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가 슬픔을 공감하는 일보다 중한가?”
“교리가 슬픔을 공감하는 일보다 중한가?”
  • 양재영
  • 승인 2017.02.03 0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주뉴스앤조이(LA)=양재영 기자] 미국 텍사스 유대교인들이 화재로 회당을 잃은 무슬림들 예배자들에게 회당(synagogue) 열쇠를 건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토) 빅토리아 이슬람센터는 화제로 회당을 잃었다. 경찰은 과거 강도 사건이 있었던 장소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불길은 28일 새벽 2시에 편의점 직원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4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현재까지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화재가 난 회당이 마을에 유일한 예배장소였기에 무슬림들이 회당을 재건축할 때까지 예배할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때 유대교인들이 자신들의 예배 장소를 함께 공유하겠다고 나섰다.  

템플 브나이 이스라엘의 로버트 로엡 회장은 “그들(무슬림들)은 우리가 모두 아는 이들이다. 이런 재앙이 닥쳤을 때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곳 빅토리아에는 25-30명 정도의 유대인이 있지만, 무슬림은 거의 100명에 가깝다. 우리는 적은 유대인들을 위해 많은 많은 예배장소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을 위한 예배당을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이슬람센터의 창립자인 샤히드 하시미는 “유대교 멤버들이 나의 집으로 찾아와서 자신들의 회당 열쇠를 주고 갔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슬람 회당은 2000년에 건축되었으며, 현재까지 화재로 인한 재건축 모금이 $900,000 이상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리가 슬픔 공감보다 중요한가?”

유대교와 이슬람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해묵은 반목과 갈등을 고려할 때 이번 이야기는 작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웃 종교의 아픔을 마주할 때 교리보다 공감을 먼저 생각한 그들의 행보가 상당한 용기로 비춰지는 것은 최근 미주 한인교회에서 벌어진 작은 해프닝 때문이다.

지난달 9일 LA 평화의교회(김기대 목사)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현 정권을 비판하며 분신한 정원스님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당시 교회에 설치된 스님의 분향소는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보수 일색의 한인 교계는 이구동성으로 교회에 설치된 분향소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들은 “목사X이 정신이 나갔구나. 교인들 정신차려라"로부터 시작해 “미주 한인 목사들 지옥갈 사람들 많다.”, “종교인들이 왜 정치에 그리 관심이 많고 간섭하려 하는가?”와 같은  ‘오직 예수'로부터 시작해 ‘종교의 탈정치화'에 이르는 수많은 교리들을 쏟아내며 비난을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분향소를 설치한 평화의교회 김기대 목사는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추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탁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 스님의 의로운 죽음 앞에 종교가 다른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분향소 설치는 종교를 떠난 한 인간에 대한 추모임을 강조했다.

무슬림에게 회당 열쇠를 전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나, 분신한 스님의 분향소를 차린 교회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교리가 슬픔을 공감하는 일보다 중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