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진리교회, '노란 리본' 달았다고 교인 제명
은혜와진리교회, '노란 리본' 달았다고 교인 제명
  • 최승현
  • 승인 2017.03.0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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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목 목사 비판하니 '출교'…"우리 목사님이 하나님 대리"
30년 교회를 다닌 교인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담임목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쫓겨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제명하고, 리더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출교한 교회가 있다. 한국의 한 대형 교회에서 2016년에 벌어진 일이다. 최근 교인들을 태극기 집회에 동원해 비판을 사고 있는 은혜와진리교회(조용목 목사) 이야기다.

수원 지교회 청년이었던 A는 12월 1일, 설교 도중 보수 세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조용목 목사의 유튜브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스트레스 유발 주의'라는 제목을 달았다. A의 친구이자 은혜와진리교회 청년이었던 B는 이 글을 공유하며 "이 교회에 28년을 다녀 왔는데 물들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적었다.

곧바로 청년부 목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B에게는 만나서, A에게는 전화로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사유는 "당회장 목사님의 의견에 반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글을 올린 지 1주일 만이었다. 어떠한 권징 절차나 면담도 없었다.

<뉴스앤조이>는 출교를 통보한 은혜와진리교회 청년부 목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조용목 목사를 비판한 것만으로 출교 처분한 이유는 무엇인지, 권징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출교를 통보한 것은 문제가 아닌지 등을 물었다. 그는 "우리 교회 내부 일이다. 말할 이유도 의무도 없고, 교회 내부 일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우리 교회 일에 대해 뭐라고 기자가 쓸 이유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노란 리본' 달자 제명

A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관계자들이 이전부터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봐 왔다고 했다. 은혜와진리교회를 30년 넘게 다닌 A는 청년부 리더를 맡는 등 교회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지난해 4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교회에서 복음성가 대회가 열렸는데, A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옷과 기타에 노란 리본을 부착하고 무대에 올랐다.

며칠 후, 한 청년이 "어떻게 공식 석상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설 수 있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청년은 교회가 왜 이를 막지 않았고 A는 왜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랐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교역자들은 A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A는 "교역자들이 '추모하는 뜻이면 상관없지만, 좌파라든지 전교조 사상을 따르기 위해 달았다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 청년의 문제 제기로 교역자들이 직접 찾아온 게 이상했다. 교역자들은 A에게 "문제 제기가 들어왔으니 절차를 밟는다"고 말했다. A는 교역자들과 두어 번 만나 자신의 입장을 말했고, 자신을 비판한 청년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썼다. 그러나 교회는 A에게 '청년부 제명' 조치를 내렸다. 청년부 담당 목사는 A에게, 다소 억울하더라도 교회와 조용목 목사의 지도를 따라 달라고 했다.

"억울한 일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갚아 주시고 최후 판결자는 하나님이시다. 그 판결은 우리 당회장 목사님이 대리로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실수 안 하면 우리 목사님도 실수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 오신 일들 가까이서 봐 온 입장에서, 성실하시고 진실하신 분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이해가 안 가더라도, 목사님 하시면 따르겠다(는 마음을 가져 달라). 순종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역사하신다. 순종 안 하면 역사가 멈춘다. 참고 인내하면 하나님 절대 우리 손해 보게 하지 않으신다. 이런 경우를 만나면 하나님께 믿음을 보여 드릴 좋은 기회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

A는 단순히 노란 리본을 단 것만 문제 삼은 게 아니라고 봤다. 그가 다른 청년들과 책도 읽고 공연도 기획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교회는 달가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모임 자체를 불온하게 보았다는 것이다. A는 "청년부 목사가 '당회장 목사님은 교회 내 사조직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A는 이전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전했다. 그는 "갈등이 생기면 대항하거나 마찰을 빚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질리거나 포기해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다닌 교회라 애정이 있었던 그는, 4월 '노란 리본' 사건 후에도 열심히 교회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쫓겨난 그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뉴스앤조이>에 "30년 넘게 다니고 사랑한 교회이기에, 진심으로 이 교회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했으면 좋겠고, 하나님 앞에서 건강하고 정의로웠으면 하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소박한 바람이 있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소셜미디어로 전해지는 수많은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귀기울여 듣고, 앞으로 큰 변화를 위한 아주 작은 가능성을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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