠프에는 미국 동부 지역 각 밀알의 장애인들과 봉사자 5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캠프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밀알의 가족들이 1년에 한 번,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부터 조지아 주 애틀랜타까지 10개 지단에서 온 밀알인들, 1년에 한 번 만나는 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가족처럼 친밀한 모습이었다. 24년째 꾸준히 이어오는 캠프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다.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때때로 느끼는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밀알인들은 이 캠프를 매년 놓칠 수 없다.

한 자원 봉사자는 4년째 캠프에 참석한다고 했다. 무엇이 이 캠프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냐는 질문에 “저는 사랑의 캠프에 친구 만나러 오는거예요. 제가 누구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러 오는 데 어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오는 건 아니잖아요. 1년에 한번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나니까 매년 설레는 마음이죠” 라며 밝게 웃었다.

캠프는 성인(믿음)캠프와 아동·청소년(사랑)캠프로 나누어 진행됐다. 성인 캠프에는 전문 기술을 가진 자원 봉사자들이 헌신했다. 한방 진료, 이·미용, 네일, 발 마사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 봉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했다. 

믿음(성인)캠프에서는 한방 진료 등 전문 기술을 가진 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지적장애인들은 머리를 자르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한 지적 장애인이 머리를 깎는 동안 봉사자 네 명이 미용을 도왔다. 머리 하나 자르는 일도 어떤 장애인에게는 땀이 흠뻑 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장애인의 미용을 돕는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공동체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네 명의 봉사자들이 한 장애인의 머리를 자르는 일을 함께 도왔다.

뉴욕밀알선교단 김자송 단장은 밀알 캠프의 봉사자들 중 고등학생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방학 동안 캠프에서 장애인들과 지내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2박 3일간 캠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이 은혜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은 그동안 매우 편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휠체어를 밀고 장애인 돌보는 일을 매일 해야하는 장애인의 부모들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짧은 기간이지만 장애인 봉사를 경험한 학생들은 앞으로의 인생에 이 캠프가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됩니다”

미니 골프, 젠가 등 야외 활동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동·청소년 캠프에서는 신나는 야외 활동과 실내 게임이 진행됐다.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솜사탕과 팝콘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미니 골프와 수영, 젠가, 공놀이 등 활동적인 게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뒤섞여 친밀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세계밀알연합회 총재 이재서 박사는 밀알 캠프가 하나님 나라의 실질적인 모습이라고 하며 이 안에 사랑과 믿음, 그리고 평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밀알연합회 총재 이재서 박사는 밀알 사랑의 캠프가 ‘밀알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함께 했다. 밀알 사랑의 캠프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캠프를 하는 일은 전무했다고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캠프의 효과는 매우 큽니다. 일방적으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고 대등한 관계에서 교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장애인을 돕기 위해 온 봉사자들도 이 캠프를 마치고 나면 변화합니다 장애인은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성원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밀알은 교회가 아니고 일종의 선교 단체입니다. 장애인들을 돌보고 전도하는 일을 하기에 교회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교회는 전적으로 장애인 사역을 하지 못하기에 밀알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밀알은 교회와의 연대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잘 이어져 왔다고 생각하고요”

필라델피아밀알선교단장 이재철 목사는 1년에 한번 열리는 밀알 사랑의 캠프가 흩어져 있던 밀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의미있는 행사라고 말하며 이 캠프를 통해 장애 아동 부모님들끼리 만나 치유와 회복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밀알선교단장 이재철 목사도 이 총재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애인 사역은 본래 교회에서 해야하는 사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장애인 사역을 1순위로 여기는 것이 사실 쉽지 않기에 밀알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밀알은 장애인이 움직이는 사역입니다. 사역의 중심에 장애인이 있어요. 장애인이 없으면 사역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밀알선교단 안에 있으면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지 구분이 안돼요. 경계선이라는 것이 없어요. 저도 2살 때부터 소아마비가 있어서 다리가 불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캠프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비로소 가족이 되는 것이지요”

유엔에서도 공연한 경험이 있는 뉴저지 밀알 사물놀이팀의 공연
아름다운 바이올린과 건반 연주로 감동을 주었던 Dae Hee Ahn & Dae Hyoung Ahn의 공연
한소리 미션 팀의 사물놀이 공연 모습이다.
김은예 전도사는 아동·청소년(사랑)캠프에서 말씀을 전하며 장애인과 가족, 봉사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었다.

둘째 날 밤, 밀알 가족들은 예배와 여러 공연들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껏 뛰며 찬양했고,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밤늦게까지 댄스 파티를 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만끽했다. 그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둘째 날 밤에는 장애인과 봉사자들이 하나가 되어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년 밀알 사랑의 캠프의 주제는 ‘천국의 기쁨을 누리는 장애인’이다. 이 땅에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불편하고 아픈 장애인들이지만 이 캠프를 통해 복음이 주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캠프에서 받은 은혜가 삶의 에너지가 되어 오히려 비장애인에게 ‘인생은 이렇게 아름답다. 매일 축제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