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사태는 한국교회의 현주소였다’
‘풀러사태는 한국교회의 현주소였다’
  • 양재영
  • 승인 2016.10.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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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풀러신학교 코리안센터 청빙위원장 제니 박 교수

[미주 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지난 2월 풀러신학교 내에 있는 두개의 한국어 프로그램인 한인목회학 박사과정(KDmin)과 선교대학원 한국학부(SISKS) 교수와 직원 6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발표되면서 촉발된 사태가 학교 측의 사과와 코리안센터 원장 재청빙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풀러신학교 측은 지난 5월말 코리안센터 원장 청빙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청빙위원장으로 심리학 대학원 교수인 제니 박(Jenny Park) 교수를 임명했다. 신학과 선교학으로 양분된 한국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코리안센터 원장을 청빙하는 자리에 심리학과 한인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중립을 지키려는 학교측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미주 뉴스앤조이>는 그동안 풀러신학교 사태에 대해 긴밀한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왔으며, 한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의견을 기사를 통해 반영해왔다. 제니 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풀러신학교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풀러신학교 코리안센터 청빙위원장인 제니 박 교수 ⓒ<미주 뉴스앤조이>

 - 이번 인터뷰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풀러신학교 사태를 명확히 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많은 교수와 스탭들을 구조조정하는 가운데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 측이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 현재 코리안센터 원장 청빙 상황은 어떤가?

지난 5월에 첫 위원회가 모인 후 청빙 공고가 나갔다. 10월 1일로 마감했는데, 약 20여명 정도 지원해주셨다. 한국과 전세계적으로 홍보를 많이 했다. 쉬운 직책이 아닌데,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감사했다.

풀러가 한국 커뮤니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 절실히 깨달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리뷰중이고, 11월 초까지는 간추려지고, 올해 안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 풀러에 코리안 센터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풀러는 오랫동안 한인목회학 박사과정(KDmin)과 선교대학원 한국학부(SISKS) 둘로 나눠져 있었는데, 3-4년전부터 합쳐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눠져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로 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모아졌다. 하나의 우산 아래서 두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좀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히스패닉과 아프리칸 계열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초기에 코리안센터 원장으로 안건상 교수를 선택한 부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개인적 생각으론, 학교측은 안 교수가 신학과 선교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이라 적합한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국어 프로그램이 풀러에 설립되는 첫 단계를 보면 김세윤 박사님의 공이 정말 컸다. 그러한 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번 원장 청빙 공고를 하면서도 ‘그만한 분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드문 분이다. 그 분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데, 안 교수님은 사실 교수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었다.

"한국신학, 진보와 보수의 현주소"

- 이번 사태의 원인에 풀러 내에 있는 두 한국어 프로그램이 신학적으로 하나될 수 없는 것도 한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다.

위원회는 ‘코리안센터의 비전에 적합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자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 신학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저는 심리학과 교수이니 함부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풀러만의 고통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두 프로그램을 보면 한쪽은 신학적, 다른쪽은 실용적 학문이다. 분명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 해도 같은 뜻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중요하다. 풀러가 그 문제를 한번은 다뤄야 한다고 본다.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카 계통 프로그램은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다. 코리안센터와 관련한 이번 사태는 한국교회의  필요성을 확실할 수 있는 중요한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위기이지만, 이를 통해 다시한번 점검을 해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성향이 다른 두 프로그램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 이런 갈등은 한국 교회사를 보면 계속되어온 갈등이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숙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 측을 모두 소화시킬 수 있는 크신 분을 모셔야 한다.

사실 이 직분을 처음 맡았을 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풀러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교회가 소화시켜야 할 문제로 봤다. 소수민족끼리 뭉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기독교도 뭉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교회 뿐 아니라, 신학교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큰 위기이다. 하나님은 역사적으로 이런 위기를 통해 우리를 순결케 하셨다. 두 프로그램이 하나가 되어 일을 해 나갈때 한국교회의 모범이되고,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미국 신학교가 한국어 프로그램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많았다. 소위 장사가 잘될 때는 대우가 좋다가 어려워지니까 예우없는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성토가 적지 않았다.

이해가 된다. 그동안 미국 신학교 중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이 세워진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한국어 과정은 다른 인종들에 비해 소수 민족이다. 아시안 커뮤니티도 작은데, 그중 한국 커뮤니티가 풀러 안에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실, 학교 측의 문화적, 정치적 결정이 아쉽고, 야속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소수자로서 그런 것을 이겨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 큰 위기를 맞았지만, 학생과 스탭, 교수들이 하나로 뭉쳐 우리가 요구한 것 중 상당수가 받아들여졌다. 미국 신학교도 한국인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새롭게 청빙될 코리안센터 원장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두 한국어 프로그램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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