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민주적 뉴욕장로교회를 세워야 할 때
이제는 민주적 뉴욕장로교회를 세워야 할 때
  • 유영
  • 승인 2016.09.14 0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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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난 11일 임시 공동의회 결과를 지켜보며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자연의 변화는 아주 느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10년이면 변한 모습을 인식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현대에 들어서 속도는 빨라졌다. 10년이면 모든 게 변할 시간이다. 개발과 발전을 이유로 강산은 알아보지 못하게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 사는 모습이 담긴 문화, 건물, 거리 등은 말해 무엇할까. 

교회가 겪는 분란에도 10년은 무척 긴 세월이다. 교회 문화와 결정, 방향이 생각보다 더디게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과 결정이 지금의 모습으로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상황을 살피고,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뉴욕장로교회의 10년은 많은 의미가 담겼다. 내부적으로 많은 다툼과 분란이 있었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드러낸다. 담임목사 청빙과 사임을 둘러싼 논란도 다르지 않다. 그저 새로운 담임목사를 두고 결정하고, 이후 일어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공방을 벌인 것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영희 목사가 저지른 불륜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10년이다. 실제로는 더 오래전부터 곪았던 환부가 터져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회에 있으면 당연하다고 여겨 보지 못하는 내부 문화를 되짚어 봐야 한다. 그리고 이유와 원인을 찾아 변화해야 한다. 

한 사람, 소수가 주도하는 교회

10년 전, 뉴욕장로교회는 2000명도 넘게 모였다고 한다. 예배에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하지만 교회는 소수에 의해 운영됐다. 목사와 당회원 몇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을 결정했다. 아니 어쩌면 목사 한 사람의 뜻이 반영되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이영희 목사 시절에 이뤄진 당회 운영을 이야기하는 전 당회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감람원이라는 교회 수양관이 있어요. 연말이 되면 모든 당회원이 그곳에 함께 갑니다. 그리고 목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일렬로 앉아요. 그럼 각자 이름이 적힌 노란 서류 봉투가 하나씩 앞에 놓입니다. 봉투를 열어보면 내년 장로들이 사역할 부서가 들어 있어요. 흔히 말하는 좋은 부서는 1년간 성과가 좋았던 장로가 맡게 됩니다.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이영희 목사 눈도 못 볼 정도로 권위주의가 팽배했으니까.” 

좋게 이야기하면 권위주의고, 정확하게 표현하면 독재를 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1세대 목회자들의 권위적 태도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지도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시대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이니 그러려니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빠르게 가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시대상이 교회에 그대로 침투했다. 대화하고 설득하고, 협의하고 합치를 이루는 민주적이고 토론하는 문화를 힘들게 여기던 시대였으니 별수 없다. 

문제는 흔히 ‘영적 아버지’, ‘제사장’ 등 성경적 권위에 목회자가 권위를 둘 때 일어난다. 우상화, 신격화가 교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으로 일어난 장로교회에서 목사는 가르치고 치리하는 장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약 시대의 제사장을 목사라고 표현한다면, 적어도 장로교회 목회자로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교회 건물이 성전, 성막이라고 말하는 것도 신학적으로 바르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권위주의가 교회를 지배하던 시기, 이영희 목사의 불륜 문제가 드러났다. 이 목사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고, 결국 사임했다. 그리고 몇 교인이 지나가듯 말하는 의혹이 불거진다. “목사의 불륜 문제를 알고 있었던 장로들이 그를 휘두른 것 아닐까.” 현재 당회를 휘두르는 한 은퇴 장로를 지목해서 하는 말이다. 당시 큰 위력을 행사했다. 게다가 그동안 일어난 교회의 큰 결정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니 의심을 사는 건 어떨 수 없다. 

공동의회, 책임을 묻다

지난 11일 열린 임시 공동의회는 교인 대부분이 참여했다. 출석 교인을 500여 명으로 집계하는 상황에서 400명이 공동의회에 참가해 투표했으니 그렇게 볼만 하다. 그러한 공동의회에서 한 은퇴 장로의 도덕성과 책임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는 그가 의사 진행 발언을 할 때 쏟아진 교인들의 야유에서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만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발언권을 얻어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한 집사의 말에서도 드러났다. 

“박현철 장로,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박현철 은퇴 장로는 이영희 목사가 시무할 때부터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0년 넘게 지속되는 교회의 혼란한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교인들은 말한다. 장로에서 은퇴했지만, 이번에 재신임을 얻지 못한 당회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모든 교인이 안다. 오죽하면 교회에서 그를 ‘왕초’ 장로라고 부르겠는가. 

한 교인은 이번 결과를 두고 “이번 임시 공동의회에서 당회원 전체가 재신임받지 못한 것은 이러한 교인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의지와 입맛으로 교회를 움직이려던 상황을 교인들이 막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교회의 머리에 사람이 앉으려 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뉴욕장로교회 공동의회는 이 상황을 바로 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당회원 재신임 투표 후, 개표를 진행하는 뉴욕장로교회 교인들.

건강한 교회 운영을 위해 

물론 몇 사람은 당회원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무정부 상태인 듯한 인상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임시 공동의회를 마치고, 교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박현철 은퇴 장로는 장로교회가 해서는 안 될 불법을 저질렀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현재 당회에 일시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신임받지 못한 장로들이 교회 공표가 있기 전까지 여전히 당회원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권한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음 당회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로 이들에게 권한을 주어 이 사태를 해결한 방안을 임시 공동의회에 상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른 헌법이 중요합니다. 법대로 해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불법을 저지른 공동의회였고, 당회가 없는 교회가 무정부 상태인 듯 표현한 발언에 교인들은 놀랐다. 교단 법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 교단을 탈퇴했을 때, 이미 따라야 할 법이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물론 담임목사도 없는 상황이니 무주공산이 된 교회 운영권이 걱정될 법도 하다. 다음 주 예배에서 누가 대표기도를 할 것인지 발언하는 이도 있었으니 교회에서는 중요한 문제일 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단을 탈퇴하고, 소속 교단이 없는 상황에 놓인 교회에 속한 교인들의 뜻이다.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열망이 담긴 공동의회의 결정을 뉴욕장로교회 중직자들이 잘 살려야 한다. 세대와 남녀 비율을 잘 따져서 교회 내의 의견이 잘 반영되도록 임시 운영위원회를 꾸려 당회가 새로 구성될 때까지 교회를 운영해 가기를 추천한다. 현재 교단 탈퇴로 적용받을 법이 없고, 내규도 불완전해 많은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반영할 새로운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먼저 민주적 교회 정관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 민주적 정관 작성 운동을 10년 이상 진행한 ‘교회개혁실천연대’와 한국 <뉴스앤조이>에서 이와 관련해 <건강한 교회의 기본, 모범 정관>을 작은 소책자로 출판했다. 이를 보고 고민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장로교회를 위해 당회형 모범 정관의 실제도 기술한 부분도 있다. 장로교회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뉴욕장로교회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정관 재정 후, 한인 교회에 모범이 될 좋은 청빙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 8월 7일 담임목사 청빙을 두고 열린 공동의회에서 있었던 슬픈 사건이 반복되면 안 된다. 청빙이 불투명하게 진행된 탓에 일어난 사망 사고였다. 이 역시 한국 <뉴스앤조이>에서 발행한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을 살펴보면 좋다. 민주적인 청빙 방법이 가장 훌륭한 방안이라는 사실을 뉴욕장로교회는 경험을 통해 배웠으니, 교회에 맞게 적용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0년이 지났다. 속도 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을 시간이다. 뉴욕장로교회가 그동안 옛 지도력을 따르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세상에 본이 될 새로운 지도력으로 나가야 한다. 장로교회는 민주적 전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공동의회, 제직회, 당회를 두고 노회, 총회가 모여 여는 회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당회가 교회 중심 기구라고 생각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회원, 장로는 봉사하고 섬기는 직분이어야 한다. 군림하는 자리에 서려는 건 결국 예수에 맞서는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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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2016-10-08 05:29:10
큰교회라고조금이라도소문난교회은다이런모양를세상에다보여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