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으로 뽑아 달라며 '1억' 제시한 목사
후임으로 뽑아 달라며 '1억' 제시한 목사
  • 구권효
  • 승인 2016.09.10 05: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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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고 빽 없으면 청빙 하늘의 별 따기…'스펙' 보고 뽑아 설교 기회조차 없어"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독교 신문에는 종종 목사들의 일자리 구하기(청빙) 공고가 뜬다. 지면 신문과 달리 인터넷판에 올리는 구인 공고는 돈이 들지 않는다. 기독교 신문 중에도 특히 교단지 인터넷판 게시판이 인기가 많다.

9월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 인터넷판 구인·구직 게시판에 색다른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어느 교회에서 교역자나 관리집사를 초빙한다는 내용인데, 이 글은 그 반대로 자신을 후임으로 뽑아 달라고 하는 내용이다.

이 아무개 목사가 올린 공고. (<기독신문> 인터넷판 갈무리)

은퇴하는 목사가 있는데 교회가 그 목사에게 줄 은퇴비가 고민된다면, 자신이 후임 목사로 가는 대신 1억에서 1억 5,000만 원까지 은퇴 목사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경기권에 있는 건축된(예배당을 소유한) 교회여야 한다. 소개해 주는 사람에게 성의 표시(?)를 한다.

교회를 옮기려는 이 아무개 목사에게 전화했다. 그는 기자에게 "요즘 담임목사로 청빙돼 가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스펙이 안 되면 이력서부터 탈락된다는 것이다. 개척교회 목사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청빙받아 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안 좋은 이야기지만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일반 청빙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유학을 안 갔다 온다든지, 큰 교회 부목사라든지, 스펙에 따라서 담임목사를 뽑으니까. 뭐 스펙 좋은 사람 뽑아 놔도 그런 사람들이 큰 교회에서 사고 치고 그러더만.

공정한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해야 하는데 출발선이 다르다. 나도 총신대 M.Div. 나왔고 4,000명 되는 교회에서 부교역자도 해 봤다. 근데 그런 게 개척교회 목사라는 이유로 다 묻힌다. 난 목사로서 개척은 꼭 한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학 갈 돈으로 개척했다. 근데 나이 드신 목사·장로님들은 '할 일이 없어서 개척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 나도 유학 갔다 왔다면 이거보다 스펙은 더 좋았겠지.

너무 불공평하다. (어느 정도 갖춰진 교회에서는) 스펙을 보든지, 그냥 알음알음 뽑는다. 아버지가 목사·장로가 아니면 일반 청빙으로 가기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설교 기회조차 안 주어진다. 스펙만 보고 일단 3~4명만 뽑으니까."

"서울·경기권의 건축된 교회"로 가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모(아내)가 힘들어한다. 요즘 사모들도 예전처럼 헌신하지 않는다. 그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남편의 아내로서, 그리고 자식들 문제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제 틀이 갖춰진 교회에서 목회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인 10여 명과 개척교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교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이 목사는 "새로 오는 목사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 정도의 돈이 수중에 있는 것이냐고 하자, "하나님이 주셔서 그 정도 돈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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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2016-09-15 07:38:29
이분의 이 무책임한 문제는 이미 윗선에서 다 흐려놓은 사명감 없는 삯꾼들 탓인걸 어찌하겠소? 이렇게 교회를 세속적으로 운영했으니 이제 한국교회는 정말 마지막 막차가 지나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좁은 문, 막차 그래도 놓치지 말고 잘 타시기를 바랍니다.

막차 2016-09-15 07:36:58
이분의 이 무책임한 문제는 이미 윗선에서 다 흐려놓은 사명감 없는 삯꾼들 탓인걸 어찌하겠소? 이렇게 교회를 세속적으로 운영했으니 이제 한국교회는 정말 마지막 막차가 지나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좁은 문, 막차 그래도 놓치지 말고 잘 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