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머리에 사람이 서지 않는 공동의회 기대한다
교회 머리에 사람이 서지 않는 공동의회 기대한다
  • 유영
  • 승인 2016.09.09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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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뉴욕장로교회 10년 갈등 종식하는 터가 될 공동의회로 기록되기를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느끼는 여러 차이가 있다. 우선 하늘이 너무 청명하다. 한국에서 못 보았던 맑고 높은 하늘에 늘 감탄한다. 자연은 거주지역에서도 느끼며 살아간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반딧불이 푸르른 빛을 내며 반겨준다. 비가 오면 흙냄새도 진하게 맡을 수 있다. 아내는 이를 ‘시골 냄새’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를 무척 좋아한다. 

월세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처럼 막대한 보증금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매달 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방 한 개와 주방, 거실, 화장실로 이뤄진 우리 집은 매달 1600달러(약 170만 원)를 내야 한다. 그것도 여러 이유로 100달러 정도 깍은 가격이다. 처음 월세를 내던 날 아내는 어이없이 나간 금액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미국의 살인적 임대료를 겪고 누가 잠들 수 있겠는가. 

교회를 다니며 듣는 이야기에서도 조금 차이가 있다. 십일조가 교회가 거두는 수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주일 헌금도 생각보다 많이 걷혔다. 교회에 나가는 한인들이 많아서 물어보니, 주일 헌급을 1달러, 2달러 내지 않고 100달러 정도 낸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 하는 돈을 주일 헌금으로 매주 낸다는 이야기다. 10달러나 50달러를 낼 때도 있지만, 그냥 100달러가 더 성의 있어 보인다고 했다. 

교회를 운영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과 조금 비슷하게 들렸다. 특히 교회에서 생긴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건물이 있다면 모기지 비용을, 건물이 없다면 월세를 걱정한다. 건물과 관련한 비용 때문에 교회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아니면 다른 부분에서 거두는 수익으로 교회 건물은 아직 괜찮다는 말도 한다. 

건물을 소유한 교회라면 이 부분은 분쟁 대상이기도 하고, 오해를 사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교회 분쟁이 길어지면서 생겨나는 소문이 있다. 교회 분쟁으로 교인이 줄고, 결국 헌금에 문제가 생겨서 건물을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교회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당회나 목사들은 이러한 소문을 근거 없다고 늘 부정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건물은 팔고, 그 돈은 결국 몇 사람 쌈짓돈이 된다. 교인이 많이 모였던 건물이라면 가격은 상상 이상이다. 그리고 이 돈을 나눌 사람은 두 세 사람으로 한정된다. 한인 교회에 장로가 많지도 않거니와 장로교회가 아닌 경우운영위원 몇 사람만 관계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일은 실제 일어나는 사건이다. 취재를 막 시작한 한 교회 역시 목사가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 예배당을 판 돈으로 집을 샀다고 한다. 

뉴욕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도시 중 하나다. 이전에 소외되고 낙후된 곳이 재개발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이 내몰리는 탓이다. 한인들이 밀집한 지역도 다르지 않다. 살인적 월세와 치솟는 건물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면 교인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이러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는지 모른다. 

10년 동안 갈등 상황에 있던 뉴욕장로교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롱아이랜드에 있는 교회 수련관인 감람원을 팔 것이라며 교인들은 우려한다. 소문이 퍼지면서 벌써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당회에서는 교회 재산은 ‘공동의회'를 통해서만 처분할 수 있다며,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월 3만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진 냉방비용과 모기지 등 교회 건물 유지 비용은 600여 명의 교인 헌금과 시에 빌려준 주차장 임대료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교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번 청빙 실패와 분쟁을 이유로 교인이 더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누군가 있지 않겠는가 우려한다. 다행스럽게 교인들은 당회원 재신임을 묻기 위한 투표를 요구했다. 당회는 이들의 요구가 아닌 교회 투명성을 위해 당회가 자체적으로 재신입 투표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소문이 사실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교회 당회원 재신임을 묻기 위해 임시 공동의회를 여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당회가 공동의회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은 물론 교인들도 당회에 정당한 요구를 할 구조가 아직 작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로교회는 민주적 제도와 3심 재판 과정을 사회에 보급했다고 자부하는 교단이다. 뉴욕장로교회는 이러한 자부심이 제대로 작동하는 교회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바란다. 교회의 머리에 몇 사람이 서려는 의혹을 멈추는 공동의회가 되도록 함께 지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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