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예수는 돈 받고 설교하지 않았다”
[팩트체크] “예수는 돈 받고 설교하지 않았다”
  • 김동문
  • 승인 2016.12.30 0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문의 팩트 체크]_직업설교 비판근거 사실확인

<미주뉴스앤조이>에 “예수는 돈 받고 설교하지 않았다'”는 신성남 집사의 글이 실렸다. 나는 이 글을 대하면서 글쓴이의 주장에 일정 정도 동의하는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강한 전제가 깔려있는 논리적 비약 같은 것도 느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 자체에 대한 반론은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글쓴이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 성경과 초대 교회 정황 자료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 근거들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본다.

이스라엘 공동체 또는 유대인 공동체는 큰 그림으로 볼 때 종교공동체였다. 그래서 다양한 민족, 인종이 뒤섞여 사는 오늘날의 다양성의 사회와는 다른 체제였다.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씨족 공동체, 집성촌 공동체 같은 것이었다.

“예수는 돈 받고 설교하지 않았다"는 신성남 집사의 글의 근거 팩트 체크를, 에수 시대에, 바울 시대 정도로 구분하여 재정리해본다.

1. 예수 시대

“유대인들은 이 호칭을 율법 학자나 종교적 스승 등에 대해 존경하는 뜻으로 썼다.”

그러나 ’랍비’라는 호칭이 단지 유대교 율법학자나 종교적 스승 등에 대해 존경하는 뜻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우리말로 ‘주인(마님)’정도의 뜻으로도 일상에서 사용하였다. 구약시대에는 그 주인(마님)을 ‘아도나이’로 부르기도 했다. (예, 창세기 18:12에, 사라가 아브라함을 그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랍비는 전통적으로 자비량 사역자다. 어떤 경우든 랍비라는 명분으로 돈을 받는 일은 없었다.”

이 주장은 두 가지 오류를 담고 있다. 예수 시대 유대 공동체에는 랍비, 제사장, 레위인 등 다른 전문 직업 종교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성전에서 삯을 받던 직업인들이 존재했다.랍비와 제사장의 역할은 달랐다. 모든 제사장은 랍비로 불렸지만, 모든 랍비가 제사장은 아니었다. 그래서 랍비는 똑같은 신분으로 판단한 것은 오류이다. 그런 까닭에 이런 전제로 풀어가는 이후의 주장은 지나친 억측으로 볼 여지가 많다.

“랍비는 사제나 승려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포기하고 수도원이나 사찰에서 일생을 성직에 바치지 않는다.”

쿰란 같은 광야 수도 공동체에도 의의 교사로 불리던 이들, 제사장들도 참여했다.

“만일 예수와 제자들이 공생애 3년 동안 헌금을 걷어서 생활했다면 당시 사회의 관습상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그걸 그대로 묵과했을 리가 없다.”

예수와 제자 공동체 안팎에는 예수와 그 사역을 돕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잠자리를 제공하는 이들, 재정을 거드는 이들도 있다. 가룟 유다는 오늘날로 치면 재정담당비서였다. 또한 공적 사역을 시작한 이후 예수가 노동현장에서 뛰었다는 추론을 할 어떤 여지도 없다.

“개신교 목사는 제사장도 아니고, 선지자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니고, 사도도 아니고, 그리고 사제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목사는 회당의 랍비와 가장 유사한 직분이다.”

맞기도 하고 들리기도 한 이런 주장은, 글쓴이가 앞에서 전제한 다소 부적절한 해석에서 기인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2. 바울 시대

<"여러분이 아는 대로, 나는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내 손으로 일해서 마련하였습니다(행20:34)"고 말한 자비량 정신과 서로 부합한다.>

바울의 자비량에 대한 이해도 재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글쓴이는 이에 대해 길게 쓰지는 않았다. 많은 이들이 바울을 텐트메이커, 자비량선교사라고 생각하는 그 전제를 글쓴이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자비량선교, 텐트메이커에 대해 재해석이 필요하다. 사도 바울의 직업이 장막(천막, 텐트)만드는 이(사도행전 18장 3절), '텐트-메이커'라고 말한다. 바울이 선교하면서 직업을 갖고 선교하였다는 전제로,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선교하는 이들을 '텐트메이커' 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궁금함이 다가온다. 먼저는 천막에 관한 것이고, 다음이 천막 만드는 이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이다. 이 천막의 재질은 무엇이었을까? 이 천막을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설(?)이었을까? 목축하는 이들의 생활공간인 천막이었을까? 도시민의 천막이었을까? 아니면 군사용 막사로서의 천막이었을까? 천막을 만드는 이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위치가 서민 또는 무시당하는 이였을까? 아니면 사회적 지위를 나름 갖춘 이들 또는 그런 이들과 교유할 수 있는 상인, 장인이었을까?

유목민 천막, 염소털로 짠 천막의 값은 결코 싸지 않았다. 유목민용 천막을 도시 속에서 만든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또한 유목민들의 가내 수공업이 목축의 결과로 나온 염소털과 양털을 이용하여 천막을 만드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도시민인 바울이 유목민을 위한 천막을 지었다고 말할 수 없다.

도시 생활을 바탕으로 할 때, 도시민에게 천막은 일반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특별한 간이 시설이었을 것이다. 집 외에 천막을 소유한 이들은 서민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유력자들로 봐야할 것 같다. 이 경우 천막의 재질은 무엇이었을까? 천? 가죽? 염소털?

또한 군에서는 막사로서 천막을 사용했다. 천막은 천한 천으로 막 만드는 막사가 아니다. 천막 만드는 이의 교류 대상은 서민이 아닌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이었다. 또한 군 관계자들이었다. 영국 역사학자인 Neil Faulkner 박사는, 바울이 자기 사업장을 갖고 있으며, 군에 물품을 공급하던 공급자로 보기도 한다.

천막 만드는 이 바울은, 그 당시 사회적으로는 어떤 존재였을까? 나름 정치, 경제적으로 힘을 갖고 있던 이들과 교류가 가능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텐트메이커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즉 내 상이 무엇이냐. 내가 복음을 전할 때에 '값없이 전하고'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게 있는 권리를 다 쓰지 아니하는 이것이로다(고전9:18)."

글쓴이는 이 본문은 잘못 인용한 것 같다. 나 또한 선교현장에서 다양한 현지인들에게 돈 받고 복음을 전한 적 없다. 그리고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서 교제할 때, 재능기부를 일상적으로 했다. 선교현장의 언어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을 목회현장으로 끌고 오는 것 같아서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서 사실 사도바울의 결론적 가르침은 "우리는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은 일이 없고, 도리어 여러분 가운데서 어느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려고, 수고하고 고생하면서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살후3:8)."는 구절에 정확히 나타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말씀 사역에 임하는 모든 설교자들이 지녀야 할 바른 지침이다.>

“주로 가정에서 모였던 초기 교회가 자비량 사역 위주였다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신약 성경에 당시 구제를 위한 자원적 '연보' 외에 일체의 다른 헌금을 걷은 기록이나 가르침이 없기 때문이다.”

맞다. 그 시절은 교회가 특정 건물을 중심으로 모이는 집단이기 보다, 가정에서 모이던 사람들의 모임으로서의 공동체였다. 그러나 교회는 점차 조직화되어갔다. 유대교 회당도 단독건물을 가진 회당의 존재는 예수 시대에 드물었다. 아직까지 고고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한다면, 건물 회당의 존재는 드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회당은 일반적으로 ‘유대인 성인 남자들의 모임’을 뜻했다.

맺는 말

성경과 성경 시대의 정황에 대한 넉넉하고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임의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글쓴이의 고민이나 비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관심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여, 자신이 주장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의 익숙한 관행에 이의가 있다. 그냥,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경적’이라는 주장보다 ‘상식적’이라는 평가를 더 필요로 하는 현실을 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