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5년짜리 임금을 뽑는 것일뿐"
“대선은 5년짜리 임금을 뽑는 것일뿐"
  • 양재영
  • 승인 2017.03.08 0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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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 LA 강연회 인터뷰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이자 이 시대 대표적 진보논객이자 인문학자인 박노자 교수의 LA강연회가 평화서당 초청, <뉴스M/미주뉴스앤조이> 주관으로 3일(토) 열렸다.

<뉴스M/미주뉴스앤조이>는 ‘대한민국은 왜 주식회사가 되었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연회에 앞서 LA한인타운의 한식당에서 박노자 교수를 만나 인터뷰 나눴다.

박노자 교수는 한국의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시국현안부터 다가올 대선을 바라보는 역사학자로서의 관점, 삼성 등의 재벌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 등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밝히며 “문재인이나 이재명을 5년 임기의 왕을 선택하는 문제보다 사회 제도와 체제의 개혁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외교보복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국익을 배반했다.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라며 “오늘과 같은 첨예한 갈등의 시대에 슬기로운 자주적 외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M/미주뉴스앤조이>는 미성의 하이톤에 약간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하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능력을 가진 박노자 교수와  AOK(Action for One Korea) 정연진 대표와 함께 1시간 가까이 나눈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박노자 교수

- 이번에 LA를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화서당의 김기대 목사(본지 편집장)의 초대를 받았다. 10년전에도 같은 초대를 받고 왔었는데, 너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LA가 늘 그립다. 한국말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교민이 사는 곳은 연변 정도 외에는  지구상에 여기말고는 없는 것 같다. 이곳 음식 맛도 너무 좋아서 초대가 오자마자 바로 가겠다고 했다.(웃음)

- 전공이 특이하게도 ‘가야사'이다. 박노자(朴露子)라는 이름도 독특하고.

전공은 스승님께서 정해주셨다. 가락국기가 소개가 잘 안된 부분도 있고 해서. 가야는 탐라, 부여, 말갈 등과 함께 한국사의 한 축이다. 한국의 삼국시대라는 말은 중국의 위, 오, 촉 삼국시대를 벤치마킹한 것일 뿐 실제 한국과는 관계가 없다. 이름도 스승님께서 지어주셨는데,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이다.  

“문재인은 결국 우리하기 나름"

- 곧 있을 대선에 대한 박 교수의 전망이 궁금하다.

사실 대선은 5년짜리 임금을 뽑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누가 대통령이 되는냐에 따라 여러가지가 갈리게 된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해먹느냐도 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감옥에 가느냐?’인 것 같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이명박씨가 감옥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니 이석기씨가 감옥에 갔다. 만약 댓글부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석기 대신에 이명박이 갔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5년차 임금이 되느냐가 실제로 많은 사람의 생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쩔 수 어쩔 수 없이 그 게임에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 그럼 대선 앞두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는 대선보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일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집회(데모)가 일상이 되었다.재미있는게 시간이 갈수록 외치는 구호가 바뀐다. 지금은 박근혜나 최순실의 인기가 내려가고, 이재용의 인기가 올라갔다.

진짜 문제는 재벌왕국에 있다. 몇개 안되는 소왕가(재벌)들이 국민경제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은 재벌이 국가위에 있다.  국가는 재벌들의 행동대, 고민해결사 정도일 뿐이다. 고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들이 요구하면 당장 해결해주니 국가는 재벌의 해결사가 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이 5년짜리 왕에게 압박을 주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다. 그런의미에서 요즘 집회가 일상이 되는 과정이 저에게 더 흥미롭다. 집회는 대중의식의 정도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니, 대중의식의 변화를 추측할 수 있다.

- 현 대선에선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양면적이다. 일면으로는 민주화투쟁 경력도 있으면서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문제는 ‘문재인에게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어느정도까기 가해지고, 어디까지는 그를 끌고 갈 수 있는가?’에 있다. 재벌문제, 복지국가 등에 대해 얼마나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그를 움직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문재인은 결국 우리하기 나름이다.

- 재벌이나 복지문제와 관련해 문재인을 평가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당 자체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껏 재벌에 맞서적이 없는 집단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경제관련 실적을 가르치다보면, 재벌관련한 정책 중 재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책이 별로 없었다. 순환출자, 금산분리 문제 등에 대해 맞서는 척은 했지만, 재벌의 이해관계를 제한시키거나 압박을 가한 적은 없다고 본다.

복지 문제에 있어도 실적은 있어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때는 보편복지가 아닌 극소 계층을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호제도는 많은 노인들을 굻어죽게 만드는 정책이었다.

저는 특전사 군복 입고 총을 들고 있는 문재인 씨 캠프 포스터를 보고 많이 놀랐다. 누구와 싸울 생각인가? 대한민국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는 딱 하나다. 군복을 입어봐야 동포와 싸우겠다는 것밖에 안된다. 그래야 아저씨들이 표를 주겠지만, 그 정도 밖에 생각이 없는가?

“이재용 구속은 엄청난 진보"

- 그래도 이재명 시장은 좀 다른 것 아닌가?

분명 이재명 시장은 개인적으로 끌리는 요소가 있다. 저한테는 그 사람이 노무현을 연상케 한다. 노무현도 인간적으로 끌리는 점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정의당 같은 경우는 리더보다 당이 더 중요하다. 리더가 당의 말을 듣지 않으면 더이상 리더가 아니다. 민주당은 당이나 일반당원들의 의견을 무조건 반영하는 구조가 크게 잡혀있지 않다. 그러니 노무현도 지지자를 무시하고 이라크파병을 할 수 있었다. 보스 정치가 다 그렇다.

사민주의자들의 장점은 보스보다 당이 먼저이다. 당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한국의 정의당도 그런 구조이다.

- 그래도 이번 특검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킨 것은 기대이상이었던 것 같다.

엄청난 진보이다. 삼성을 그 정도로 심판한 적은 여지껏 없었다. 삼성이 국정을 농단한지가 50년 다 되었다. 이승만 박사 시절에 가장 특혜를 받은 집단이 삼성이다. 55-56년에 제일모직, 제일재단을 만들었을 때 온갖 특혜를 받으며, 사실상 나라 돈을 사유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재벌을 만드는 것은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이다. 그걸 해체시키지 않으면 재벌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그 고리를 끊고, 재벌이 갔고 있는 생산능력을 어느정도 사회통제 하에 둘 수 있다면, 좀더 정상적인 자본주의로 갈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자본주의 치고도 비정상적이다.

- 이재용 구속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삼성이 잘나서 만든 갤럭시 노트7을 보라. 저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데, 탈 때마다 창피해 죽겠다. 노트7 갖고는 비행기를 타지 못한 다는 공문이 세계 공항마다 다 걸려있다. 삼성의 독재 구조가 낳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이다. 이재용 구속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전혀 없다.

“치명적 국익배반한 박근혜는 재판에 회부해야"

- 저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보면, 민란을 예견하는 부분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볼 때 한국의 민란을 예견한 것인가?

박노자 교수의 책 <주식회사 대한민국>(한겨레출판, 2016)

노르웨이에서 보면 이게 정말 국가인가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댓글부대의 대선개입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만일 미국 CIA가 선거에 개입한 점이 정확하게 밝혀졌다면 어떤 난리가 났겠는가?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 박근혜가 계속 대통령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이다. 이게 국가이고, 대통령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무책임한 인명경시는 산업화된 국가에서 전례가 없다. 그때 너무 놀라서 해상참사역사를 쭉 살펴봤는데, 이 정도 구제 실패의 경우는 20세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 다음 일처리이다. 책임 자체가 거의 없었다. 민간인은 처벌했지만, 책임 있는 공무원 중 제대로 실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건 국가가 아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정도로 무능력한 국가는 대형사건이나 부패사건으로 민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보면 국가의 무능이 극에 달하고, 인재가 생기고 나서 정권이 위험해지는 도식이 있다. 역사적으로 86년 체르노빌 참사이후 92년 소련 붕괴가 대표적 예이다.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책에 쓴 적이 있다. 몇 년 보니 이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었다. 정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확신이 오더라.

- 역사학자로서 최근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외교압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국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난리가 난 것이다. 이런 난리가 나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서민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명나라 망해가고 청나라가 흥하고 있는 명청교체기가 있었다. 인조반정 이전에 광해군과 대북파가 아주 좋은 외교정책을 해왔다. 양쪽하고 교류하면서 조심스럽게 조선이 무사할 수 있는 등거리 외교를 했다. 자국 안전 위주의 균형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런데, 인조반정 쿠데타를 통해 명분론에 미친 양반들이 집권해서 등거리 외교를 폐하고, 대명 위주의 일방적 외교로 정책을 취했다. 결국 두 번의 호란을 맞고 엄청난 혼란을 겪지 않았나? 그때 제일 피해 많이 본 사람은 일반인이었다.

만약에 등거리 외교를 잘했다면 그냥 슬기롭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청나라는 명이 주적이었다. 조선이 부드럽게만 나갔다면 굳이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명에 대한 예속을 공고히 하고, 청나라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취하니 쳐들어 온 것이다.

- 그럼 한반도 외교의 해결책은 적절한 등거리외교인가?

이상적으로는 남북한이 그냥 완벽한 등거리외교를 위해 중립화 되었으면 제일 좋겠다.

한 나라 위주로 모든 외교정책을 무비판정책으로 쫓아다니는 것은 이와같은 충돌이 잦은 시대에 극도로 위험하다. 미국으로서는 대한민국은 졸에 불과하다. 졸은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자국민 결속 차원에서 대북선제공격이 필요하다면 한국의 안존에 대해 1초라도 생각하겠는가?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주외교를 해서, 미국의 잘못된 외교 정책에 대해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 결국 사드가 문제인데...

사드를 받아들이는 순간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한국의 외교부도 사드에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문가가 보면 이건 미친짓이다. 사드를 받아들인 박근혜는 국익을 배반했으니 재판에 회부해야 할 일이다. 치명적인 국익배반이다.

한국에서는 북조선과 친 했다고 해서 재판 받은 사람은 많지만, 친미주의로 재판 받은 사람은 한 명도없다. 식상한 소리이지만, 국가보안법 폐지가 중요하다. 국가보안법은 민간인들의 대북접촉을 막고 있다. 모든 대북접촉을 무조건 막는 것은 세계사에 전례가 없다. 미국도 모든 대소 접촉을 막은 적이 없었다. 얼마든지 개인초청으로 소련에 갈 수 있었다. 그게 자유주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자유주의와 전혀 관계없는 전체주의이다.

박노자 교수가 평화서당 초청으로 LA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 최근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에 개신교들이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오는 현상은 어떻게 보는가?

(웃음) 한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 정치지형도로 보면 문재인씨 정도는 온건보수, 이재명씨 정도 되면 중도파, 심상정씨 정도는 사민주의 정도 될 것이다.

한국의 국우에 해당되는 집단은 노르웨이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에도 국우가 있는데, 그들은 미국에 비판적이다. 유럽에서 극우는 자국중심주의이다. 한국의 국우파가 존재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서 없다. 그들은 유사 종교와 비슷하다. 한국이 그만큼 자주권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한국 기독교 역사와 연관해보면, 한국 천주교는 선교사가 먼저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먼저 받아들였다. 그런데, 개신교는 선교사들이 먼저 오다보니 오랫동안 선교사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그런 기독교 역사와 직결된 것이라고 본다.

- 지금 촛불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선에 너무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대통령 되느냐는 5년 동안의 문제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체제, 제도이다. 제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에 생산수단을 누가 통제하느냐이다. 촛불시민들이 이 핵심적인 부분을 바로 봤으면 좋겠다. 문재인과 안철수, 이재명이  아니라 제도, 체제이다. 지금은 촛불시민들도 이 부분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 한국사회가 힘들다 보니 이민을 많이들 생각한다. 노르웨이 복지에 대해 궁금하다.

노르웨이의 장점이라면, 돈 걱정을 덜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이 없고, 의료비용을 개인적으로 들이지 않아도 되는 점 등도 좋은 점이다. 저한테 제일 큰 것은 노후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이다. 노후를 나라에서 다 알아서 설계해준다. 저같이 돈 계산 못하는 사람에게는 큰 은혜이다.

- 마지막으로 미주 교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교민들이 트럼프 정부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은 모든 한국인이 반대한다는 점을 꼭 전달했으면 좋겠다. 남북 모두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쟁은 피해밖에 없다.

요즘 선제공격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그 결과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미국 지도자들이 자국민의 안전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보니, 외국의 안전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이 사람들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 가한 것을 보면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년후면 중국이 훨씬 강력해지니, 군 현대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지금 공격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인들은 미국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관계는 끝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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