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논의를 살려야 한국교회가 산다
공공성 논의를 살려야 한국교회가 산다
  • 유영
  • 승인 2016.10.27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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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육과 공공성의 관계 (5)

4부에서 이어짐

시대정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이해를 바탕으로 맹목적인 내면화를 하려고 하는 집단이 나타날 때 시대정신의 무서움은 드러난다. 다음은 <뜻으로 본 통일 한국> 저자 구교형 목사의 지적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로 지적되는 이른바, '일베 현상'이 대표적인 징조이다.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자행되는 인종, 여성 혐오와 지역 차별, 맹목적인 강자 추종은 민중이 경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포스트모던 사회의 메시지에 충실한 사람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대를 역행해 파시즘을 추종하는 태도까지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이해가 교회에도 가득하다는 데에 있다. 교회 역시, 여러 가지 혐오와 차별, 강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것처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더불어 시대정신인 포스트모던 주의가 교인 개개인에게 거대한 담론을 던지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부채춤과 난타 등을 펼친 한국교회.

하나님과 개인 간의 직통 계시 문제로 하나님의 말씀을 내면에서 해석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예를 들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성소수자 혐오에도 이러한 자의적 해석은 크게 작용한다. 다음은 <뉴스앤조이> 기사의 한 단락이다. 

“리퍼트 미 대사가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을 당시, 하나님의 치유 능력으로 낫기를 기원하는 부채춤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 대사를 비롯한 많은 대사가 동성애 축제에 참석한 것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성애 지지를 표하자 반대하는 부채춤 행사와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리퍼트 대사가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퀴어퍼레이드에서 반대 시위로 부채춤과 난타를 선보인 한국교회.

이뿐만이 아니다. 개신교 계통 NGO 단체 사무국장은 서북 청년단 발족의 중심인물이 되어 세월호 추모 행사장에 걸려 있던 노란 리본을 거두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떠한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논의에 어떠한 편에 서야 한다는 논리가 사회와 교회에 가득하다. 사랑을 강조하지만, 사람과 생명, 세상을 향한 교회의 공감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교육 필요

공감 능력 저하는 학교에서 길러진다. 실제 기독교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학교가 학생을 공감보다 비공감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은 탓이다. 원래 학교 제도는 산업 노동자와 중간 관리자를 위해 출발한 한계가 명확하다. 뒤늦은 산업화로 빠른 성장을 추구한 한국의 학교 현실은 이러한 목적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거기에 성적과 서열을 통한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은 자라며, 성과 보상도 이에 따라 받게 된다.

기독교 교육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간성 회복과 학생 중심 교육의 가치로 말이다. 공감 능력을 길러주고, 하나님이 창조한 때의 모습을 회복하기 바라는 진정한 인간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학교 교육이라는 교과 과정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없다. 산업을 위한 태생의 한계를 벗어난 인간 육성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기독교 학교의 자율성과 공공성 회복

산업화가 고도화 되면서 ‘대학 진학’ 중심이 된 학교 제도가 가장 큰 폐해가 되었다. 한국의 모든 교육이 여기에 귀속된다.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진학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술, 체육 교육 등은 이미 존재 가치를 상실한 교과가 된 지 오래다. 

산업화와 대학 교육 중심을 벗어나기 위해 탈학교를 주장한 이반 일리히(Ivan Illich)의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회 진출을 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에서 출신학교 명시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학교 제도가 산업화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정상적 교육 과정을 지나, 대학을 졸업해야 취업이 가능한 사회 구조이기 때문이다. 

학력으로 직업군이 정해지고, 흔히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로 몇몇 사람만 살기에는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고, 기독교 교육은 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대학 입시 중심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도입도 더 쉬워질 수 있다. 세금의 재분배가 교육 분야에도 일어날 수 있다. 

스웨덴의 학교 풍경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의 예를 찾아 생각해 보도록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덴마크와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경우, 다섯 가정이 모이면 학교를 열 수 있는 교육 복지 법안이 있다. 공교육에 위탁하면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교육을 원하는 경우, 정부는 시민 주도의 교육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벗어난 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비용의 70%를 국가가 보조한다. 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침해가 심하지는 않다. 이러한 법적 근거는 차별금지법과 교육법, 고등교육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른 가치를 교육하고, 민족, 정치, 인종, 성향으로 차별받지 않을 법의 기반 위에 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이 시행되어, 자율학교를 지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중등교육 전체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해 무상으로 교육받도록 해야 한다. 세금으로 교육 가능한 구조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기독교 교육과 세계관 교육을 강조하는 기독교 대안학교가 더 잘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북유럽형 자율학교 제도 설립이 가능한 구조가 되면 사회적 양극화 개선과 기독교교육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현대적 공공성을 이루어 갈 수 있다. 

민주적 가치의 공공성을 위한 교회, 교육

공공성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신앙을 중심으로 공공성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현대 한국 사회의 공공성 논의는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도래로 산업화와 학교가 묶여 있는 공교육 제도를 생각하며, 이를 넘어서는 교육적 담론을 논의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근대 국민교육 제도가 확립되면서 학교는 교육의 중심 역할을 했다. 공교육 제도는 학교를 국가가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기독교 교육은 많은 힘을 잃었다. 이전 세대 기독교 교육이 사회를 변화하는 힘이었는데, 공교육 범주에 들어간 기독교 교육은 양극화와 차별의 중심에 선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출신 학교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의 기자회견.

칼빈은 진리를 제외한 모든 제도가 계속해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는 이러한 개혁을 교회에도 요청하고 있다. 교회는 학교 교육을 통해 이러한 숙제를 풀어갈 수 있다. 공공성 회복을 위한 교육적 논의를 키워야 한다. 의무교육 제도와 무상 교육, 출신학교 명시 금지 등 제도를 만드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언제나 교회는 사람을 기르기보다 서열과 경쟁심을 길러 양극화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시대적 요청에 따라 변하는 공공성을 기독교 교육이 확보할 수 있도록 논의를 끌고 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는 사회에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공의를 세워가는 청지기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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