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학교, 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할 때
기독교 학교, 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할 때
  • 유영
  • 승인 2016.09.2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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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육과 공공성의 관계 (1)

입시와 채용 단계에서 출신학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 6일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을 받아들여 법안으로 상정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입시원서와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에 출신 학교를 기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출신학교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개인적으로 이 법안을 지지한다. 아마도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던 탓이 큰 것 같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여튼 그 이유로 교육학은 물론 기독교교육 관련 서적을 열심히 찾아보며 공부했다. 교육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아진 탓이다.  

관심을 두고 공부하던 주제로 법안으로 나와 참으로 반갑다.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행해지는 기독교교육을 위해서도 입시와 관련한 내용들이 크게 변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출신학교로 사람이 갈라지는 잘못된 방향을 바꾸기 위한 차별금지법안이다. 이는 기독교교육의 자율성과 학교가 회복해야 할 공공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법안이 나왔으니 지지하는 입장에서 수저를 하나 얹으려 한다. 이를 생각해 보는 글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기자 주

신자유주의 바람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거대하다. 교육 분야도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지난 이명박 정부가 승인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독점한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자율성과 시장성을 담보하는 국가 공인 학교가 등장한 것이다. 더불어 자사고는 교육의 수월성을 내세워 부유층의 지지를 받았다. 

자립형사립고등학교는 일반 고등학교를 정류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때, 서울에서만 학생 수백명이 자사고로 전학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공성은 이러한 추세에 반하는 주장에 자주 사용된다. 자사고 등장에 반대하는 구호도 교육의 공공성이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을 저하하고, 막대한 학비를 지급해야 하는 학교를 교육부가 공인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에서 공공성은 자율성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평행 관계를 유지했다.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면 전체주의로 기울어 개성과 수월성을 상실한다는 주장과 자율성을 강조하면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주장의 대립이었다.

기독교교육에서도 공공성과 자율성은 대립한다. 한국 교육의 특성 때문이다. 미션스쿨로 대표되는 기독교학교의 특성에서 불거진 문제다.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틀에 들어와 교육비 지원을 받으면서 기독교교육의 자율성을 상실한 탓이다. 채플과 종교 교과로 대표되는 두 과목만이 미션스쿨의 설립 명목을 이어가는 추세이다 보니, 기독교교육에서도 공공성과 자율성의 대립 문제는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채플은 미선스쿨에서 행해지는 종교 교육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교육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공교육 시스템에 귀속되면서 종교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는 핑계가 크다. 하지만 실제는 대입이라는 입시 경쟁에 기독교 학교들이 치우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기독교교육은 신앙 교육에 집중하는 자율성 회복에 집중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의 설립 목적을 보거나, 홈스쿨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접하면 교육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드러난다. 기독교 대안학교 중 비인가 학교의 비율(85%)이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교과의 자율성을 위해 대부분이 비인가 학교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개신교는 그 무엇보다 공공성과 맞닿아 있다. 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공동체라는 단어가 이를 잘 드러낸다. 개신교는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렇기에 개신교도 깊게 고민해야 할 공적 영역이 존재한다. 신앙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사적 영역에만 개신교를 한정하기에는 사회 공동체에 끼치는 한국교회의 영향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개신교 인구 비율이 높다. 통계청 인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교회 인구는 86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3%에 달한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개신교 신자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에 비해 개신교의 종교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종교 신뢰도 조사 결과가 이러한 사실을 잘 드러낸다. 신뢰도 19%, 천주교와 불교에 이어 가장 낮은 평가다. 낮은 신뢰도를 보이는 이유로 언행일치 부재와 교회 내 비리 및 부정부패가 꼽혔다.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사회적 과제로 지적됐다. 부도덕함이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못 한다는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초기 선교사가 세운 학교 중 하나인 이화학당 수업 전경. 당시 교육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교육을 통해 여성 지도자를 양성했다. 계급 철폐와 여성 교육은 기독교 학교가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긍정적인 역할로 꼽힌다.

개신교가 한국에 전래되기 시작하고 줄곧 신뢰받지 못했던 것이 아니기에 공공성 회복이라는 주제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개신교는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들어왔다. 부정부패와 혼란한 계급 문제로 사회가 혼란했던 조선 말기였고, 국가의 주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에 유입됐다. 그렇기에 사회가 어지럽고 피폐했던 시기, 한국교회가 주도한 기독교교육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사회성 결여로 신뢰를 잃은 한국교회가 공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를 성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독교교육과 공공성을 간단하게 살핀 연재를 몇 편 올리려 한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가 공공성에 이바지하는 교육을 고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살피려 한다. 이후 학교 제도의 등장 이유와 발전 과정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 학교는 어떤 공적 책임과 역할을 했는지 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학교가 공공성을 회복한 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여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볼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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