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구약의 하나님을 안다고?
우리가 구약의 하나님을 안다고?
  • 양재영
  • 승인 2016.11.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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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 목사 신간 [알 수 없는 분] 출간 인터뷰

[미주뉴스앤조이(LA)=양재영 기자] LA 향린교회 곽건용 목사의 신간 <알 수 없는 분>(꽃자리)가 출간됐다.

창세기의 열두 에피소드를 통해 역동적이고 살아움직이는 하나님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 이 책은 신학적 이해가 부족한 평신도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쓰여졌다.

그렇지만, 쉽다고 방심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곽 목사는 이전에 발간한 책과 설교에서 주장해온 것처럼 ‘성경 무오류설'을 거부하고 있으며, 구약의 야훼 하나님을 ‘부족신'으로 이해함으로 정통으로부터 거리를 둔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통해 복음주의자들의 편협한 이해에 대해 비수를 날리기도 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한국에서 신간 출판회를 마치고 돌아온 곽건용 목사를 만나 나눈 구약성서에 대한 그의 명쾌한 해석을 소개한다.  

곽건용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 우선 신간 출판을 축하드린다. <알 수 없는 분>이란 제목이 재미있다. 간단히 소개해달라.

사실 제목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가 글을 읽고 도움을 줘서 정한 제목이다. <알 수 없는 분>(The Unknowable)이란 말은 오래전 중세 때부터 교회에서 하나님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하나님은 성서와 역사, 자연을 통해 계시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하나님은 ‘알면 알수록 더 알수 없는 분'이란 깨달음이 중세시대부터 있었다. 즉, 하나님은 무언 가에 갇힐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하나님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면 영성이 깊어진다. 하지만,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오만에 빠지게 된다.

보수적 복음주의 계열에서는 성경을 완전하고 부족함이 없는 계시라는 교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신비하고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너무 인간적인 생각에 가둬 놓는 것이다. 성서가 귀중한 책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수사적 표현은 되겠지만, 그걸 교리로 만들어 성서 밖에서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 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이 깃들어 있지만, 글을 쓴 사람, 전승한 사람, 읽는 사람을 통틀어 다이나믹하게 역사하신다고 본다. 사람이 자기의 신앙고백과 경험, 역사적 사건, 자연 속에서 느끼고 감탄하고 찬양한 것이니 사람의 책이다.

하나님의 영감이 작용된 사람의 책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사건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약성서를 하나의 큰 이야기(네러티브)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안에는 시, 잠언, 법전 등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구약성서 중 창세기에 나와있는 12가지 에피소드를 선택해 그 이야기를 설명해 놓은 것이다.  

하나님은 그 이야기의 감독이지만, 출연도 하시는 분이다. 출연자로서 하나님은 그 스토리에서 역할이 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주의할 것은 무대 밖에서 하나님이라는 감독의 연출을 먼저 보지 말고, 무대 위에서의 하나님의 역할을 봐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지어는 정통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 일부에서 주장하는 '성경 무오류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성경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가급적 ‘성경 무오류설'을 언급하지 않는다. 소속된 교단이 공식적으로 반대하니 침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학교들도 성경이 절대적으로 오류가 없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 성경무오류설과 대척점에는 구약 폐기설이 있고, 구약의 하나님을 ‘부족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분> (곽건용 저 / 꽃자리)

나는 구약을 폐기하자는 말에는 1%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구약성경이 그려내고 있는 신이 ‘부족신’이라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구약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가장 강조해 왔다고 본다.

사람의 지식이나, 정신은 계속 발전해 왔다. 자기들이 겪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한걸음씩 나아갔는데, 종교에서도 비슷한 발전과 변화를 겪어왔다. 구약 성서는 1천년 이상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하나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라는 두개의 커다란 문명 사이에 있는 조그만 나라였다. 또한 주전 3천년 경은 다신교 사회였다. 도시국가마다 자기들을 지켜주는 신이 있었다. 각자 자신의 신을 믿었지만, 전쟁에서 이기면 패배한 종족의 신은 없어졌다. 그것이 구약성서 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 고대 중동 지방의 기본적인 신관이었다. 이스라엘은 야훼가 종족신이었다.

- 야훼는 부족신이지 보편적 신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야훼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만,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이 처음부터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구약성서 말기에 가면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다. 특히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고 난 후 급변하게 된다. 통상 전쟁에서 패배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벨론 신을 믿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야훼 하나님이 약해서 졌다’고 믿지 않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된다. 그리곤 ‘하나님이 주신 계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졌다'라는 자기반성을 한 것이다. 새롭게 자기를 정화시켰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 하나님은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를 버리고 얼마든지 다른 종족을 선택할 수 있는 분'이란 것을 알게 된다. 점점 보편적인 신에 대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구약성서 시대에는 보편적 신에 대한 생각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걸 완성시킨 것은 그리스 신학, 구체적으로는 단자론, 즉 유일신 사상에서 왔다. 그걸 유대민족과 초대교회가 받아들이면서 보편적 신을 완성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아담 때부터 유일신을 믿었다고 주장하면 아무것도 설명이 안된다. 야훼가 많은 신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신성모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이 부족신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졌던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생육과 남색이 핵심 문제"

- 책 소개를 보면 부록에 동성애와 관련한 색다른 해석을 제시했다고 하던데...

흔히 사람들은 구약성경이 동성애를 금지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분명 성경에 그렇게 써있다. 그런데, ‘왜 금지하는가?’에 대해서는 대답을 못한다.

나는 동성애 금지의 목적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계명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난의 이야기’(창세기 38장)를 보면 오난은 형수와 동침을 하되 질외사정을 했다. 정액을 땅바닥에 쏟았기 때문에 죽었다.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는데, 자꾸 사정을 하면서 낭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구약성서는 ‘동성애’가 아닌 ‘동성간의 섹스’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남자와 남자의 섹스만을 이야기한다. 여자들의 동성애를 금하는 것은 성경에 없다. 남색만을 이야기한다. 동성애 금지가 아니고, 남자들끼리의 섹스를 금하는 것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것이다. 여자들은 정액을 낭비하지 않는다.

구약이 금하는 것은 동성간의 플라토닉 사랑이 아니라 동성간의 섹스이다. 나는 동성애와 동성 간의 섹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그럼 오늘날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구약성서가 선포되고 지켜졌던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상황에 비춰 그 계명을 이해해야한다. 시간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3천년전에 옳다고 생각되었던 것을 지금 21세기에도 그대로 적용되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고 그때 그런 계명을 주신 취지와 목적을 파악해서 지금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성서학자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미 성서를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진지하고 정직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겠다.  

- 최근 트럼프 당선에 한인들을 포함한 복음주의 계열의 절대적 지지가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는 ‘낙태’와 ‘동성애’ 문제가 핵심이슈였는데…

곽건용 목사가 신간 <알 수 없는 분>를 소개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솔직히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장을 백업하기 위해 성서를 꿰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서가 다르게 말했어도 그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성서에는 다른 구절도 많은데, 그들은 그것들을 다 무시하고 있다.

특히 예수님의 말씀을 다 무시하고 있다. 예수님은 온갖 사람들을 차별없이 다 받아주셨다. 그중에는 동성애자와 문둥병자, 소경들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그들은 모두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예수님이 받아주셨다는 것이 지금 21세기 사는 우리에게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가는 물어보지 않고, 자기 아젠다를 지지하는 이야기만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더 성서 말씀대로 산다고 생각한다.

복음주의 계열의 가난한 백인, 바이블 벨트에 사는 사람들은 힐러리만 아니면 누가 나와도 찍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트럼프가 나와도 찍은 거지, 트럼프이기 때문에 찍은 것이 아니다. 자기 아젠다를 지지해주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온갖 추행을 벌인 트럼프같은 놈도 찍은 것 아니겠는가?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쓸 때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내러티브, 즉 설화비평으로 쓰여졌다.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버리고,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하나님, 우리가 보지도, 알지도, 깨닫지도 못했던 하나님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성경이라는 무대 뒤에서 감독하는 하나님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엿보려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하나님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 많은 다른 학자들의 해석도 언급하지만, 내가 처음시도한 내 생각을 표현한 점도 많다.나의 생각에 반대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이유가 확실해야 한다. 그냥 성경에 쓰여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성경에는 다른 간접적인 이야기가 많이 존재한다.

또한, 남의 말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겠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상식은 있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만 특화하여 고집을 부리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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