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교회는 면죄부, 한인 교회는 영주권?
중세 교회는 면죄부, 한인 교회는 영주권?
  • 박지호
  • 승인 2007.05.09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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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인 교회의 '영주권 장사' 성업…현 시세 3만 불 이상

"중세 교회는 면죄부를 팔았고, 미국 한인 교회들은 영주권을 판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이 오늘날 한인 교회의 현주소다. 교회의 영주권 장사는 세속화된 교회의 전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교회가 사회의 윤리를 선도하기는커녕 불법을 선도하고 있는 꼴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 이민국 직원, 영주권 장사로 피해를 당한 교인들의 증언을 통해 영주권 비리의 실태를 알아봤다.

한인 교회의 영주권 장사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뉴욕에 있는 교회 중 확인된 곳만 10개가 넘었다. 1년 예산이 수만 불인 교회에서부터 수십만 불에 이르는 교회까지 다양했다. 현재 교회에서 거래되는 영주권의 시세는 대략 3만 불 정도다. 많게는 5만 불을 받는 교회도 있었다. 하지만 교회마다 편차가 크다. 신분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을 위해 대가 없이 영주권 취득을 돕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7만 불을 받고서 추가로 웃돈까지 요구하는 교회도 있었다.

대부분 헌금 명목으로 일시불로 받는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할인을 해주거나 분할 지급을 허락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하는 교회도 있었다. 오랫동안 영주권 장사를 해온 베테랑 교회들일수록 일시불로 받고, 웃돈을 요구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깔끔한(?) 거래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한 금액보다 더 많이 받는 경우도 많았다. 영주권 취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담임목사의 서명이나 보충 서류가 필요한 시점에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종교에 관계된 일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고, 적어도 2년 이상 같은 교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상당수가 종교이민 대상자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회에서 가짜 세례증명서나 경력증명서를 함께 제공한다. 그러면서 별도의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다. 어떤 교회는 한 번만 발급 받으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보충 서류를 신청자에게 제공할 때마다 번번이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돈만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교회를 위해 대가 없는 봉사도 마다할 수 없다. 올해 1월, 모 한인 교회가 영주권을 빌미로 수년 동안 노동 착취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나 뉴욕 주 법원이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한 부교역자의 아내는 "담임목사를 죽이고 싶었다"며 치를 떨기도 했다. 심한 경우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도에게 담임목사가 노골적으로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영주권을 손에 쥘 때까지는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가 영주권 취득을 원하는 수요자를 찾는 방법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사람이 주변에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는 방식을 선호했다. 뒤탈이 날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주권을 필요로 하는 교인에게 목사가 직접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방을 빌미로 상담을 하면서 "자녀 학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라는 식으로 운을 띄우며, 중직자들과 상의해보겠다는 말을 흘린다. 그러면 나중에 목사 측근인 한 중직자가 나서서 얼마를, 언제까지, 어떻게 헌금하라는 세부 절차를 일러주는 식이다.

한국에 있는 교회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 있는 교회는 영주권 수요자를 찾아 소개하고, 이들을 위한 세례증서나 경력증명서를 제공한 다음 수수료를 받는다. 또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서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영주권을 상담하러 온 사람에게 교회를 연결해 주는 경우다.

이민국에서도 한인 교회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민국에서 부목사라는 사람에게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담임목사님 시키는 일이면 다 한다"고만 대답해 이민국 직원이 어이없어 했다. 시편 23편을 외워 보라고 했더니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한테 효도하라는 내용이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교회에서 종교이민 신청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도 허위인 경우가 많다. 직원도 아닌데 신청하거나, 파트타임 사역자인 교회 지휘자나 반주자 등을 전임 사역자로 허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다. 때문에 2005년에는 이민국에서 별도의 조사를 거쳐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상당량의 가짜 서류가 제출되었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되었다. 그래서 목회자 외에도 종교 관계 종사자들에게까지 확대했었던 영주권 발급을 2004년부터는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목회자에게만 허락하고 있는 추세다. 한인 교회의 공이 컸다.

이민 교회는 '영주권 장사'라는 독버섯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당사자들끼리의 은밀한 거래라서 어렵지 않게 비밀이 보장된다. 교회에서 영주권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영주권을 못 해주어도 그만이다. 헌금으로 냈으니 돌려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나 이민대행업체에 신청했다가 못 받으면 소송이라도 걸겠지만, 교회의 경우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어떤 교인은 이민국 특별 감사 시점에 맞물려, 영주권도 못 받고, 대가로 지불한 십여 만 불만 공중에 날렸다.

지난 번 보도한 김 아무개 씨의 경우는 다행히 증거가 있었기에 어렵게 돈을 돌려받은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입을 다물고 만다. 만약 이민국에 신고하면 영주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거짓으로 제출한 경력증명서나 세례증명서 때문에 공문서 위조로 추방까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쌍방 간의 적극적인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도 영주권 장사가 만연하는 이유다. 우선 영주권을 취득하면 안정적인 신분이 보장된다. 영주권이 있으면 불안정한 체류 신분으로 맘 졸일 필요가 없다. 한국을 오갈 때마다 번거롭게 비자를 받을 필요도 없다. 자녀들의 학비 감면 혜택도 크다. 유학생일 경우 1년 학비만 3만~5만 불이 넘게 드는데,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장학금이나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립대학은 학비가 거의 무료다. 그러니 무리를 해서라도 영주권을 취득하려 드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도 이런 뒷거래를 부추긴다. 이민법이 가진 악법적인 요소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서류미비자)들의 사소한 경범죄에도 체포·구금·추방으로까지 대처하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서류미비자들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또 신분의 문제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LA 지역에 사는 한인 고등학생 두 명이 서류미비자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불법 이민자에 대한 조건 없는 사면도 기약이 없다. 때문에 자연히 취업이민 비자로 몰리게 되고 돈을 주고서라도 영주권 취득을 위해 교회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종교이민이 쉽고 빠르다는 소문에 수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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