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예수를 따르지 않는 회심자로 가득차 있다
교회는 예수를 따르지 않는 회심자로 가득차 있다
  • 허현
  • 승인 2017.03.23 0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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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씨 탄핵을 지지하기 위해 촛불을 드는 것도, 박사모가 되어 탄핵을 반대하는 것도 비난 받을 일은 아니며, 트럼프를 지지하건, 힐러리를 지지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로도 모자라 이스라엘의 다윗별기를 들고 박근혜 탄핵 반대 시위에 동원된/참여한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자신들의 신앙가치라고 말해왔던 것을 180도 뒤집으면서까지 트럼프를 지지하는 70%의 백인복음주의자들의 행태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관점에서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자신 말고는 모든 것에 눈멀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궁극적인 가치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한국이나 미국의 기독교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측면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기독교국가체제(Christendom)의 제자도와 교회론이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기독교국가체제는 콘스탄틴주의(Constantinianism)라고도 하는데, 교회와 국가가 결혼관계처럼 서로의 뒷배를 봐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초기 예수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로마제국의 핍박아래 사회적 약자(marginalized)였던 반면, 콘스탄틴 이후의 교회는 사회의 중심권력이 되어 오히려 비기독교도들을 핍박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자리에 앉게되었다. 교회와 감독들이 제국의 전쟁을 지지하고 국가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어드리는 이 체제는 그 이후로 1500년간 서구유럽을 지배한다.

건국시부터 정교를 분리한 미국은 기독교국가와 무관한 것 같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자신의 나라가 기독교국가라고 생각한다. 헌법으로 정교분리원칙을 고수하나 여전히 기독교가 권력을 가지고 사회 중심에 자리잡은 국가를 문화적 혹은 기능적 기독교국가체제라고 한다. 한국 역시 기독교국가체제와는 거리가 먼 것 처럼 보이지만, 다수의 정치인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 각층에서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칭하며, 사회 권력의 핵심에 앉아 있는 사회가 되었으니 미국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기독교국가체제의 가장 큰 폐해는 예수와 상관 없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nominal Christians)을 대량 양산해 낸 것이다. 국가를 지원하는 댓가로 권력의 핵심에 앉게 된 교회는 예수가 중심이 되어 연대한 공동체가 아닌, 권력과 금권을 욕망함으로써 예수운동의 변질을 가져왔다. 그러한 조직체는 예수와 상관 없는 불에 소멸될 기구들이다.

풀러신학교 윌버트 쉥크 교수는 기독교국가체제의 교회에 대한 이해는 근대선교운동을 통해 피선교지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서구나 비서구권의 교회들 안에 권력과 금권에 휘둘리는 예수와 상관 없는 노미날리티(nominality)라는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사회로부터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이 주축을 이룬 한미준이 갤럽을 통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결과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제안들 중 첫번째가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였다.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은 대형교회에서 가장 많이 양산된다. 대책이 마련되었다면, 그 교회들은 12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중소형교회로 전환되었어야 할 것이다.

예수와 상관 없는, 예수에는 관심도 없이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에만 충실한 그리스도인이란 말은 형용모순이다. 그런 기독교가 이명박이라는, 트럼프라는 괴물 그리스도인을 탄생시킨 것이고, 그 점에서 기독교는 가장 큰 범죄자다. 예수는 고사하고 수치심마저 땅에 묻어버린 교회를 바라보며, 우리 시대 선지자들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우리의 교회는 예수를 따르기로 작정하지 않은 회심자들로 가득차 있다."- 달라스 윌라드

"우리의 교회들은 영적 유아(infancy)들에 맞추어 구조화 되었다.” – 고든 코스비

허현 목사 / Mountain View Mennonite Church  공동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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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2017-03-23 05:40:14
기독교의 파라독스는. 이 글을 쓰는 이도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함으로서 일어나는 변화는 없다는 자기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