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지키는 목사 3인방
박근혜 대통령 지키는 목사 3인방
  • 이용필
  • 승인 2017.02.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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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학생운동 출신 인명진·서경석·김철홍…"탄핵 안 돼"

"대한민국은 지금 인민혁명, 민중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이 1,500만 표로 정당하게 당선시킨 대통령을 죄 없이 끌어내리려 한다. (중략) 정당한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절대로 촛불로 끌어내릴 수 없다. 태극기로 지키자."

서경석, 김철홍, 인명진 목사(좌측부터)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경기도지사를 지낸 자유한국당 김문수 비대위원이 2월 25일 서울역 태극기 집회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은 가족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특검과 국회를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앞서 23일 안산 집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돈 받아먹고 돌아가셨다"는 망언을 했다. 

지금은 보수정당에 적을 두고 활동하지만, 김 위원은 1980년대만 해도 노동·학생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공장 위장 취업을 시작으로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 설립에 기여했다. 경찰에 붙잡혀 고문도 받았다. 그런 김 위원은 1990년대 초 공산주의 국가 몰락을 지켜보며 정치 노선을 변경했다. 김 위원과 함께했던 이들은 그를 "변절자"라고 불렀다.

김문수 위원처럼 소싯적 사회 개혁을 부르짖은 목사들이 있다. 노동·학생운동과 인권 운동에 투신하며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국정 농단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키는 데 급급하다.

주인공은 인명진·서경석·김철홍 목사다.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이다. 현재 인 목사는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서 목사는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본부(새한국국민운동) 집행위원장을,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약학 교수를 맡고 있다.

"새누리당 없어져야 한다"던 인명진 목사,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컴백

인명진 목사는 1970년 전태일 열사 사건 이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73~1984년까지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사역하며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맞섰다. 1979년 가발을 만들던 YH무역 직원 농성 지지, 1980년 김대중 내란 예비 음모 사건 등으로 4차례 투옥돼 3년간 옥살이했다. 1981년 호주로 추방됐다가 5년 뒤 귀국해 서울 구로동에 지금의 갈릴리교회를 개척했다.

시민 사회 운동도 꾸준히 해 나갔다. 1987년 6월 항쟁을 주도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았고, 1999년 서경석 목사 등과 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세웠다.

노동·인권 운동 길을 걸어 온 인 목사는 2006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았다. 보수 정당 요직을 맡은 그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다. 인 목사는 당시 "한나라당이 수구 보수에 '차떼기 당'이니까 거기로 가야 한다. 지금 예수가 있더라도 거기로 갔을 것이다. 거기서 해야 할 소금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변절자'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2016년 11월, 국정 농단이 막 불거졌을 때 인 목사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고 이선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왜 저렇게 버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명진 목사는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인 목사의 새누리당 인적 쇄신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이후 새누리당은 개혁은커녕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인 목사는 당 차원에서 박 대통령을 징계할 수 없다고 천명했고,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대통령 탄핵이 아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

국정 농단에서 자유롭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대선 후보로 밀고 있기도 하다. 인 목사는 1월 30일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해 "본인(황 대행)이 혹시 결단하고 대선 후보가 된다 하면 우리 당으로선 싫어할 일이, 마다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기독 학생운동 선구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앞장'

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와 함께 장외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서경석 목사도 인명진 목사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새문안교회 출신인 서 목사는 산업 선교 사역을 하던 중 두 번의 옥고를 치렀다. 특히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가담한 이유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기독 학생운동의 선구자로 명성을 떨친 서 목사는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며 정치 노선을 변경했다. 서 목사는 2013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자신은 과거 '친북 좌파'였다고 했다. 그는 "귀국 이후 일반 학생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기독 학생운동까지 전부 김일성 주체사상파가 됐다. 민주화 대항쟁 때 한국을 민주화한 세력이 바로 이 종북 좌파 세력이다"고 주장했다.

서경석 목사는 2005년 11월 최성규 목사 등 보수 목회자들과 함께 '기독교사회책임'을 창립했다. 좌파와 연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희망이 없다며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를 적극 지지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 촛불 집회에 맞서기 위해 '선진화시민행동'을 조직했다. 최근에는 새한국국민운동을 조직, 탄핵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나라 안에서 일어난 크고 굵직한 시위는 모두 종북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봤다. 서 목사는 미선이·효순이 촛불 시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 맥아더 동상 철거, 한미 FTA 반대, 광우병 촛불 시위, 제주 해군 기지 반대 시위 등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 역시 종북 세력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촛불 민심은 다름 아닌 종북 좌파 세력의 생각이다. 이번 촛불 집회는 민주노총, 전교조, 통합진보당 등 종북 좌파 세력이 주도했다", "촛불이 왜 꺼졌는 줄 아는가. 맨 처음에는 촛불 집회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민들이) 종북 좌파란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안 나간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 - 2월 23일 안산 집회 발언 중

"나도 대학 때 학생운동 친북 세력이 나라 뒤흔들어, 박통 임기 마칠 때까지 싸울 것"

두 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철홍 목사는 2015년 12월 국정교과서 찬성 입장을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낸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과 장신대 동료 교수들을 비난하는 글을 써 논란을 빚었다.

김 목사는 같은 해 11월 한 교회 강연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으셨다'고 안도했다", "박 대통령 치적 중 하나는 통진당 해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나도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해 봐서 안다. 좌편향은 학교교육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계속됐다. 2016년 11월 장신대 홈페이지에 국정 농단과 관련해 "진짜 원조 무당은 최순실이 아니라 엉터리 언론들이다. 시민이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거짓된 환상을 진실로 믿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로 유명을 달리한 고 백남기 농민을 비하하는 글도 여러 차례 올려 논란이 됐다. 김 목사는 학생들에게 "광화문 집회에 나가면 광대뼈가 함몰되어 병원에 실려 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제대로 하나님의 일 한 번 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장신대는 김 목사에게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김철홍 목사는 올해 2월 10일 보수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정신과 원칙 아래서 국민이 자유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태극기 집회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쟁을 포함하여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김 목사는, 친북 세력이 나라를 흔든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30년간 양산된 '친북 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친북 세력을 세우려 한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종말한다.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여 한반도에 공산국가를 세울 것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전대미문의 반역이다."

예장통합 목회자들 '부글부글'

인명진·서경석·김철홍 목사를 향한 교단 내부 시선은 곱지 않다. 권력 지향적이며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성경의 가르침과 반대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장통합 일하는예수회는 지난해 12월 26일 "서경석·인명진 목사는 정치를 하려거든 당장 목사직을 내려놓으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교회개혁예장목회자연대는 2월 3일 성명에서 "같은 교단에 속한 목회자들로 깊은 아픔과 더불어 자괴감을 느낀다. 이성희 총회장은 교단 헌법에 합당한 권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목사 3인방의 권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교회개혁예장목회자연대는 "성경에 나타난 대로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이들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일이라면 모르겠다. 집권당과 권력자들의 시녀가 되고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것은 희생과 봉사가 아니라 일신의 영화와 명예, 그리고 권력의 노예를 자처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권력을 동시에 섬기는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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