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 궁극적 목표라기보다 성차별 해소할 출발점”
“여성 안수, 궁극적 목표라기보다 성차별 해소할 출발점”
  • 지유석
  • 승인 2016.08.12 00: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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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안수’ 이유로 강의 배제는 총신대의 부당 해고 판결 받아낸 강호숙 박사
신학 강단 역시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다. (사진 출처 <뉴스앤조이>)

한국 개신교 교회는 말 그대로 남성 일색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장로교단일수록 남성의 교권주의는 맹위를 떨친다. 이 같은 경향은 예비 목회자 양성소인 신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학 강단 역시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강호숙 박사는 남성 일색의 신학계에서 군계일학과도 같은 존재다. 보수 성향이 강한 장로교단인 예장합동 교단 산하 총신대학교(아래 총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 학교에서 여성학을 강의해 왔다. 또 기독교계 각종 현안에 대해 여성의 시선으로 활발히 목소리를 냈다.  

강 박사는 올해 2월 황망한 일을 당했다. 같은 학교 박 아무개 교수와 함께 석연찮은 이유로 강의에서 배제당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박 모 교수는 이 학교 여성총동문회 송년회 대표기도에서 여성 안수를 언급했다. 박 아무개 교수의 기도는 이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하여 여러 가지 사역에 제한을 받고 있는 현실을 주님께서는 잘 아십니다. 이 시간 간절히 바라오니 속히 이 교단에서도 여성들에게 안수가 이루어지게 하여주옵소서.”

마침 이 자리엔 김영우 총장이 있었다. 김 총장은 기도 내용이 못내 못마땅했던지 “준비해 온 설교를 대체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진 설교에서 ‘여성 안수는 안 될 말’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후 박 아무개 교수는 강의에서 배제됐다. 강 박사 역시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 

강 박사는 학부와 평생교육원에서 각각 <현대사회와 여성>, <한국사회와 여성 문제>를 강의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개강이 목전인 시점에서 돌연 개설유보 및 폐지 조치를 취했다. 강 박사는 이 일이 여성 안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교 측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보았다. 이에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교직원을 통해 김 총장이 강의 배제에 관여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거듭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라”며 해명을 회피했고, 학교 측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강 박사는 언론 및 국가인권위 등 관련 기관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은 작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아래 노동위)가 부당 해고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노동위 판결이 난 다음 날인 6일, 강 박사와 수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부당 해고당한 강호숙 박사의 투쟁이 작은 결실을 맺었다. 총신대는 부당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학교의 행위가 부당 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 지유석

강의 배제 이후 6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분주했습니다. 학내에서 ‘여성 시간 강사를 불법 해고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라는 사고가 팽배하다보니 학교가 여성 후학들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언론에 알렸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학회와 기독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보수교단 내 성차별적 설교’와 ‘남녀 파트너십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와 “기독교와 여성 리더십” 강의를 해왔으며, 아울러 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여성ㆍ노동부를 통해 총신대의 성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었습니다. 

유사 사례의 경우는 대개 복직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박사님은 복직보다 학교 측 사과를 요구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당 해고 제소할 때 처음엔 ‘구제신청’ 즉, 복직신청으로 했죠. 제 사건의 쟁점은 첫째, 학교가 2016년도 1학기 강의 폐쇄 조치를 한 일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고, 둘째가 해고에 해당한다면 그것이 정당하냐 여부였습니다. 

학교 측은 저를 시간강사로 위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 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세 차례 정도 저의 제기와 학교 측의 답변이 오고가면서, 학교는 저에게 지금까지 “강의시켜준 걸 감사하게 여겨라”고 하면서 성차별도 없었고 부당해고도 아니며, 강사의 교체·변경은 학교의 관행이라고까지 주장했어요. 

전 총장에게 부당 해고 사유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때 전 “총신에서 강의하지 않아도 좋으니 여성 후학들의 진로와 처우를 개선해주고 성차별 해소에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고 했었어요. 이런 이유로 부당 해고 인정을 받아내는 일이 급선무이며, 향후 학교 내 만연한 성차별을 외부적으로 알리려면 복직보다는 금전보상으로 바꾸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위원회는 화해를 권유했어요. 그러나 학교 측은 거절했지요. 이러던 차 서울지방노동위원회(아래 노동위)가 지난 5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아 부당 해고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판단은 학내 성차별이 인정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봐요. 또 향후 시간강사, 특히 여성 강사 처우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집필과 발제, 강의 등을 통해 총신대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지며 여성 후학들이 기독교 여성리더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5월 학교 측은 공문을 통해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문엔 “강호숙 씨가 본인의 시신학과 신앙의 부모와 같은 우리 대학을 상대로 각종 언론과 정부기관, 노동위원회를 통해 본인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점이 명확하다”고 적었죠. 행간엔 학교의 대외 이미지 실추를 더 걱정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총신대 신학생 모임인 ‘한맘신학과 학생회’에서 여성 강사 부당 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어요. 이러자 학교 측은 공문으로 여성 탄압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제가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죠. 교무지원처장 명의의 답변서였는데, 학교 측은 이를 통해 피해자인 저를 오히려 가해자로 몰았습니다. 

이걸 보면서 학교가 여성 시간강사를 합법적인 이유 없이 해고시킨 데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반성은커녕, 오히려 저를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로 몰아 순진한 학생들의 의식마저 교란시키려 했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신문고, 인권위, 노동위원회를 통해 재차 학교의 부당함과 성차별을 제소했었어요. 그런데도 학교는 “우리는 성차별한 적 없다. 여성 안수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한 박 모 교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어요. 

아마 학교 측이 이번 사태가 성차별의 문제로 번지는 걸 몹시 두려워했나 봅니다. 학교는 권력과 조직을 갖고 있어요. 이런 학교가 소신을 갖고 나름 최선을 다해 강의해 온 본교 출신의 여성 강사를 이렇게 인격을 모독하면서 희생양 찾기식으로 비난을 했습니다. 이런 행태는 학교 스스로 명예를 완전히 내팽개치는, 말하자면 자업자득이라고 봅니다. 

외형상으로는 ‘개혁주의’를 외쳐대지만, 안에서는 양심과 학문적 사유의 자유를 억압하고 차단하면서 최고 권력자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마치 ‘군대’를 연상하는 조직체 같다고나 할까요? ⓒ 지유석

그동안 학교나 총장은 ‘불통’으로 일관해 온 인상이 짙어 보입니다. 신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사실 납득이 가지 않아요. 학내에 문제점이 있다면요?

불통이 맞아요. 총신대가 ‘불통’과 ‘성차별’의 진원지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뭔지 아세요? 총신대 교수들의 표정이 대체로 어둡고 경직되어 있다는 거예요. 또 여교수가 신학과에 전무합니다. 대부분은 유아교육, 교회음악, 기독교교육, 산업교육학부, 중독재활상담학과에 재직 중이지요.

그런데 적어도 제가 알기론 이 여성 교수들이 합동교단 목사들의 성폭력이나 학내 만연한 성차별, 이따금씩 불거지는 남자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 등에 대해 여성의 입장에 서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경우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외형상으로는 ‘개혁주의’를 외쳐대지만, 안에서는 양심과 학문적 사유의 자유를 억압하고 차단하면서 최고 권력자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마치 ‘군대’를 연상하는 조직체 같다고나 할까요? 

반면 여성의 소리나 여성의 권리나 입장, 여성의 은사와 능력은 아예 무시합니다. 남성 위계로만 움직이는 학교 안에서 여성들은 결국 ‘남성이 만들어 놓은 신’을 믿어야만 한다는 말이겠지요. 간혹 여성에게 종교 탄압적인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앞서 언급했듯 그동안 여러 기관에 사태를 알려왔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여성 목회자 안수인가요? 그리고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여성 성직자가 개신교 전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요?

여성 안수는 궁극적 목표라기보다는 성차별과 남녀 불평등을 해결할 출발점이라 생각해요. 즉, 남녀가 똑같이 신학을 공부했다면 남녀 모두 목사와 교수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저의 모든 행위의 지향점은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 동등한 하나 됨의 실현입니다. 

그리고 여성 성직자가 개신교 전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요사이 남성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교단 안에서 이 같은 범죄가 도무지 처벌이 되지 않아요. 다 남성이 권력을 쥐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목사나 여성 교수의 등장은 성 윤리와 성 견제, 성 이해와 성 정체성, 성 역할 등에서 균형 있고 바람직한 성 담론과 신학적 정립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아울러 여성이 갖고 있는 개방성과 공감 능력, 권력에 연루되지 않은 순결함 등의 장점과 역량이 목회 돌봄과 치유, 영성과 상담을 통해 펼쳐지면 침체되고 경직된 한국교회가 되살아 나리라고 봅니다.

여성 혐오는 이천 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남성 교부들, 남성 신학자들과 남성 목사들의 가부장적 신학과 성경 해석으로 진리와 교리라는 명분 속에 침전되어 있었어요. 남성직제의 과잉 강조가 불러온 ‘기독교의 악’이라는 의미이죠. ⓒ 지유석

최근 여성 혐오가 화두입니다. 교회 안에선 여성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강하다고 봅니다. 여성 혐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면요? 

여성 혐오는 이천 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남성 교부들, 남성 신학자들과 남성 목사들의 가부장적 신학과 성경 해석으로 진리와 교리라는 명분 속에 침전되어 있었어요. 남성직제의 과잉 강조가 불러온 ‘기독교의 악’이라는 의미이죠. 

대안이라면 먼저 성 정체성, 성 역할의 인식 전환을 위해 여성과의 신학적 논의 및 토론을 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교회론, 목회론, 상담, 교육, 설교, 예배, 행정 및 정치담론은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신학이었기 때문에 성과 관련한 신학과 신앙, 영성 등에 대해 여성 입장에서의 재정립이 요구되죠.

둘째, 여성의 신학적 확신의 초점은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은 성을 초월하시는 인격적이신 분이십니다. 지금까지 남성의 하나님으로만 강조되어 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여성의 하나님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교회 안에서 여성의 존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여성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재입니다. 즉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교제할 수 있는 인격적인 존재요, 인간 상호간의 동등한 관계로 살아가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요, 피조 세계를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리고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지는 존재란 뜻이죠. 이 같은 뜻을 제대로 가르쳐 교회 안에서 어떠한 강요나 억압, 차별 없는 자유와 상호 존중, 조화와 균형을 통해 인간성을 이뤄나가는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넷째, 흔히 ‘예수는 교회의 머리’라는 ‘머리론’이 교회에서 유통되는데 이 같은 논리는 기독론적인 관점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되심은 군림하고 다스리는 위계적인 권위로서가 아니라 성육신과 고난의 삶과 인격적인 ‘책임’과 ‘섬김’으로써 교회의 머리가 되신 것입니다. 

남성 교회는 남성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머리론’의 대표 개념이 굳이 필요하다면 그 때는 권한과 다스림이 아니라 섬김과 보살핌, 그리고 희생과 책임의 의미로서 복음 안에서 여성을 자유하게 해주는 개념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다섯째,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교육과 예배, 전도, 선교, 봉사, 행정과 정치 영역에서 여성리더십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또 신학대학원에서 여교수 채용 및 여성 리더십과 관련된 과목들을 개설해 줄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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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2016-08-21 05:59:46
박사? 거짓신학을 배워 박사가 됐으니 ,,, 엉터리 말 만 하는 구나...

강혁 2016-08-20 01:32:26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잘들게 하시고 아담의 갈벼뼈 하나로 하와를 만드셨다고
성경에 기록하시고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성차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