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교육의 대명사 ‘채플’, 학생에게는 어떨까?
종교 교육의 대명사 ‘채플’, 학생에게는 어떨까?
  • 유영
  • 승인 2016.09.1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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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채플'을 보면서

[미주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한국교회는 학원 선교를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실제로 그러한 행동은 없지만, 말은 그렇게 한다. 초기 선교사들이 사역하던 시기부터 이어진 전통이랄까. 학원 선교를 통한 복음 전파는 기독교가 내세운 중요한 기치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기독교 학교들이 좋은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신분제 철폐와 여성 교육 기회 확장 등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하는 여러 분야에 도움을 주었다. 독립운동가와 민족 지도자 등을 세우는 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기독교에서는 자평한다.

1952년, 그리스도의 교회 선교회 산하 한 고아원 채플 모습

물론 좋은 일만 한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에 앞장서는 기관이 되었고, 해방 후에는 매카시즘 조성 등 그릇된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한몫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학벌 사회를 조장에 동참해 어그러진 사회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평가는 어쩔 수 없다. 학교란 무릇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곳인 탓이다. 산업혁명 후, 도시화가 주도하는 사회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 탄생한 학교의 역사만 살펴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학교로 불리는 미션 스쿨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사회화로 불리는 인재 양성과 함께 종교화가 잘 된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탓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션스쿨의 이러한 노선은 더욱 강해졌다. 과거 지식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을 마감하고 탄생한 현대 학교 제도 아래서도 지식과 신앙이 여전한 가치라는 말이다.

흔히 지식이라고 불리는 학습 제도는 성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제도가 있고, 수학능력평가로 순위를 나눈다. 학생들은 지식 학습을 마치는 고3이 되면 대부분 이러한 줄 세우기를 당한다. 문제는 신앙 교육에서 나타난다. 고등학교 평준화로 학생들은 학교 선택을 할 수 없다. 교육부가 인위적으로 학교를 배정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채플 시간 모습

이러한 제도는 미션 스쿨에 위기이자 기회로 여겨졌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학생들을 전도할 기회였고, 평준화로 인한 종교 교육을 강조할 명분을 상실한 위기였다. 결국 미션 스쿨은 신앙도 성적에 넣어야 했다. 줄 세우기식 평가는 아니었고,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 교과로 넣었다.

교과 선택의 자유가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문제가 컸다. 많은 학생이 반장, 부반장을 하거나 학생회 임원을 하기 위해 교회에 나가야 했다. 학원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와 교단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었지만, 선교 대상이 된 학생 입장에서는 권리 침해였다.

결국 큰 사건이 2004년 터졌다.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군 대광고등학교 강의석 학생의 분투기가 펼쳐졌다. 학생회장이 된 강의석 씨가 서울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학교는 퇴학이라는 최고 징계로 맞섰다. 소송이 벌어졌고, 강 씨는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종교 수업과 채플은 여전했다. 단식으로 투쟁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졸업했다.

2004년 당시 강의석 씨가 종교 강요를 지적하며 진행한 시위와 단식 투쟁

12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은 과연 어떠할까. 미션 스쿨 재단을 이루는 교계 인사들과 학교, 학부모는 이러한 종교 교육을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은 학교의 정책과 선택권 없는 예배, 종교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강의석 씨 사건 이후, 한국 미션 스쿨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근 한 고등학생 감독이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 ‘채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최성락 감독은 미션 스쿨에 다니는 기독교인 학생이다. 그런 그에게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채플은 어떤 의미일까. 최 감독은 “종교의 선택권이 억압받고,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생각에 9분 정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말한다.

2016년 고등학생들에게 채플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과연 기독교가 강제적 종교로 받아들여져야만 하는 것인지 한국교회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큐멘터리 '채플'을 감상하며 깊이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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