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계급장 떼자"
"교회에서는 계급장 떼자"
  • 신성남
  • 승인 2017.02.01 04: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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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성직자 계급'이 없는 공동체

일부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종'이라 하면서 '하나님의 백성'인 교인들 위에 특별한 신분의 지배 계급으로 군림하려 든다. 이건 사실상 중세 사제주의의 부활이다.

개신교의 위기를 여러 관점에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가장 근본적인 뿌리는 '성직주의'라고 본다. "목회자는 다른 교인보다 조금이라도 더 거룩하거나 특별하다"는 직분 우월 사상이 교회를 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오염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처럼 신도를 맹신화하며 교회를 자신들의 밥상으로 만들고 있다.

'성직주의' 이제 신물 난다

이런 말을 하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또는 "그런 목사는 극히 일부분이다"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게 일부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실하고 올곧은 목회자도 아주 많다.

하지만 지금 그걸 누가 몰라서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니다. 만일 부패한 성직주의자들이 일부분이기에 계속 침묵해야 옳다면, 그럼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타락해야 비판할 수 있다는 건지 역으로 묻고 싶다.    

사실 성도들이 더욱 분개하는 건 외견상 비교적 온건해 보이는 상당수 목회자들의 행태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평상시 달콤한 기득권을 조용히 함께 누린다. 그리고 늘 좌로나 우로나 크게 치우치지 않고 제법 건전한 듯 처신한다. 그러나 교회 비리와 사회 불의에 그다지 분노하지 않는다.

예배 참석 강조하고 십일조 찬양하고 교회 사역엔 충성하나, 거액 연봉 침묵하고 고액 강사비 사양 않고 권력에 순응하고 목회 독재 방관하고 교회 세습 묵인하고 그리고 주로 듣기 좋은 온건한 말만 늘어놓는다. 평소에는 대부분 경건하고 성실하며 심지어 매우 개혁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실 어찌 보면 노골적인 교권주의자들보다 더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들은 교회가 조금이라도 비판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자신들의 종교 영업에 크게 지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교회의 허물을 덮고 칭찬하고 격려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의 본색이 제대로 드러나는 건 누군가 감히 자신들의 밥상을 건드릴 경우 뿐이다.  

내가 성직주의를 계속 지적하는 이유는 이런 종교적 회색분자들이 성직으로 위장하여 교회 속에 아주 깊히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양이지만 그 속에는 돈과 권력을 사랑하는 이리가 들어있다. 이들은 반드시 자기 욕심을 거룩한 사역으로 포장하며 직분을 이용하여 뒤로 사익을 챙긴다. 한국교회가 개신교 역사상 가장 부패한 교회가 된 사유다.
 
교회의 직분은 종교적 특권이 아니다

500년 전 장로교 창시자인 칼뱅이 만든 목사직과 장로직은 본래 무슨 종교적 특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원어 성경에는 '목사'라는 용어의 직분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교회의 직분이 매우 소중하고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걸 너무 신성시하거나 절대시할 이유는 별로 없다. 목사와 장로는 신약 성경에 명시된 집사나 교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선지자나 제사장이 아니라 단지 '보편적 은사직'일 뿐이다.

기독교에 그 어떤 종교적 계급이나 신분 차별이란 결단코 없다. 모두가 평등하다. 목사, 장로, 그리고 집사는 계급이 아니다. 안수 역시 단지 기도일 뿐이다. 직분 안수가 인간의 신분이나 등급을 바꾸는 건 결코 아니다. 만일 안수를 받았다고 해서 특정 인간이 갑자기 더 성스러운 존재로 변신할 수 있다면 아마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은 벌써 천국이 되었을 거다.

그런데 어떤 교회의 직분은 수시로 중세 가톨릭적 계급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그 계급장이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그 결과 교회가 비윤리적 독재 정권처럼 맥없이 부패하고 타락한다. 덕분에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 중에 제대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매우 드물다. 오히려 상당수는 헌금 유용과 교회 세습으로 시정 잡배만도 못한 욕을 먹고 있다. 젊은 교역자나 교회 직원에게 은근히 갑질하는 일부 장로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제 딴에 아무리 잘난 그 어떤 위인도 공교회를 함부로 지배하며 사유화하지 못 하도록 막으려면 우선 그 알량한 계급장부터 떼야 옳다. 아울러 교회의 직분자들은 사회에서의 개인적 위상과 직위를 교회에서도 덤으로 누릴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주 안에서 형제와 자매가 된 공동체에서 무슨 계급이 필요한가.

목사, 장로, 그리고 집사는 종의 직분이다. 그리고 세상에 종보다 더 낮은 신분은 없다. 그러니 종은 늘 겸손하고 온유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종놈들은 방자하게 높은 계급장을 좋아한다. 게다가 자기 교회 교인수를 무슨 대단한 계급장으로 여기며 작은 교회의 목회자를 얕잡아보거나 무시하는 목사도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반면에 사도들은 자신들이 "만물의 찌꺼기 같이 되었다(고전4:13)"고 했다.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공동체

심지어 아직도 제도상 사제를 성직자로 인정하는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성직자는 그런 평신도에게 봉사하라고 불림 받은 것이지 그들 덕을 보라고 불림 받은 게 아니다"라며 현대 성직주의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중대형 교회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 거룩한 교회를 종교 귀족들의 삼류 잡교 영업장으로 만들며 예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지 말기 바란다. 그건 신성모독이다.

목사는 예배와 교육에 집중하고, 장로는 조직과 인사와 사업과 재정을 관리하고, 그리고 집사는 집행하고 봉사하면 된다. 모두가 대등한 사역자들이다. 주제넘게 다른 직분의 사역에 월권하지 말고 각자 자기 일이나 겸손히 잘 하자는 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우선 교회의 영구직 당회장부터 즉시 임기직으로 바꾸고 장로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 개신교는 이 당연하고도 간단한 것조차 왜 실천 못 하는지 그 이유를 진정 알 수 없다.

"계급장을 떼자"는 말은 직분이나 직책이나 조직을 없애자는 뜻이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2:3)" 사역하자는 것이다. 거룩한 직분을 알량한 계급으로 착각하며 직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거다.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따르는 길엔 그 어떤 계급장도 필요 없다. 오직 서로 뜨거운 섬김만이 있을 뿐이다. 초기 교회의 제자들이 그랬다.

만일 아직도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겠다면 개신교는 차라리 오늘이라도 예배당 문에 대못을 박고 다시 1세기 사도들의 '가정 교회'로 되돌아가는 게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직자 계급'이 없이 모든 구성원이 온전하게 평등한 최초의 신앙 공동체였다.

"사도들의 교회에서는 설교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어떤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에게 한정되지 않았다. 개종한 모든 성도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고, 모든 은사가 있는 성도가 회중에서 기도하고 가르치고 권면할 수 있었다. 신약성경은 어떠한 영적 계급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신약성경은 비록 많은 이가 소명의식이 매우 부족했지만 모든 신자를 성도라 불렀다. 또한 신약성경은 하나님과 일반 성도 사이를 매개하는 특별한 신분의 제사장을 알지 못한다." - 필립 샤프(Phillip Schaff, History of Christian Church Vol 2, p.118)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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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2017-02-07 07:31:00
주로 목사만 문제 삼으면서 '성직' '성직' 그러지 말고요, 교회에 장로니 집사니 하는 계급화된 직분 직책 없애고 그냥 '성도'로 통일하면 좋을 것을.... 목사 장로 집사 권사 등의 호칭을 아무리 '은사'니 뭐니 하면서 평동을 얘기해도 용어 자체가 계급으로 굳어져 버린 현실이니...

차라리 '설교자 성도' '재정 담당' '밥당번 성도' '주차장 안내자 성도' 여전도회 간사 성도' 등등 그러면 어떨까요. 호칭이 추는 의미가 한국문화에서는 각별하니.

탠트메이커 2017-02-03 10:57:03
먼저 호칭부터 모두 형제님 자매님으로 부르면 좋겠습니다. 모교회는 목사/사모 스스로 형제님 자매님으로 불리워지기 원하니 그렇게 호칭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