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시대적 현실을 진단한다
교회의 시대적 현실을 진단한다
  • 유영
  • 승인 2016.11.1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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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열린말씀컨퍼런스 목회자 리더십 포럼 (1)

교회는 건물이 아닌 성도의 연합과 교통, 그 자체다. 그런 교회는 늘 미래를 고민한다.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교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말씀대로 살면 된다고 말할지 모른다. 정작 교회는 모호한 이 말에 동의하면서, 다시 묻는다. ‘말씀대로 산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하고 말이다.  

‘공허한 질문과 구체적 대답’ 논쟁을 앞에 둔 교회가 보여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러한 담론을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가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열린말씀연대가 진행한 열린말씀컨퍼런스 ‘배움의 공동체로 부르심’이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필라델피아에 있는 기쁨의교회, 챌트햄장로교회, 임마누엘교회에서 진행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특별히 리더십 포럼을 함께 준비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목회자들과 함께 ‘변화 지향적 리더십을 향하여’를 중심으로 여러 주제를 논의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번 목회자 포럼에서 진행한 논의들을 매일 하나씩 자세히 전달한다. 한규삼 목사(뉴저지 초대교회)의 기조강연 ‘교회의 시대적 현실을 진단한다’를 첫 주제로 시작해, 설교와 제자 교육, 다음 세대, 선교 논의를 이어간다. 각 주제별 논의는 영상으로도 전달할 예정이다. - 기자 말

기조강연자로 나선 한규삼 목사.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시대가 변했다. 학생들은 학교 일 때문에 교회에 출석하지 못한다. 학교 일이 거의 매주 있다. 부모도 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교회 부교역자 한 명이 부모에게 말했다. ‘마칭 밴드 중 다수가 우리 교회 아이들인데, 주일에 못한다고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결국 그렇게 못 했다. 그게 현실이다. 

젊은이들도 바쁘다. 둘째 아이가 직장 3년 차인데, LA에서 일한다. 10시간에서 12시간 일한다.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잔다고 한다. 교회에 있는 수많은 젊은이가 그렇게 산다. 소규모 사업을 경영하는 교인들도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지낸다. 그래야 사업이 유지된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배웠던 신앙 습관과 프로그램, 제도가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게 맞을까. 우리 목회자들이 자란 상황에서와 같은 방식의 신앙생활을 요구하는 것이 교인들에게 바른 답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 시대를 진단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정체, 감소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도 붙들고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사회학적 모델을 살펴보자.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분석한 사회학적 모델을 잘 분석한 학자가 많지는 않지만, 교회가 사회의 호응을 잘 얻는 방법으로 ‘적절성’과 ‘변혁성’을 잣대로 분석한 좋은 모델이 있다. 

‘적절성’은 교회가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 부합하는가를 묻는 말이다. ‘변혁성’은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교회가 제시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적절성과 변혁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한국교회는 여기서 빗나갔다. 이민 교회는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과연 그 사회 구성원이 필요한 것을 교회에서 제공하는 적절성이 있나. 교회가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나. 진단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중심으로 초기 한국교회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 한국교회는 놀라운 열매를 거두었다. 일제강점기 초반까지는 누가 보아도 좋은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교회 초기 문제를 살펴보면, 교회는 적절성과 변혁성을 모두 갖췄다. 적절성을 먼저 돌아보자. 교회는 사회가 필요로 했던 소망과 배움터, 위로를 제시했다. 성도가 모여 많은 것을 나눌 힘도 주었다. 당시에는 분명 사회에 필요한 것에 부합했다. 

변혁성도 살펴보자. 당시 사람들은 교회를 통해 사회가 잘 될 수 있겠다는 확신도 했던 것 같다. 교회는 교육과 사회 가치를 유도했다. 저는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는데, 공부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접했다. 사회보다 교회의 삼권 분립이 먼저 정립되어 있어서 법이 교회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성 문제도 사회보다 앞서 있었다. 거의 확실하게 변혁을 주도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거의 확실하게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목회자 리더십 포럼에는 60여 명의 목회자가 참석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변화하는 교인과 변혁적 목회 리더십을 위한 이슈

교회는 사회로부터 호응받지 못한다고 진단해도 괜찮을 것 같다. 사회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목회자는 어떻게 변화를 지향하고 이끌어 가야 할까. 목회에 초점을 두고, 이 문제를 고민해 가면 좋겠다. 

주일에 있었던 일이다. 청년 중심의 교회에 있다가 나이가 들어서 우리 교회로 온 새가족 부부를 만났다. 설문조사를 하는데, 난생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교회에 목사와 리더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어떤 제도가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늘었다. 우리 세대에서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생각했더라도 표현하지 않던 일이다. 시대가 변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우리 목회자는 어떠한 변화를 지향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목회자가 어떻게 세상의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를 고민하려고 모였다. 이 질문은 목회자 자신도 이 부분에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 보라며, 우리에게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먼저, 목회자는 설교를 통해 어떻게 이시대를 변화 시도할 것인가 물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목사의 설교를 진단해 봅시다’라는 질문이다. 이 시대의 변화에 목사의 선교가 민감한가 스스로 질문한다. 

두 번째는 제자훈련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상을 변화합시다라는 말은 ‘우리가 제자훈련을 잘하고 있는가’, ‘과연 우리의 제자훈련은 성경적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시대를 변화하려면 ‘우리가 과연 다음 세대를 아는가’를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선교다. ‘과연 우리는 선교 잘하는 목사인가’, ‘선교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를 다뤄야 한다.

한규삼 목사는 기조강연 이후 다뤄질 설교, 제자훈련, 다음 세대, 선교를 짧게 분석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비교되는 설교자의 시대

설교하기 참 힘든 시대다. 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CBS의 ‘세바시’만 봐도 알 수 있다. 15분 강의하는데, 콘텐츠의 충실함과 전달력의 화려함, 주제의 명확함이 너무 선명하다. 교인들은 어쩔 수 없이 목사들의 설교와 비교한다.

이는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배우자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외모로 상위 100명에 드는 사람과 비교하고, 상대방 마음에 들 수 있겠는가. 목사들도 같다. 세상에서 가장 말 잘하는 교수, 강사와 비교 받아야 하는 시대에 산다. 

표절 시비도 심각하다. 어떤 분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목사 중 표절 시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목사도 다른 목회자 설교를 들어야 한다. 그 설교를 통해 우리도 보충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교 프레임과 내용, 주제 등이 여과 없이 내 것이 되기도 한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한다. ‘너무 많은 설교를 듣다 보니 이 내용이 어디서 온 건지, 누구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목사가 해야 할 사역은 많다. 사역이 많으면 설교 준비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다. 교인들이 만족할 설교를 준비하기 부족한 시간이다. 그럼 설교 표절 유혹에 빠진다. 시대가 발전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들어서 지식을 채우는 시대에서 표절 이슈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설교를 준비하고, 설교로 변화를 시도하는 목회자가 짚어봐야 할 설교란 무엇일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목사가 설교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변화하게 하려면 설교의 향상이 굉장히 중요하다. 설교가 주는 충격과 영향 없이 교회의 단합이나, 공동체 형성, 증거 공동체로 바뀌기 어렵다. 시대적 요구와 교인들 귀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목사들의 일도 늘어간다. 과연 이 시간에 어떠한 설교를 준비할 수 있을까. 굉장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성경적 제자훈련과 배워가는 선교

두 번째로 제자훈련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복음서의 이야기는 예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동시에 제자들의 이야기다. 신약성경 전체를 보면, 바울 서신이 먼저 쓰였다. 케리그마가 먼저 선포된다. 속죄와 대속, 칭의와 성화가 먼저 서신으로 쓰이고, 복음서가 기록됐다. 이미 케리그마로 알려진 복음이 복음서를 통해 어떻게 예수의 삶에 펼쳐지는지 볼 수 있다. 

결국, 복음서 자체에 제자도가 담겨 있다. 복음서를 이야기할 때, 예수의 이야기 뒤에 제자들의 이야기가 깔렸다고 본다. 함께 하는 삶이었다. 이는 누가복음이 가장 잘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 누가복음에서 예수의 수난 이야기 가운데 누가가 독특하게 정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휘장이 찢어질 때 가운데에서 트더진다. 마태, 마가복음에서는 위아래로 갈라진다고 표현했다. 

이 말씀은 제자들이 십자가 사건 가운데로 끌어들인 후, 삶의 현장, 세상으로 뻗어져 나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도행전으로 연결된다. 우리 시대 제자도는 어떤 프로그램이나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제작물에 멈추면 안 된다. 어떻게 예수를 모델링해야 하는지, 어떻게 예수를 잘 따를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선교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시대에 목회적 리더십이 어떻게 선교를 이끌어 가고, 변화할 것인가 고민한다. 우선 목회하기 전에 선교를 먼저 배우면 좋겠다. 선교에 관한 가장 큰 걸림돌은 담임목사가 선교를 잘 안다는 착각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선교를 잘 모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계속 배우고, 선교의 방향과 정책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본질로 돌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수많은 선교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이 일도 이민 교회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민 교회는 특성상 지역 공동체를 섬기기 쉽지 않다. 제가 담임하는 교회 이름이 초대커뮤니교회회인데, 커뮤니티에서 하는 일이 많지 않다. 펀드를 조성해서 인근 소방서, 경찰 돕고, 주변 학교 장학금 주는 것 외에는 없다. 2세대가 더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1세대 한인의 경우 한계가 많다. 게다가 1세 교회에서 커뮤니티로 가야 할 선교 자원까지 해외 선교로 가고 있다. 커뮤니티 자원까지 선교로 나가니 이를 살펴야 할 목회적 책임이 더 크다. 

다음 세대 교육과 리더십 세우기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 교육과 리더십 문제가 있다. 요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간 청소년 중 25%만 교회에 나간다는 조사가 있었다. 전체 대학생이 아니다. 아이들 교육을 잘한다는 교회에서 축복하며 졸업한 아이 중 25%만 교회에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음 세대 교육을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대를 교육은 이민 교회에서 중요한 관심사다. 막 시작해서 성장하는 교회에 가면 두 가지를 고민하다. 교회 장소와 좋은 2세 교역자를 어떻게 만나서 다음 세대를 교육할 것인가. 공통적인 고민이다. 적은 인원이 모이는 교회도 같은 고민이 있다.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한다.

다음 세대 리더십 세우는 일에도 어려움이 있다. 2세대 목회자들이 1세대 목사를 대하는 감정이 좋지 않다. 2세대 목회자가 모이면 ‘1세대 교회로부터 빨리 분리되는 것이 목회가 잘되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교회에서 한 사역 중 가장 좋은 결과는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제가 교육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문가가 아니었던 탓이다. 교육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들 의견을 존중해서 사역을 이뤄갈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2세 목회자와 소통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1세 교회가 나가는 방향을 2세 교역자와 가장 먼저 소통했다. 토의하는 가운데 방향을 정했다. 소통 중심으로 목회를 이끌었다. 대단히 효율적이었다. 어른들과 교육부가 유기체적 관계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저는 다음 세대 교육을 깨달았다. 다음 세대 교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치는 누가복음 1장 1~3절이다. 누가가 어떻게 자기가 복음서를 쓸 수 있었는지를 기록한다. 간접 목격자인 누가가 직접 목격자나 쓸법한 복음서를 어떻게 썼을까. 

누가는 정말 많은 자료를 공부해서 성경을 기록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차례대로 썼다고 한다. 잘 전달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의미다. 더 중요한 건 1절이다.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가 저술한 내용이 우리 가운데 이뤄진 사실에 대해 저술하려고 했다고 기록한. 

가장 큰 도전이다. 누가는 공부했고, 노력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로 앞선 세대가 자신에게 전달한 복음이 자기 안에서 그대로 검증됐다고 한다. 자기가 전달받은 대로 검증되었고, 그 내용을 그대로 써서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이게 기독교이고, 기독교 증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독교는 2000년 전 예수의 십자가를 목격한 사람보다 그 뒤에 증언하는 사람이 그를 능가하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이 전해 준 것을 내가 경험한다. 그리고 전해준 것과 나의 경험이 더 해진다. 

다음 세대 교육에 이러한 꿈과 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늘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약하고 미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의 원리는 그렇지 않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확실한 목격자로 세워지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도 그렇게 자라왔다. 그렇기에 다음 세대에도 같은 기대를 걸어야 한다. 

이제 이 주제들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이들이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발제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변화를 지향하는 목회적 리더십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2부 노진준 목사의 '복음적 변화를 설교하는 리더십'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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