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슈퍼스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슈퍼스타를 원하지 않는다"
  • 양재영
  • 승인 2016.11.1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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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온누리교회 김태형 목사 인터뷰

[미주뉴스앤조이(LA)=양재영 기자] 유진소 목사가 부산 호산나교회로 청빙되어 떠난 후 7개월간 후임자 청빙을 위해 노력해온 ANC 온누리교회는 지난 9월 25일 공동담임목사였던 김태형 목사를 90% 이상의 찬성으로 단독 담임목사로 확정했다.

다수의 대형교회들이 후임자 청빙을 둘러싼 갈등으로 분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해왔던 미주 한인교계가 ANC 온누리교회 건강한 청빙과정을 보며 모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ANC 온누리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한 김태형 목사를 만나 공동목회의 가능성과 건강한 청빙문화의 정착 등에 대한 입장과 지난 여름 미주를 뜨겁게 했던 사례비 논쟁 등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태형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 우선 담임목사 취임을 축하한다. 취임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청빙으로 인해 내년도 계획들이 많이 늦어졌다.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다.

- ANC 온누리교회에 17년간 사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ANC가 개척되고 3년 후인 1999년에 부임했다. 4년정도 영어목회를 하다, 캐나다에서 5년간 선교사로 파송받아 원주민선교를 한 후 다시 돌아와 8년 정도 사역한 것 같다. 원주민 선교 당시 인디언들에게 아시안들이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에 지금도 한국어 청년부에서 아리조나와 뉴멕시코를 중심으로 선교를 하고 있다.

- 유진소 목사와 함께했던 공동목회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진소 목사님과는 서로의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동목회가 쉽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유 목사님이란 개척 목사님의 기둥이 있었기에 바빴지만 쉬웠던 것 같다. 또한, 저에게 맡겨진 영역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권위를 주셨다는 점도 중요했다.

저는 다른 교회 EM 목회자와 달리 한국어권 목회도 많이 관여했다. 1세 목회설교, 성경공부, 차세대 부모교육 등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셨다. 유 목사님이 부산으로 떠날 때 학생들에게 “담임목사님이 떠나신다"고 했더니, “김태형 목사님이 떠나시느냐?”고 묻더라. 유 목사님의 비전이 일구어 놓은 결과였다. 한국의 계급적 문화에서는 쉽지 않은 목회이다. 그만큼 유 목사님이 많은 것을 내려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 공동목회가 이민교회에 좋은 대안이라고 보는가?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이민교회 상황에서는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것 같다. 담임목사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특히 이민교회는 문화적, 언어적인 면에서 특화된 부분이 있다. 미국의 대형교회들은 이미 전문화된 목회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성경적으로 봤을 때도 공동목회는 건강한 모델이라고 본다. 사도행전을 보면 리더십은 한명이 아닌 복수로 나와 있다.

- 지금은 단독목회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공동목회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단독목회를 반대하셨던 장로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다.

공동목회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팀목회’이다. 교회가 단독목회로 결정을 내렸지만, 저는 계속해서 팀목회를 고집할 것이다. 우선 행정, 관리 등을 전담할 총괄목사를 신설했다. 가장 중요한 교육도 나누며 함께할 것이다. 저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분이 자신의 은사를 가지고 사역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교회가 저의 이러한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줘 감사한 마음이다.  

ANC 온누리교회는교인총회를 통해 단독 담임목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결의했다(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슈퍼스타보다 팀목회"

- 이번 청빙과정에서 ANC의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담임목사 청빙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37명의 당회원들이 ‘교회가 우선이라'는 점에 함께 마음을 모아 진행했던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당회원들은 정말 회의스러울 정도로 회의를 많이 했다. 나도 틀릴수 있다는 자세로 서로의 의견을 경청했다. 특히 청빙위원회 외에도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워크샵과 설문조사를 주관하는 등 교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 점은 가장 평가 받을 만했다.

- 카운슬이라는 제도가 있다. 어떤 제도라고 보면되는가?  

저희 교회는 CRC(Christian Reformed Church) 교단으로, 교단법에 카운슬이 제일 마지막 결정기구로 규정되어 있다. 카운슬은 장로 뿐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집사님도 포함되고 있다. 특별히 중요한 결정들을 할 때 당회와 함께 한 단계 더 거쳐서 고민하고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교인들과 소통에 좀 더 방점을 두는 쪽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저 자신도 담임목사가 된 후에 이메일 등을 통해 교인들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테면 얼마전 미국 대통령 선거 후에 맥스 루케이도 목사가 말한 “선거 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은 그대로 있습니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간단하지만 선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교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 다른 대형교회보다 젊은 층이 많고, 교회가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유목사님의 설교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차세대를 향한 교육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ANC는 가정과 협력하여 성숙한 제자를 만드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 1년에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은 70시간 정도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3천시간 이상을 보낸다. 교회에서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부도 선교지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부모들과 자녀를 제자양육 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패밀리 선데이’라고 해서 매달 다섯번째 주일은 2시 이후에 교회 모든 활동을 멈춘다. 가정이나 부부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교회는 65세 이상이 500명이 넘을 정도로 나이드신 분들도 많다. 이번 청빙을 주도했던 당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59.5세였다. 그분들의 지혜로 이렇게 아름다운 청빙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젊은층들도 열심이지만, 1세대들의 헌신을 따라갈 수는 없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세대의 반응이다. 거기에 맞는 교회상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 유진소 목사가 부산으로 떠나기 전 사례비 논란이 있었다. 평신도들의 지지도 많았지만, 기존 목회자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사례비 논쟁에 있어) 유 목사님과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유목사님의 중심은 확실했고, 저도 그 분과 같은 사례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점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에서는 대부분 담임목사의 월급이 인상되지 않으면 부목사들의 월급이 올라가지 않는다. LA 물가는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우리교회 파트타임 월급은 8년동안 그대로이다. 팀목회는 어느때보다 부교역자를 생각해줘야 한다. 우리는 슈퍼스타가 이끄는 교회를 하고 싶지 않다. 한 팀으로서 모든 분들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유진소 목사가 천명한 ‘대형교회의 롤모델’은 어떤 면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저는 1.5세로서 권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이전에 공동담임 목사가 된 후 장로님들이 저에게 먼저 밥을 먹도록 양보하셔서 불편했다. 목회자로서 섬김을 보여야 하는데, 자꾸 문화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계속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또한, 팀목회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많겠지만, 좀 더 아름다운 팀목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저의 궁극적 비전인 ‘모든 세대를 함께 성숙한 제자로 만드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적으로 대화하면서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한인교회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ANC는 이번 미국 선거나 한국의 현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1.5 세대이다보니 한국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해 뭔가를 말한다는 게 무리인 것 같다. 다만, 교회의 첫번째 책임은 기도이다. 우리 교회는 한국과 미국, 북한과 세계를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다.

이민교회는 우선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민교회가 한국사람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은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우리 교회가 이 지역으로 옮겨온 후 많은 영향력을 미쳤고, 좋은 소문도 나고 있다. 돌아오는 주일에 경찰과 소방관을 초청해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도 갖을 예정이다.

또한, 교회가 사회 문제 등에 대해 정의로운 소리를 해야하겠지만, 먼저 우리 안에서 건강함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런면에서 평신도와 리더십들 간의 갈등 없이 성숙하게 소통하는 모습들을 보면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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