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대항하면 지옥 간다고?”
“목회자에게 대항하면 지옥 간다고?”
  • 이병왕
  • 승인 2017.02.1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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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 제사장론’에 대한 바른 이해와 평가 위한 세미나 열려
왼쪽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김판임 교수와 홍지훈 교수(사진:<뉴스앤넷>)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는 ‘하나님의 사람 목회자에게 대항했다가는 지옥에 떨어진다’ ‘주의 종인 목회자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이 하신다’와 같이 목회자의 잘못에 대해서 일반 신도들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또한 일부 교회이긴 하지만 신학을 전공했거나 목사 안수를 받은 신도 곧 목회자를 두지 않고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신도들이 돌아가며 설교하는 교회들도 있다.

13, 14일 장신대에서 열린 ‘제21회 바른교회 아카데미 연구위원회 세미나’에서 ‘루터의 만인 제사장론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김판임 교수(세종대)에 의하면 이는 종교개혁자 루터의 ‘만인 제사장론’에 대한 오해들 중 대표적 사례다.

목회자의 잘못을 신도들이 정죄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김 교수는 “‘하나님의 사람 목회자에게 대항했다가는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 때문에, 어떤 교회의 재정부장 장로가 법학을 하고 우리나라 법원의 최고수장이 되었는데도 (담임)목사가 재정을 횡령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김 교수는 “‘목회자만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사람이며, 목회자만 성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령을 받은 영적인 존재’라고 했던 루터의 만인 제사장론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서학자로서 루터는 ‘교황일지라도 그가 잘못하면 지적해서 회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확신했다”면서 “목회자나 교인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덮어주지 말고 반드시 지적하고 징계를 내려 교회의 타락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신도들이 돌아가며 설교하는 것과 관련 김 교수는 “이름 그대로 '만인 제사장론'이란 ‘누구나 제사장이다 혹은 제사장이 될 수 있다’고 이해될 수 있으므로 굳이 제사장(목사)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려야 예배인 건 아니다”라면서도 “과연 루터가 그런 의미로 만인 제사장론을 주장했을까”라고 물었다.

그렇다면 김 교수는 “신학을 전공으로 하여 교육시키고 소위 목사고시를 통해 목회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양성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누구나 믿음의 분량대로, 받은 성령의 은사대로 교회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교회 안에서 같은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만인 제사장론에 대한 오해다.

김 교수는 “종교개혁 이후로 개신교 신학과 교회를 위해 신학자를 길러내고, 전문적인 목회자를 양성해 신도들의 종교생활을 돕고 교회가 교회다운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해 온 역사적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인 제사장론이란 신학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사제가 된 사람만이 아니라, 세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도 성경을 직접 읽고 성경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바, 사제 특히 로마 교황청의 오류를 방치하지 않고 그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과제가 비사제인 세속적 권력자들에게 있음을 신학적으로 주지시키기 위한 루터의 이론이었다”고 덧붙였다.

목회자를 사제직의 위치에서 끌어내려 만인사제직을 완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를 사제직으로 끌어올려 만인 제사장설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 교수는 “목회자나 신도 모두 성서 연구와 기도 모임을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특히 목회자가 성서를 이용해 성도들을 위협하거나 공갈을 치는 경우에 대항해 신도들은 성서 연구를 해 그런 일로 속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홍지훈 교수(호남신대) 역시 “루터의 만인 제사장론 주장은 로마 가톨릭의 사제중심주의를 혁파하여 사제를 제사장 위치에서 끌어내려 평신도와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루터는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고 했지만, 강단에서 누구나 설교직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음을 삶속에서 전하는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는 의미”라면서 “이런 점에서 만인 제사장론의 현대적 수용은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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