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촛불 시민께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촛불 시민께 용서를 구합니다
  • 지유석
  • 승인 2017.03.04 23:3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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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막바지 기승 부리는 보수 기독교계

오늘(3/3) 서울에서 볼 일 보고 막 귀가하려는데 충남 천안역 역전에 기독당이 내건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호인 즉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적법성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라!"였습니다. 그 아래 내용은 이렇습니다. 

천안역 역전에 걸린 기독당의 현수막 ⓒ 사진 = 지유석 기자

1) 국회의 대통령 탄핵신청은 불법이다. 
2) 헌재의 9명 인원 아닌 결정은 불법이다. 
3) 정치권은 대선쇼를 중단하라. 

이 현수막을 보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1), 2)항은 사실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2)항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주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탄핵 적법성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라"는 구호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이미 대의기관인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는데, 또 무슨 국민투표가 필요하단 말인가요?

전 개신교(대한 성공회) 신자인데, 이런 모습 보면 개신교 신도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낯뜨겁기만했던 3.1절 구국기도회 

그뿐만 아닙니다. 3.1절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선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공동으로 구국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기도회 장소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예고한 3.1절 집회 장소와 겹쳤고, 그래서 이 기도회가 탄기국의 사전집회 성격을 띠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구국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온갖 거짓이 지금 우리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SNS를 뒤엎고 거짓말로 사람들을 파괴하고, 사람들에게 헛된 소식을 전해서 국민들에게 불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공산독재를 무너지게 해 달라. 대한민국에서 공산세력을 따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탄핵반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박 대통령 측 입장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날 구국기도회엔 조용목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경기도 안양시 은혜와진리교회 성도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정황이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조용목 목사는 JTBC 보도내용은 거짓이고, 극우논객 변희재씨가 진실이라고 설교했다고 합니다.

조용목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경기도 안양 은혜외진리교회는 3.1절 구국기도회에 신도들을 대거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현장엔 교회 버스가 눈에 띠었다. ⓒ 독자 제공

전 이 지점에서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를 나름 정의하자면,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은 공의로우신 분입니다. 일반 세속 국가에서는 부자와 권력자가 사회적 약자 위에 군림합니다. 이게 인간 세상의 질서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다스리는 하느님 나라는 가난하고 억눌린 자가 주인입니다. 하느님은 이들을 편들어 주시고, 세속 권력자들의 권력욕을 준엄하게 심판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본받아 이 땅에 공의를 실현시켜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 아모스는 이렇게 외칩니다.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그러나 최근 탄핵 정국에서 드러나는 이 나라 그리스도교의 모습은 공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전 사실 이런 고차원적인 사유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뤄진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증거,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증거만이라도 겸허하게 수용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그저 습관적으로 '아멘'만 외치는 성도들에게서 이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분들은 탄핵 정국의 도화선이 됐던 최순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믿음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신도들을 대거 동원한 정황이 드러난 은혜와진리교회를 다시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교회는 교세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교회입니다. 그런 대형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강단에서 'JTBC 보도는 조작이고 변희재가 진실'이라고 했으니, 이 무슨 궤변이란 말인가요?

혹시라도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개신교 교회, 특히 신도수 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들은 담임목사가 강단에서 내뱉는 말 한 마디가 곧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즉, 강단에서 목사들이 혹시라도 허위사실을 내뱉어도 곧장 진리의 말씀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게 현실이란 말입니다. 조용목 목사도 '말'에 관한 한 절대권력자입니다.

은혜와진리교회 조용목 목사가 JTBC 보도가 거짓이며, 극우논객 변희재가 진실이라는 설교를 한 정황이 불거졌다.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보이는 증거도 안믿으면서 하느님은 어떻게 믿을까?

앞서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은 보이지는 않지만 세속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분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이런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종교라고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약성서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서 말씀이 무색하게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들은 검찰과 특검에서 확보한 증거마저 조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물증도 믿지 않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은 어떻게 믿는지 그저 의아할 뿐입니다.

적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위에 적은 일들을 그저 보수 개신교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와 보수 반공정권의 결탁은 연원이 깊습니다. 박근혜 정권만 떼놓고 보아도 구국기도회를 주최한 한기총-한교연은 12.28한일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개성공단폐쇄 등 이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 이들은 잠시 침묵하더니 헌재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른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께서는 행함을 강조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행함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 간다"

예수께서 지금 이 나라에 오신다면 탄기국 탄핵반대 집회에 나온 이들을 보고 무어라 말씀하실까요? 전 이렇게 말씀하시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악한 일을 일삼는 자들아, 나에게서 물러가라.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11월초부터 지금까지 4개월 넘게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거리로 나온 촛불시민님들께, 그리고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이 나라 앞에 그저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지유석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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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17-03-06 11:49:54
지유석 님

형사, 민사감도 되지 않는 무죄의 증거가 증거지요.
"보이는 증거도 안 믿으면서 하나님은 어떻게 믿을까?"

(아모스 5:24a)"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마태복음 5:22)"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마지막때 2017-03-05 23:43:03
갈때까지 간 먹사들의 현주소 교회라는 세금없는 기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양아치 들

부끄러운 기독교 2017-03-05 15:14:42
주님 빨리 오셔서 악행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주시기를 바랄뿐입니다.
저런자들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목사라는 자들이 선동하여 악을 행하는 자들과
한몸이 되어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는 이 현실 이 나라
반드시 하나님이 심판이 있기를 바랍니다.

왜이러지? 2017-03-05 09:29:24
저도 기독교인으로서 대단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