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지집회'에 등장한 권사·집사, 왜?
'박 대통령 지지집회'에 등장한 권사·집사, 왜?
  • 지유석
  • 승인 2016.12.2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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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보수 기독교계의 '박근혜 옹호' 움직임

보수 기독교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CBS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나 기도회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돼 구국기도회를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극동방송 측은 "청와대 또는 박사모 등 특정인 및 단체에 의해 기도회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사모 회장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났다는 CBS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CBS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다시 CBS 보도를 살펴보자. CBS는 김장환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 목사가 중심이 돼 구국기도회를 준비했으며, 이들의 기도회 요청을 받은 교회는 고민 중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언급된 교회는 바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 측은 21일 "CBS가 기사에서 언급한 교회는 우리 교회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하던 기도회는 기사의 내용과 다른, 정치색이 배제된 '순수한 기도회'였으며, 박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위한 기도회가 아님을 천명한다"고 선을 그었다.

어느 쪽이 먼저 기도회를 요청했는지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극동방송은 사랑의교회가 먼저 요청했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랑의교회 측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 목사의 요청으로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기도회 요청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당사자들이 풀 일이다. 단, 보수 기독교계의 유력인사가 지금 시점에서 박 대통령을 극력 지지하는 단체의 대표를 만난 게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논란의 장본인인 김장환 목사는 지난달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들었을 정도로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다. 이로 인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최순실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가 1970년대에 전개했던 구국선교운동의 재판 아니냐는 비판글이 속속 올라왔다.

박근혜 지지 집회, 교회 사람들로 채워진다?

24일 오후 서울 대한문 광장에서는 탄기국 주최로 박 대통령 지지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보수 대형교회 기독교인들도 눈에 띠었다.ⓒ 지유석

이 같은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은 또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광장과 태평로 일대에서는 '대통령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연신 '탄핵 무효', '탄핵 기각'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그런데 집회 중간 60대로 보이는 여성 참가자들이 서로를 '집사님', '권사님'으로 호칭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다가가 '혹시 교회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서울 중구 A교회에서 왔다고 답했다. 이 교회는 국내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 소속 교회로 청빈을 강조했던 원로 목회자가 세운 교회다. 2000년 타계한 이 원로 목회자는 서북청년단 조직, 그리고 80년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상임 위원장을 위한 조찬 기도회'에 참석한 전력으로 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A교회 성도들은 기자에게 '그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교회를 다니는 다른 성도와 접촉해 교회 분위기를 물었다. 이 성도는 익명을 전제로 이같이 답했다. 

"교회에서는 혼란에 빠진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 외엔 현 시국에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박 대통령 지지집회엔 권사, 집사 등이 삼삼오오 모여 참여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 기성총회 여성삼 목사, 고신총회장 배굉호 목사 등 보수 개신교단 목회자들이 주도해 '30만 목회자 비상구국기도회'(아래 비상구국기도회)가 지난 6일부터 대전, 목포, 일산, 광주 등에서 잇달아 열리는 중이다. 

보수 기독교계는 현 정권에 줄곧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통합진보당 해산, 역사 교과서 국정화, 12.28한일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민감한 쟁점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하며 우군임을 자처했다. 지난 17일 서울 도심에서 박사모 주최로 열린 박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도 몇몇 보수 대형교회 신도들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볼 때, 비상구국기도회의 성격이 '박 대통령 옹호'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기자는 비상구국기도회 준비위원회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보수 개신교단 목회자들이 주도하는 비상구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기도회가 박 대통령 지지 집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유석

보수 기독교와 박근혜의 밀월관계, 끝내야

박 대통령 역시 보수 기독교계에 손을 벌리는 모양새다. 앞서 지적했듯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구했다. 김 원로 목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설교로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두 목사를 불러 조언을 구한 것이 과연 적절했었나 하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인천 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를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최 목사 역시 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 최 목사는 2014년 7월 <국민일보>에 광고를 냈다. 아래는 최 목사가 낸 광고 중 일부다.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

요약하면, 진상규명은 관련 기관에 맡기고 세월호 유가족은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최 목사가 광고를 낸 시기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정부 책임론이 비등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최 목사가 정부를 편들고자 광고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기용했다. 그것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 위기에 몰린 시점에 말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보수 기독교계를 발판 삼아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기독교의 기본 가치는 생명, 평화, 정의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세속 권력의 패권주의와 종교의 타락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다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에 바란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할 일은 세속 권력자들이 국민을 힘들게 할 때, 이를 준엄하게 꾸짖고 국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야 하는 일이다. 다른 종교는 모르겠으나 보수 기독교는 이런 고유의 임무를 도외시하고 반공 보수 정권과 한 몸이 돼 움직여 왔다. 그런 보수 기독교계가 박근혜 정권의 구원투수를 자처한다면 이는 기독교 정신을 또다시 거스르는 심각한 행위다.

기독교인으로서 입법부에 의해 탄핵당한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에 구조를 요청하고, 그걸 보수 기독교가 받아주는 모양새가 무척 수치스럽다. 기독교는 물론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모든 종단 성직자와 성도들이 모두 나서서 박 대통령을 준엄하게 꾸짖기를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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