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쉬쉬할 수 없는 목회자 이중직
더 이상 쉬쉬할 수 없는 목회자 이중직
  • 박요셉
  • 승인 2016.09.16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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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목회: 21세기 목회 모델] 저자 김승호 교수…"신학·성경적 측면에서 진지하게 검토"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2014년 <목회와신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 중 절반 이상이 이중직에 찬성한다. <목회와신학>은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이중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73.9%가 찬성했다. 343명은 이미 이중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66.7%는 한 달에 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걸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한 달 최저생계비는 163만 원이다.

목회자 절반 이상이 이중직을 찬성하는 설문 결과가 나온 반면, 이중직을 공개적으로 허용하는 교단은 단 두 곳 뿐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유영익 목사)는 헌법 자체가 없어 사실상 이중직을 허용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용재 목사)는 연회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이중직이 가능하다. 미자립 교회 담임인 경우, 연회에 신청할 수 있다.

해마다 언론에 목회자 이중직 사례가 소개된다. 택배하는 목사, 대리운전하는 목사, 카페 차린 목사 등이 등장해 이중직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중직 주제로 포럼,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

이쯤하면 이중직 현상을 심도 있게 다룬 전문 서적이 나왔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 권밖에 없다. 최근 발간된 <이중직 목회: 21세기의 대안적 목회 모델>(하명출판)가 유일하다. 이 책은 10년 동안 이중직을 주제로 글도 쓰고 포럼도 연 한 신학자의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이중직 사례를 살펴보며 장·단점을 분석한다. 단순히 생계 문제로 이중직 목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신학·성경·역사적 측면에서 이중직 목회 근거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9월 12일 <이중직 목회: 21세기의 대안적 목회 모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연동교회에서 열렸다. 간담회 전 카페에서 김승호 교수를 만나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과 간담회 때 나온 얘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국내에서 이중직 목회를 다룬 책이 출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이중직 목회 필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2002년 박사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기독교인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교단 내 목회자·교회·교인 수 증감 추이를 살폈다. 목회자와 교회는 늘어나는데 교인은 줄고 있더라. 2008년 영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졸업생 대다수가 전임 사역자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생 중 전임 사역자가 되는 비율은 30% 정도다. 지방은 더 낮다. 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전임 사역자가 되지 못한 졸업생들은 파트타임 사역자가 되거나 교회를 개척할 수밖에 없다. 상가를 빌려 교회 간판을 달고 교인을 모집하며 목회를 시작할 것이다. 개척교회 목사는 교인이 많지 않으니 당분간 경제활동이 어렵다. 모교회나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 교회가 자립해 지원이 필요 없게 되면 좋겠지만, 요즘은 개척교회가 자립할 가능성이 낮다. 생계가 불안해지니 목회자나 부인이 직업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중직 목회가 필요한 이유다.

- 이중직 목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계속 제기됐다. 이 책에서는 신학적 측면에서 이중직 목회 근거를 살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2014년 <목회와 신학>에 따르면, 대다수 목회자가 이중직을 찬성한다. 반면 대다수 교단은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교단이나 신학대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 보지 않고 있다.

이중직 목회를 성경·신학·역사적 측면 등 다각도로 조명했다. 신·구약에 나타난 이중직 목회 예를 살펴보고, 세 가지 신학 개념(만인제사장설, 직업소명설, 하나님의 선교)으로 이중직 목회가 옳은지 점검했다. 이중직 목회가 당연시됐던 초대교회와 미국 건국 초기 교회 사례도 담았다.

- 이중직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들이 읽으면 격려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난 이중직 목회를 하는 목사 중에 스스로 3류 목사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이중직 목회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싶었다. 긍지를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책은 나 혼자 몇 년 동안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조직신학, 성서학, 역사학 등 분야별로 더 많은 자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계기로 여러 분야에 있는 신학자들이 이중직 목회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국내 개신교 교단들도 이제 이중직 목회가 현시대가 요구하는 목회 모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졸업을 앞둔 신대원생에게도 이중직 목회가 오늘날 갑자기 발생한 목회 모델이 아니라는 점과 여러 형태의 목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 이중직 목회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쪽에서는 목회자 자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예장통합처럼 최저생계비를 지원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중직 목회가 목회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느라 설교나 목회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주장인데, 절반만 맞다. 오래 성경을 읽고 연구해 설교를 준비한다고 그 설교가 교인들에게 잘 전달될까. 이렇게 준비했다고 해도 교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삶과 무관하게 들릴 수 있다. 오히려 이중직 목회를 하면 교인들 삶을 이해하고 이를 설교에 반영할 수 있다.

교단 차원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성공회가 목회자 생활비를 지원하는 걸 보았다. 문제가 생기더라. 목회자들이 게을러진다는 점이다. 성공회 내부에서는 우리도 장로교, 침례교처럼 돈을 지원하지 말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예장통합도 미자립 교회 목사에게 100만 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노회마다 차이가 있다. 예산이 많은 곳은 전액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회는 30만, 50만 원만 지원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총회, 노회 예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산이 계속 줄면 지원이 어렵다.

이중직 목회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전임 목회를 보완할 수 있는 목회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주요 교단은 이중직 목회를 아예 금지했다. 이제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진지하게 이중직 목회를 살펴보자는 거다.

김승호 교수는 신학대학원이 학생들에게 여러 형태의 목회가 가능하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사진은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개설한 '선교와 목공 예술' 수업 장면.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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