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낮 예배가 주일 성수의 기준?
주일 낮 예배가 주일 성수의 기준?
  • 김동문
  • 승인 2017.03.23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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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대예배', '주일 낮 예배' 라는 용어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주일 낮 예배는 대개 11:00 예배였다. 이 예배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이른바 주일을 거룩히 지켜야 하는(주일성수) 규정을 어긴 사람 취급 받았다. 그런 까닭에 주일이 평일이라 주일 낮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해외에 체류하는 교민교회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자체 예배당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배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도 없었고, 직장 다니는 교인들의 형편을 고려하면, 11:00에 예배를 드릴 수도 없었다.

이집트는 금요일이 휴일이고, 이스라엘은 토요일이 휴일이었다. 가장 많은 목회자가 다니던 예루살렘의 한인교회는 토요일 오전에 예배를 드렸다. 이 모습을 두고 목사들이 주일도 지키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던 분들도 기억난다. 금요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는 이집트나 요르단 등의 한인교회를 두고도 성경도 모른다고 비난하던 목소리도 있었다. 주일 성수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언제 드리는 어느 예배가 더 중요한 예배일까? 오늘날 교인들의 형편과 교회 사정에 따라 주일 예배가 1부, 2부, 3부로 구분된 경우가 있다. 4, 5, 6부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11:00 전후한 예배가 가장 많은 교인이 몰리곤 한다. 아무래도 시간대가 안정적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주일학교는 이 시간대에 맞춰서 진행한다.

왜 11:00 전후한 예배에 상대적으로 교인들이 몰리는 것일까? 이들 가운데는 주일 낮 예배(시간대) 드리는 것을 더 주일을 잘 지킨 것인양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1:00 전후한 예배를 드리던 교인들을 이보다 앞선 시간대의 예배로 봉사 담당자로 세워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수요예배나 다른 날, 다른 시간대의 예배보다 주일 예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이들이 생각하는, 아니면 어떤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예배에 이런 높고 낮음,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는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드리는 예배, 적은 소수가 들판이나 카페, 야외에서 드리는 예배도 차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의심(?)을 할 수도 있는 것은 주일 예배가 1, 2, 3부 예배 등으로 나눠진 경우 1부 예배 기도는 교회 집사, 안수 집사 등에게 맡겨도, 2부나 3부 예배(11:00대에 가까운 예배) 기도는 장로들을 세우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전주 지역에 있는 교회에서 장로 장립을 받은 강 모 장로는 수도권에 있는 교회로 옮겼다. 물론 교회를 옮긴다는 이명증서까지 새로 다니는 교회에 제출하였다. 강 장로는 그곳에서 협동 장로로 인정받았다.

“3부 예배는 이 교회에서 임명받은 장로들만 대표 기도를 맡깁니다. 협동 장로들은 1부 예배나 2부 예배 순서를 맡길 뿐입니다.”

이 경우처럼 다른 교회에서 장로로 임명되었다가 교회를 옮겨온 협동 장로가 아니라 자기 교회에서 장로로 안수(임명)받은 장로만을 세우는 경우를 통해서 어떤 예배를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어느 예배가 다른 예배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무엇일까? “많은 교인이 모이는 예배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예배 담당자와 비중이 큰 예배의 담당자가 다르다. 11:00 가까운 예배 담당자는 장로 이상이어야 하고, 교회 부목사들 중에서도 비중 있는 사람을 세우곤 한다.

또한 주일 예배 설교를 세우는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주일 예배 설교는 수요일 저녁이나 청년부 예배 설교와 달리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담임 목사, 목사들이 많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예배의 가장 중요한 설교기에 아무나(?) 설교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담임 목사가 출타중일 경우에 새벽 예배나 수요 예배, 금요에배 등의 순서는 교회 교역자들에게 순서를 맡기지만 주일 예배는 그렇지 않다.

교인들 중에서도 주일 예배 설교는 부목사가 아닌 담임목사(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김 모 목사는 교회 부목사로 5년 차를 넘기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주일 예배 설교를 맡은 적이 없다. 담임 목사가 외부 출타 중인 경우에 다른 전도사나 외부 설교자가 주일 설교를 맡은 적이 있어도, 김 모 목사는 그런 책임을 맡은 적이 없다. 이것은 그 교회 담임 목사가 생각하는 주일 설교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담임 목사 입장에서 김 모 목사는 주일 설교자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평일 예배 설교는 맡을 수 있어도 주일 설교는 안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과 판단에는 저 마다의 근거가 있다. 개혁적인 입장이나 보수적인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주일 예배 설교가 다른 날의 설교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때때로 궁금하다. 더 많은 사람(교인)이 참여하기에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라 말하면서, 큰 예배, 작은 예배를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구분하고 차별 또는 구별하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일까? 그 판단은 건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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