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기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최순실 기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 김동문
  • 승인 2016.11.1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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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기도 제목으로 한국교회 다시 읽기 - 3]

지난 달 10월 28일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박근혜, 최순실 언니의 자녀 결혼식에도 갔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 직후, 나는 최순실, 최순득 자매가 교회에서 서리집사로 임명받았던 것을 확인했지만, 보도하지 않았다. 그 A교회에 얽힌 이야기도 드러내지 않았다. 최순실 씨의 기독교 종교 생활에 대해 더 넓게 깊게 짚어보기 시작했다. 최 씨의 신상털기가 목적이 아니었다. 나의 관심은 그들이 아니라 교회였다. 교회는 최 씨에 대해,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 어떤 책임이 있는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짚어보는 과정이었다.

최순실, 최순득 두 사람을 서리집사로 임명한 교회의 처지도 이해가 되었다. 그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교회들의 비슷한 모습이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서리집사로 임명하는 경우가, A교회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에게 교회의 중직을 맡기는 그런 경우와는 비슷한 듯 다른 경우로 다가온다.  

세 번의 꼭지 글은, 최순실 씨의 기독교 종교 활동 가운데, 최근 가장 긴 기간 관계를 가졌던 A교회에서의 활동을 흔적을 짚어보는 것이다. 알려진 것은 최순실 씨가 정윤회 씨와 결혼한 뒤인 1997년 강남의 한 교회에 등록했었다는 이야기, 또 다른 한 교회에 최소 2000년대 초반에 6년 안팎을 다녔다는 정도이다.

사실 대형교회의 경우 그 수많은 사람들의 행적 가운데, 특정인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작업이다. 그런데 특정인이 다녔다는 교회, 소속된 교회를 확인하고는, 나와는 우리 교회, 우리 교단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보았다.

한국 교회는 다양한 종류의 헌금이 있다. 수입의 십일조를 내는 십일조를 비롯하여, 다양한 명목의 감사헌금, 건축헌금, 선교헌금 등 목적 헌금도 있다. 최순실, 최순득 씨 가정의 헌금 내역 가운데, 십일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주로 감사헌금을 냈다. 최순득 씨의 헌금 상황은 꾸준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최순실 씨의 헌금 활동은 그런대로 꾸준함을 보였다. A 교회 주보에 실려 있는 헌금자 명단과 기도제목 등은 당일치가 아니라 한 주 전에 헌금한 이들의 명단과 기도제목이다.

“우리 기도에 응답주세요”(장○○ 최순득), “기도에 응답주세요”(장○○ 김○○ 장○○), “기도에 응답주세요”(장우진 고○) 11.10.23 감사헌금 기도제목 중에서

“매일 매일 하나님 곁에서 감사하게 해주세요”(장○○ 최순득 장○○ 고○○), “기도응답 주세요”(장○○ 김○○ 장○○) 11.10.30 감사헌금 기도제목 중에서. 이날 A교회의 헌금자 명단에서 최순실 정유연 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기쁨 충만 건강충만 사랑충만 압구정교회를 통해 모든 기도에 응답받게 해 주십시오.”(장○○ 최순득),

“기쁨충만 건강충만 사랑충만 기도응답해 주세요” (장유진 고○○), “기쁨충만 건강충만 사랑충만 가정이 되게 해주세요.”(장○○ 김○○ 장○○) 11.11.06 감사헌금 기도제목 중에서

“주님! 가정이 화합하고 건강하게 지켜 주시옵소서”(정유연 정윤회 최순실) 11.11.13 감사헌금 기도제목 중에서

“가정에 화합과 건강을 주세요.”(최순실 정윤회 정유연) 11.11.20 추수감사헌금 기도제목 중에서

이 기도제목을 마주하는 이들은, 무엇을 느낄까.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특정인의 이름을 뺀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도 많은 경우, 낯설지 않은 기도제목으로 다가올 것이다.

“꼭 각자 기도에 응답해 주세요.”(장○○ 최순득), “하는 일터와 가정에 늘 충만함과 행복과 미소가 가득하갈 바랍니다.”(장○○ 김○○ 장○○), “기도에 응답해주시고 건강, 행복 웃음 넘치는 삶 살게 해 주세요.”(장유진 고○○), “저희 가정을 지켜주세요.”(장유진 고○○), “가정에 평안과 유연이가 훌륭한 승마선수가 되고 건강하게 해주세요.”(정유연 정윤회 최순실) 11.12.04 감사헌금 기도 제목 중에서

“늘 건강하고 행복과 희망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세요”(정유연 정윤회 최순실) 11.12.18 감사헌금 기도 제목 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기도를 포함하여 모든 기도 제목에 응답해 주세요”(장○○ 최순득), “주님에게 저의 가정을 맡기오니 모든 것 해결해 주십시오” (최순길 정윤회 정유연) 12.01.15 감사헌금 기도 제목 중에서

“건강과 가정에 화목을 허락하소서”(최순실 정윤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좋은 말을 만나게 해 주세요”(정유연) 12.01.22 감사헌금 기도 제목 중에서

A교회의 헌금자 명단과 기도제목을 통해 최순실 씨의 교회 생활을 살펴보았다. 최순실 씨 가정과 그의 언니 가정의 교회 헌금 상황과 기도 제목을 대하는 이들은, 이들의 행태를 복채 신앙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들의 헌금 생활과 기도 제목은,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기도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이들의 기도 제목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면, 한국 교회 다수에서 실재하고 있는 헌금 강조와 기도 생활, 기도 제목도 같이 돌아봐야 한다는 반성이 적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는 본의 아니게 한국교회를 돌아보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A 교회의 헌금 내역과 기도제목을 통해 최순실 씨의 기도제목을 통해 그의 삶을 조금 더 깊게 짚어보았다. 그의 언니 최순득 씨 가정은 물론, 장남 가정, 장녀 가정의 이름을 헌금자 명단과 기도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A교회 활동에 대해 더 자세한 것은 확인할 수 없지만, 최순실, 최순득 씨 가정의 가족 현황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독특한 것이었다.

최순실 씨의 20년 안팎의 기독교 교회 생활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던 것일까. 언론 보도나 다른 자료에 나오는 것처럼, 교회 안에서 두드러진 어떤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몇 차례 교회를 옮겨 다니면서도, 기독교와의 관련성을 이어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순실 씨가 단지 교회 문지방만 밟고 다녔기에, 이렇게 되었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최순실 씨 게이트 등을 마주하면서,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 안에서 이런 일이 주도적으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인정하고 짊어져야할 책임이다. “교회가, 가정교회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나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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