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최순실에 무력한 교회 세속화·미신화 참회"
"최태민·최순실에 무력한 교회 세속화·미신화 참회"
  • 구권효
  • 승인 2016.11.06 0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수 소장파 목회자 114명 시국 선언 "문제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목회자 114명이 11월 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목회자들은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지목하며 "마치 유신 시대나 제5공화국으로 회귀하는 듯한 망국적 사태 앞에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라고 외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114명 중 109명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4명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1명은 한국성서침례회 소속이다. 보수 교계를 대표하는 교단 목회자들이 뜻을 모아 선언문을 작성한 것이다. 사랑의교회출신목회자협의회(사목협·김만형 회장)가 중심에 섰다.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와 같은 대형 교회 목회자부터 오준규 목사(낮은마음교회)처럼 작은 교회 운동을 하는 목회자까지 마음을 같이했다. 전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김명호 목사(일산 대림교회)도 이름을 올렸다.

목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 앞에 엄중하게 각성하며, 여론 호도를 멈추고 어떤 의구심도 남지 않게 고백하라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비선 실세와 대기업 거대 자금 모금에 대해 야당과 거국적으로 합의해 특검을 도입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숨김없이 규명하라고 했다. 검찰과 사법부를 향해서는, 국정 농단 의심을 받고 있는 청와대 전 비서관들과 비리 연루 의심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다음 정권에서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에 따라 엄중히 심판하라고 했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을 바르게 보도하지 않고 논점을 흐린 KBS·MBC 등 공영방송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사과 방송을 하라고 했다. 전경련과 대기업도 이번 사태를 반성하고 윤리 경영 선언문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무엇보다 한국교회 주류 목회자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선지자적 목소리를 낮춘 결과라고 고백했다. 최태민 같은 사이비 목사를 용인하고, 최순실 모녀가 교회 출석과 사이비 점술을 병행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력한 작금의 교회와 교회 세속화·미신화를 깊이 참회한다고 했다.

시국 선언을 주도한 사목협 총무 김경옥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 사회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가진 개신교 목회자들이 많았다. 시국 선언을 하자는 데 다들 흔쾌히 동참했고, 젊은 부교역자 20여 명도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현 시국에서 개신교의 책임과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시국 선언문 전문.

현 시국을 염려하는 목회자들의 시국 선언문
"더 용감하게 증언하지 못했고, 더 진실하게 기도하지 못했으며, 더 즐겁게 믿음으로 살지 못했으며, 더 뜨겁게 사랑하지 못한 데 대하여 우리는 자신들을 책망합니다."
1945년 10월 19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독일 교회는 히틀러와 나찌의 정치적 동반자 또는 침묵자가 되었던 그 위험한 죄책을 회개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되었던 슈투트가르트 죄책 고백은 오늘 한국교회가 다시 고백해야 할 역사적 함성이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주류 목회자협의회가 정치권력과 결탁하며 선지자적 목소리를 낮춘 결과 오늘날 한반도의 나침반이 바른 방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태민 같은 사이비 목사를 용인하고, 최순실 모녀가 교회 출석과 사이비 점술을 병행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력한 작금의 교회와 교회의 세속화와 미신화를 깊이 참회하고 회개하며 다음과 같이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다.
1. 한반도를 비상한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엄중하게 각성하라!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따른 취임 선서를 국가와 국민과 역사 앞에서 다시 한 번 엄중하게 고백하고, 모든 불법과 탈법과 편법을 더 이상 호도하지 말고 어떤 의구심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고백하라!
제69조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3.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무엇보다 한반도의 나침반을 일그러뜨린 비선 실세와 대기업 거대 자금 모금에 대한 의구심을 야당과 특검법을 거국적으로 협의하여 역사와 국민 앞에 숨김없이 규명하라!
4. 대한민국 사법부와 대검찰청은 국정 농단의 의심을 받고 있는 청와대 전 비서관들과 비리 연루 의심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다음 정권에서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에 따라서 엄중히 심판하라!
5. 국정 붕괴를 초래한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국정 붕괴를 경계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통렬한 심정으로 국민 앞에 대오각성하고,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강고하게 묻고, 국정 정상화를 위해 거국적으로 협의하라!
6. 전경련과 대기업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반성하고, 헬조선이라고 외치며 분투하는 한반도의 젊은이들과 회사를 위해 인생을 헌신한 4050 장년 세대들이 일터를 지킬 수 있도록 윤리 경영 선언문을 발표하고 실천하라!
7.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바르게 보도하지 않고 논점을 흐렸던 KBS, MBC 등 공영방송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 방송하고, 이 참담한 사태를 기회 삼아 사회의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을 각성시키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라!
마지막으로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마치 유신시대나 제 5공화국으로 회귀한 듯한 망국적 사태 앞에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라고 외칠 수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췄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도자의 엄중한 책임을 강조하는 다음의 성경을 깊이 새기며 국민을 위한 중대한 구국의 길을 결단하기 바란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물어 가고 또 해치느니라." (요한복음 10:11-12)
2016년 11월 4일 
현 시국을 염려하는 개신교 목회자 모임
강기수 강문구 강선웅 강영구 권순민 권유진 길성운 김건우 김경옥 김광석 김기민 김대로 김대조 김만형 김명호 김바울 김사라 김선호 김성연 김영아 김인용 김정두 김정윤 김종성 김철수 김청수 김향경 김현웅 도춘자 마상구 박남규 박성철 박수현 박은석 박준호 박형철 방진호 배준영 설창석 성충만 손정욱 손진원 손하람 송경희 신종철 신태웅 안경희 안환균 양순웅 염영기 오예성 오종향 오주환 오준규 온기섭 왕재천 유성은 유창훈 유형준 윤상원 윤영준 윤희민 은주성 이강택 이광환 이권희 이기동 이기용 이동훈 이면수 이상훈 이승열 이용식 이윤형 이인호 이일형 이정식 이정화 이지찬 이지함 이찬수 임모세 임병재 임세휘 장세화 장지훈 정갑신 정관교 정광명 정찬용 정창욱 정현 조사무엘 조상원 조용숙 조영민 조정환 조태성 주은석 진원만 최명혜 최정권 하광민 하진호 한규성 한승우 한원민 한정식 현상웅 홍성태 홍은수 홍태규 황인명 황정회 (이상 114명)
※ 명단에 있는 박성철 목사는 사랑의교회 출신 박성철 목사가 아님을 알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