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 ‘숨은 영웅’이 세운 기독교 학교
지역 사회 ‘숨은 영웅’이 세운 기독교 학교
  • 유영
  • 승인 2016.08.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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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큐스한인교회, “여수룬학교 통해 인격적 인재 세운다”

한국교회는 사회적 필요의 빈자리를 채우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선교 초창기였던 일제강점기, 교육과 의료 분야는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며 큰 공적을 세웠다. 특히 교육은 계급 사회였던 조선 시대를 넘어 사회가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게 한 공로가 크다. 

학교는 사회 문제와 차별 등을 해결하고 시대 변화를 주도했다. 당시 교육받을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었다. 신분이 비천하다고 여겨졌던 이들도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배출된 인사들은 훗날 사회 변화를 이끈 지도자가 되었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배출했다.) 

시라큐스한인교회는 지난 2008년 미국 내 난민들을 돕고 섬긴 일로 시라큐스대학의 ‘마틴 루터 킹 기념 위원회’에서 주는 ‘Unsung Heroes Awards’를 수상했다. 교회 담임이자 여수룬기독학교 교장인 지용주 목사는 세상에서 눌리고 약한 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갈 인재를 기르고 싶어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문제는 이런 기독교 학교들이 역사와 시대에 기여했던 바를 상실하고, 사회 지도층 양성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명문대학·명문 고등학교를 명패로 내걸고, 높은 수업료와 학벌 사회를 조장하여 오히려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은 어떠할까.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 별 차이를 느끼지 못 한다.아이비리그 입시에 목숨을 거는 입시 위주 구조 덕이다. 부모의 가구 수입에 따른 계층 간 학력 격차도 심각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하버드대학교에서 조사한 졸업생의 부모 수입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가구 소득이 25만 달러를 넘는다고 졸업생의 1/3이 답했다. 12만 5000달러가 넘는다고 밝힌 학생까지 합하면 전체 졸업생 절반에 달한다. 

거기에 성적과 입시로만 치우친 교육이 낳은 부작용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사회에 진출해도 자신의 성적과 승진 밖에 모른다는 평가가 많다. 차별 문제와 빈곤 문제, 세계 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악을 애써 무시하거나 조장한다. 서로 돕고, 보듬으며 많은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해 갈 교육이 더욱 절실한 시기다. 

시라큐스한인교회 예배당 전경. 여수룬기독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함께 예배한다. 친구가 되고, 동역자가 되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품는 사랑의 관계를 배워갈 것이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뉴욕 주 시라큐스에 있는 시라큐스한인교회는 이런 상황을 해결해 가야 할 큰 문제로 보았다.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인재를 기르기 보다는 인격을 겸비한 사람을 길러내야 하나님 나라가 확장될 수 있다고 여겼다. 아이들이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교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는 교육으로 사람을 자라나게 하고 싶었다. 

학교 이름을 여수룬기독학교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수룬은 올바른 자, 정직한 자라는 구약의 표현이다. 현재 사용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성도’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수룬기독학교에서는 이 말을 회복의 약속으로 여기며 이름 붙였다. 시라큐스한인교회 지용주 목사는 “불순종한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 여수룬이라 부르셨다. 자격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의로운 자로 세워가시겠다는 회복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인권상 받은 교회가 세운 학교

여수룬기독학교를 이해하려면 먼저 학교의 모체와 같은 교회의 방향성을 아는 게 중요하다. 시라큐스한인교회는 그동안 교회 성장이라고 부르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지 않고, 내적 성장과 성숙에 집중해 왔다. 내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서 교인들이 서로만 챙기는 교회를 추구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교회 사역 중 하나가 바로 지역에 있는 난민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시라큐스한인교회는 지난 2008년 미국 내 난민들을 돕고 섬긴 일로 시라큐스대학의 ‘마틴 루터 킹 기념 위원회’에서 주는 ‘Unsung Heroes Awards’를 수상했다. 교회는 지난 2006년부터 ‘Interfaith’라는 난민 정착 센터와 협력해 Refugee(난민) 가정들이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난민 정책 프로그램에 맞춰 건강 검진부터, 서류 작성, 운전, 쇼핑까지 정착 과정의 모든 대소사를 챙겼고,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보아즈 사역)과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난민들에게 자기 계발의 기회도 제공했다.

난민들은 이곳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사랑의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여수룬기독학교 학생들이 난민들의 친구가 되고 컴퓨터 교사가 되어 선교 사역을 함께해 갈 예정이다. (위는 컴퓨터를 배우는 난민들과 지도 교사 명찰, 아래는 보아즈 사역이 이뤄지는 전산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난민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은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지 목사는 “이들이 학습의 과정 없이 문화도 언어도 다른 사회에서 직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어도 안 되고 배운 기술도 없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한다기보다 특정 직업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한다. 난민 대부분이 육체노동을 하는 이유다”라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갔다.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육체 노동을 하던 난민들이 컴퓨터와 영어를 배우면서 직급이 올라간 경우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배운다는 것은 먹을 것을 주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컴퓨터 교육 외에도 난민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시라큐스한인교회 청년들은 매년 여름 난민 아이들을 위한 VBS(로다이 여름 캠프)를 진행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마음을 나누고, 말씀을 가르치고, 발을 씻겨준다. 미국에서 다른 사람의 환대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많은 위로를 받는다. 교회 청년들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에 발을 씻기며 섬기는 일에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여수룬기독학교 교장인 지용주 목사는 단순히 컴퓨터를 배운다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에 적응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직장이나 직급에서 일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배운다는 것은 먹을 것을 주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격적 인재 양성

난민들을 꾸준히 섬겨왔던 교회가 학교를 세우기로 한 이유는 다른 필요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계속해서 섬기고, 더불어 새로운 대두하는 문화의 세대에 하나님 나라를 심기 위해 특별히 선교사 자녀들을 교육 대상으로 삼았다. 지 목사는 “Third Culture Kid, Missionary Kid로 불리는 이들은 정체성에 많은 고민이 있다. 이 아이들이 정체성을 발견할 때,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체성을 잘 발견한 아이들이 더 섬기고 봉사할 수 있는 인격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사 자녀로 자라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송하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송하은 교사는 어린 시절을 필리핀과 케냐에서 보낸 대표적인 TCK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바라는 건 의외로 단순하며 따뜻했다. “아이들이 밝게 자라고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사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싶어요.”

선교사 자녀로 자라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송하은 교사는 정말 밝은 인물이다. 그는 아이들이 밝게 자라도록 돕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인격적인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선택한 교육 방법은 홈스쿨이다. 정규 교과에 해당하는 과정은 미국에 널리 보급된 홈스쿨 교재와 방식으로 학교를 세우고 이끌어 가려고 한다. 뉴욕주에서 필수 교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지정한 내용은 모두 가르친다. 교재는 학교의 교육 방침과 맞는 것들을 선정했다.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 교재를 통해 더 어려운 내용들도 배울 수 있다. 

교과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전경.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여수룬기독학교가 실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품 교육’에 있다. 복음의 지식, 효과적인 의사소통, 자기훈련, 창의성, 문화적 인식, 선교적 정신과 사고, 기술 개발, 하나님 사랑하기 등으로 나뉘어 4년(8학기) 동안 교육 과정을 상세히 개발했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말씀, 독서, 글쓰기, 토론 등으로 습관화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더불어 성품교육은 학생들 간의 관계를 통해 계속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숙사를 운영해 학생들이 함께 머물며 서로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며 섬기도록 교육하려고 한다. 실제 기숙사를 담당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이들은 기숙사 사역에 헌신된 파송한 ‘선교사 가정’이 담당한다. 식사와 등하교, 학생들의 건강과 생활 모든 것을 책임진다.

기숙사 전경. 기숙사를 운영해 학생들이 함께 머물며 서로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며 섬기도록 교육하려고 한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두 명이서 사용하는 기숙사 내부. 아이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관계하고 성찰할 수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실제 기숙사를 담당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이들은 기숙사 사역에 헌신된 파송한 ‘선교사 가정’이 담당한다. 식사와 등하교, 학생들의 건강과 생활 모든 것을 책임진다. ⓒ<M 뉴스앤조이> 경소영

지역 주민을 섬기는 선교적 교육

배움은 단순히 교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시라큐스한인교회가 내적 성장을 지향한다고 말하며 지역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며 선교 사명을 감당했듯 아이들도 배운 내용으로 섬기는 훈련을 계속해 나간다. 먼저 난민 컴퓨터 교육인 보아즈 사역을 학생들이 진행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도 난민들을 가르칠 수 있다. 난민들도 영어가 서툴러 유창한 말로 가르치는 이들보다 자신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말하며 가르치는 이들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난민 아이들을 위한 여름 캠프도 같이 준비하고 섬긴다.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온 이들도 계속 만날 수 있고, 아이들과 우정을 쌓아갈 수도 있다. 실제 시라큐스에는 난민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난민과 더 교류하고 교제하며 도울 선교적 인구도 더 필요하다. 더불어 예술 과목들을 배워 다양한 소양도 쌓을 수 있다. 교회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시라큐스크리스찬아카데미의 전문 인력들에게 미술, 음악, 체육 등을 배운다. 

난민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보아즈 사역. (사진 제공 여수룬기독학교)
미술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에는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여수룬학교는 개교하고 1년을 지내며, 착실하게 걸음을 걷고 있다. 현재 기독교 대안학교 인증기관인 ACSI를 통해 인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학생들이 아닌 선교사 자녀들을 우선 받기 위해 I-20 발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다음 학기 학생들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여수룬기독학교의 신앙고백과 교육철학에 동의하는 9~12학년 학생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추후에 I-20을 발급하게 되면 선교사 자녀를 먼저 선발할 예정이다.) 현재 학교는 외부 기금과 교회 후원금으로 운영하면서 한 학기 4000달러에 달하는 등록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315)-474-8346, 이메일 info@jeshurunchristianschool.org로 하면 된다. 

로다이 VBS를 진행하고 있는 시라큐스한인교회 청년들과 아이들 (사진 제공 여수룬기독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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