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브루그만 "값싼 은혜가 미국 교회 지배하고 있어"
월터 브루그만 "값싼 은혜가 미국 교회 지배하고 있어"
  • 이은혜
  • 승인 2017.02.04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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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환대·관용·용서 베풀라 요구…사회 문화와 뒤섞인 복음은 가짜

"교회는 진실을 말하는 자가 돼야 한다. 부당하고, 사람들을 학대하며 폭력적인 사회·경제정책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험하게 만드는지는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는 진실을 말하는 자가 돼야 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예언자적 상상력>·<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구약 개론>·<구약신학>·<성경이 말하는 땅>(기독교문서선교회), <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구약의 위대한 기도>(성서유니온) 등의 저자, 이 시대 최고의 구약학자 중 한 명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이 한 말이다.

월터 브루그만은 '대안적인 방법'이라는 9분 30초짜리 짧은 동영상에 나와 앞으로 북미, 특히 미국 교회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설명한다. 브루그만은 그동안 미국 교회에는 복음이 미국 백인 예외주의와 뒤섞여 설파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예외주의'란 미국이 전 세계를 이끄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한길사)에 처음 등장했다.

월터 브루그만은 이 시대 최고 구약학자 중 한 명이며 1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브루그만은 지금 미국 교회가 해야 할 것 중 시급한 과제는 뒤섞여 있는 복음과 미국 예외주의를 찢어 놓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에 비판적으로 대항해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한다며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교회는 '환대'에 힘써야 한다. 브루그만은 미국이 대체적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을 환대하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슬림을 예로 들며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환대하는 일은 교회가 당면한 긴급한 과제라고 했다. 또 '너그러움'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브루그만은 자본주의가 넘실대는 세상에 더 이상 '너그러움'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교회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할 때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브루그만은 교회가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교회마저도 이 사회를 지배하는 군사적 소비주의에 물들고 있다고 했다. 사회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분노와 복수의 잔인한 굴레를 벗어 버리는 유일한 길은 '용서'라고 말했다.

대안을 제시한 브루그만은 그동안 미국 교회가 오히려 사람 사이에서 이기심, 인색함 배타적인 행위를 부추겼다고 했다. 교회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안감과 이별하기 위해서는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에서 말한 것처럼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만족감 없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상황을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에 비교하기도 했다. 히틀러 치하 독일 기독교인들은 히틀러와 기독교 복음 사이에 한쪽을 선택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와 복음을 동일하게 취급한 기독교인들에게 '값싼 은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브루그만은 지금 그 '값싼 은혜'가 미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군사적 소비주의와 복음 사이에 무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루그만은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더 큰 희망을 품기 위해 교회가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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