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 찬찬히 들여다보기
창조과학 찬찬히 들여다보기
  • 이재호
  • 승인 2016.08.3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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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변호사

지성에 대한 불신을 보이며 올바른 지식을 거부하는 반지성은 한국교회의 여러 분야에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정점은 창조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조과학을 살펴보면 문제가 너무 많기에 하나씩 따지려면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안별로 하나씩 대응할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깊이 들어가면 전문가의 지식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창조과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창조과학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동기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왜 이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방어하려할까요? '낙타의 머리'라는 예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낙타를 데리고 사막을 지나갑니다.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데 낙타가 밖이 추우니 머리라도 안에 넣자고 부탁합니다. 그 정도야 하고 허락했습니다. 그러자 어깨도 가슴도 부탁해서 들어주다가 결국 낙타가 텐트를 차지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허용하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창세기의 시작은 기독교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간의 창조와 타락은 원죄를 설명합니다. 이로부터 예수의 성육신, 죽음과 부활로 연결되는 구원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작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린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창조과학자들은 6일간 창조의 부정을 낙타의 머리로 생각합니다. 이를 허용하면 진화론이 들어서고, 결국 무신론으로 넘어간다고 두려워하는 거죠. 두렵기 때문에 젊은지구론을 만들어냈고, 기독교인들의 두려움에 의지해 계속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앙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 신앙을 지지할 증거를 찾게 되고, 이에 반하는 증거는 어떻게든 부정하려 합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자들이 보호하려는 신앙은 무엇일까요?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그려낸 세상입니다. 주전 4000년경에 창조된, 노아의 홍수로 지구의 모든 지층이 만들어진 그런 세상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믿지 않으면서 문자 그대로 이해한 신앙을 믿으라 말합니다.

기독교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했을 때 생기는 내부적ㆍ외부적 충돌을 해석을 통해 해결해 왔습니다. 바로 신학입니다. 정작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신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성경을 해석하는 렌즈를 사용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은 그들조차 이미 부정한 "문자 그대로의"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젊은지구론이 무너져도 인간의 전적타락과 십자가의 구속을 믿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창조과학의 문제는 신학의 부재이기도 합니다. 

젊은지구론이 무너져도 인간의 전적타락과 십자가의 구속을 믿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창조과학의 문제는 신학의 부재이기도 합니다.

많은 문제점을 가진 그들의 주장을 왜 한국교회는 귀담아 들을까요? 창조과학은 음모론과 왜곡을 통해 비전문가로 하여금 과학을 의심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와 함께 듣는 이의 두려움과 신앙심을 자극합니다. 재판할 때 변호사는 자신 주장이 맞다고 설득함과 동시에 상대방 주장에 대한 의심을 심습니다. 이를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기도 하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강조함으로 배심원들이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변호사는 의도적인 거짓말은 할 수 없습니다. 창조과학자들의 강의를 듣다보면 이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의심을 심기 위해 창조과학자들은 기본 단위부터 공격합니다. 나이와 거리입니다. 특히 나이 계산은 중요합니다. 젊은지구론의 골격인 홍수지질학은 노아의 홍수를 통해 지층과 화석이 일 년만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지층별로 연대가 다르다는게 증명되면 젊은지구론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 연대층적을 먼저 공격합니다. 음모론도 빠질 수 없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기 전, 이미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7만년에서 20억년 사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자들은 "진화론자들이"라고 시작합니다. 진화를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구의 나이를 길게 잡았다는 거죠. (지질학을 공부한 창조과학 강사가 이런 역사를 몰랐다면 학문적 성실성이 부족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연대측정의 기본은 방사성 동위원소측정입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일부가 다른 물질로 변환되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총량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이 시간이 반감기인데, 이를 사용해 대상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원소에 따라 열가지 정도의 측정법이 있고, 변형된 방법까지 포함하면 수십가지 될 겁니다. 환경의 영향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기에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 측정하며 외부적 요인(예, 나이테)까지 고려 검증합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자들은 탄소연대측정법 하나만 거론합니다. 달팽이의 나이를 측정했더니 몇천년이 나왔다며 이런 방법을 어떻게 믿냐고 합니다. 이 실험결과가 담긴 논문은 50년전에 발표되었습니다, 원인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수지의 경우 탄소량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물질이 달팽이에게 유입되었기에 측정치에 오류가 생깁니다. 저수지 효과라 불리지요. 그래서 연체동물의 경우 탄소연대측정은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하고, 반면 나무나 뼈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음도 알려졌습니다.

탄소연대측정법이 다른 측정법에 비해 오차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외부의 영향도 많이 받고, 시기별로 대기중 탄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기별로 보정을 합니다. 나무의 나이테나 기타 물질의 연대를 측정 시기별로 이미 보정이 되어있습니다. 몇십만년이 몇천년으로 줄어드는 정도의 보정은 아닙니다. 

공룡의 부위별로 다른 측정결과가 나왔다는 예도 듭니다. 예를 들어 공룡의 부위별로 2억년 4억년 2억오천년 등의 나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부위별 성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대상 물질의 여러곳을 측정해 가장 타당한 값을 사용합니다. 위의 경우 공룡의 화석은 최소 2억년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년으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연대를 측정할 때 대상 하나만 측정하지 않습니다. 같이 뭍혀 있는 암석이나 나무 등 주위의 물질의 나이도 같이 측정해 믿을만한 결과가 나올 때 사용합니다. 

45억년이란 지구의 나이는 우라늄-납 성분을 사용해 측정되었습니다. 오래된 암석을 찾기도 하고, 운석이나 바다속 퇴적물을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결과는 암석의 성분 분석, 자기장의 변화 기록, 천문학 관측 결과등과 비교 검증됩니다. 연대를 측정할 때 하나의 계산만 한다면  하나의 계산만 한다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번 백번,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하며 교차 검증할수록 자연은 45억년 이상의 나이를 말합니다. 검증을 거치는 과학적 방법과 일방적인 창조과학자의 선언이 다른 점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이 일부 예외를 들어 과학을 잘 모르는 기독교인들을 현혹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거리도 공격합니다. 백억광년이 넘게 떨어져 있는 별이 우리 눈에 보이려면 그 빛은 백억년을 달려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공격합니다. 별의 거리를 재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연주시차법입니다. 6개월 간격으로 별의 각도를 측정, 삼각함수를 사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별까지의 거리가 멀면 각도 차이가 너무 작기에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창조과학자들은 이 점을 이야기하며 별과의 거리 계산은 "모두" 믿을게 못된다는 의심을 심습니다. 하지만,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은 20가지가 넘습니다. 한 가지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방법을 사용해 "고차검증"을 합니다.

빛의 속도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최근 300년간 계산된 빛의 속도가 느려졌다고 만 년전 빛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랐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의도적 왜곡입니다. 우선 이 결과는 계산된 값입니다.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수치보다 빛의 속도를 느리게 계산된 값들은 누락시켜 마치 빛의 속도가 계속해서 느려진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과학계 안에 통일된 의견이 없다는 주장도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입니다. 예를 들어 빅뱅을 믿을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편지가 자주 인용되지요. 과학자라고 의견이 다 같을 수는 없지요. 빅뱅과 달리 정상우주론을 주장해온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빅뱅이론은 이론이 먼저 나오고, 예견된 결과가 후에 관측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우주배경복사 이외에도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여러가지 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야 지금도 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빅뱅 자체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상황입니다.

사족이지만, 창조과학자들은 빅뱅이론에서 별에서 나온 열로 우주배경복사를 이룬다 이해하는듯 합니다. 별에서 내뿜는 열로는 우주배경복사가 만들어질 수 없기에 창조부터 우주배경복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더군요. 이는 빅뱅이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은 빅뱅이론을 공부하고 나서 비판하기 바랍니다. 과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왜 창조과학자들과 이야기를 꺼리는지 이해가 됩니다.

창조과학자들은 빅뱅이론을 공부하고 나서 비판하기 바랍니다. 과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왜 창조과학자들과 이야기를 꺼리는지 이해가 됩니다.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심입니다. 과학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게 함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믿게 하는 거죠. 문제는 대상이 과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라는 겁니다. 원숭이에서 사람이 나왔다 정도로 진화를 이해하는 대중에게 박쥐의 중간화석이 없으니 진화는 거짓이라 말하면 그런가 싶을 겁니다. 그런데 박쥐는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가장 설명이 어려운 종입니다. 진정 진화현상을 부정하려면 말이나 고래, 새 등의 여러 중간화석에도 불구하고 진화가 틀렸음을 증명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중간화석은 없다. 진화는 사실이 아니다. "선언"하고 마칩니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들어 전체를 부정힙니다. 이를 듣고 이것이 그러한가 찾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과학은 무신론이 지배하는 악의 세력이 되고, 창조과학만이 진리의 수호신으로 여겨집니다.

전 창조과학자들의 학문적 성실성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심하게 말해 비겁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우주의 기원을 두고 천문학자와, 지층의 형성을 두고 지질학자와, 진화를 두고 생물학자와 전문적인 토론을 해야지요. 학술지에 논문도 발표하고, 학술대회에 가서 토론도 해야지요. 기고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 변명하지만, 실제 창조과학의 논문이 주요 학술지에 기고된 적은 한 건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창조과학회의 글은 대부분 창조과학회의 글만 인용을 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200살 넘게 살았어" "누가 그래?" "아버지 일기에 그렇게 써 있어" 이거나 별차이 없습니다. 간혹 다른 문헌을 인용할 때도 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본적 내용을 소개하거나, 일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때입니다.

사실을 부정함으로 유지되는 진리란 없습니다. 창조과학의 주장이 진리라 믿으며 보호되어온 신앙은,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를 만나면 무너집니다. 다음 세대를 무신론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이들의 노력은 과학과 신앙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만들고, 결국은 비지성적인 맹신자가 되거나 신앙을 떠나게 만듭니다. 순수한 마음은 이해합니다. 존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창조과학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이재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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