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싸울지라 촛불 든 시민이여♪
박근혜와 싸울지라 촛불 든 시민이여♪
  • 최승현
  • 승인 2016.11.25 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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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개사가 신성모독? "찬송가 경전처럼 떠받드는 문화 위험"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회 각계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독교인은 그 방법으로 '찬송가 개사'를 택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제민 간사는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개사했다. '마귀들과 싸울지라'는 각각 '박근혜와 싸울지라', '재벌들과 싸울지라', '독재들과 싸울지라'로 바뀌었다. '영광 영광 할렐루야'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하야하라 하야하라'로 대체됐다.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개사한 '박근혜와 싸울지라' 곡이 등장했다.

국정 혼란을 야기한 세력들과 맞서 싸우자며, 시민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나와 촛불을 들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개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악보는 500여 명 이상이 공유해 퍼져 나갔다.

일전에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을 '내곡동 가까이'으로 개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김용민 PD도 찬송가를 개사했다. 김 PD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기쁘다 하야하였네'로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 재판, 새누리당 해체 등의 메시지를 담았다.

개사곡을 실제로 부른 교인들의 영상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LA에 있는 평화의교회(김기대 목사) 교인들은 21일 주일 '박근혜와 싸울지라'를 실제로 불렀다. 남성 중창단 네 명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힘차게 곡을 완창했다.

평화의교회 김기대 목사는 23일 <뉴스앤조이>에 "모든 교회가 친박근혜 성향이거나 (시국에 대해) 방관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평화의교회는 교인 3분의 1이 지난 11일 LA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석했으며, 26일 2차 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기대 목사는 "이번 동영상이 인기가 좋다. 남성중창단이 26일 시국 집회 때 이 곡을 다시 부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찬송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진보하는 것"

하나님께 올리는 찬송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개사해 쓸 수 있느냐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23일 "어떻게 찬송가를…'마귀' 대신 '박근혜' 바꿔 불러 물의"라는 기사에서 "교회 밖 특정 사안에 찬송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교인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개사곡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귀들과 싸울지라'라는 찬송 자체가 그간 다양한 형태로 개사돼 불려졌다. 우리는 찬송으로 부르고 있지만, 원곡은 의용 소방대원 행진곡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공화국 전투 찬가(Battle Hymn of Republic)'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교회 성가대에서 간혹 부르는 성가 '승전가'가 이 곡이다.

사회에서도 이 곡은 다양한 형태로 불려졌다. 조영남은 나라 사랑 음악회에서 이 곡을 개사해 군복을 입고 '조국 찬가'를 불렀다. 부산 사직야구장에 가면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부르는 '롯데 롯데 롯데 롯데~ 승리의 롯데'에서 이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가수 조영남이 나라 사랑 음악회에서 '조국 찬가'를 부르는 모습. 조영남은 후렴구에서 조국 찬가 가사 대신 "Glory Glory Hallelujah"를 읊기도 했다. 유튜브 갈무리.

김용민 PD는 찬송가 개사곡에 대한 비판에 "'마귀들과 싸울지라'조차 소방대원 행진곡을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한 건데, 찬송가로 노가바하는 건 허용 가능하고 또 은혜롭고, 찬송가의 익숙한 멜로디로 다른 노가바를 하면 신성모독인가"라고 되물었다.

윤영훈 교수(명지대·빅퍼즐문화연구소)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래 패러디는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개사한 곡이 선정적이지 않고, 사회적 정의에 참여한다는 취지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부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윤 교수는 "아무래도 찬송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일 복음성가를 개사했다면 비판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찬송가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찬송가를 바꿔서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그런 행위 자체에 반감이 표출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찬송 작사가 이천진 목사(한양대학교 교목실)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독교인들이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개사했다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 이미 이 곡은 소방대원 행진곡부터 남북전쟁 군가, 숭실학교 교가 등 많은 개사가 이루어졌다. 찬송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손댈 수 없는 경전처럼 떠받드는 문화는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예배 시간 등 공적인 자리에서 개사곡을 부르는 건 위험하겠지만 일상생활이나 시위 현장에서 부르는 것까지 문제 삼는 건 표현의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시빗거리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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