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꼼수' 세습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목사님, '꼼수' 세습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 오준승
  • 승인 2017.03.2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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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명성교회 평신도가 김삼환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목사님이 원로목사로 재직하고 계신 명성교회에서 7년째 평신도로 있는 오준승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공개로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지난 11일 공동의회에서 당회가 제출한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청빙의 건'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 저희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하 통합 교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통합 교단은 2015년 총회에서 '교회 세습 금지 조항'(이른바 세습방지법)을 84%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세습방지법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아들, 딸, 손자, 증손 등)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 세습방지법 제28조

세습방지법의 정신은 교회를 일가친척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교회 합병'이라는 편법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목사님. 세습방지법이 제정되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형교회 목사들이 너도나도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줘서 만들어진 것 아닙니까? 참담합니다. 당회와 공동의회가 교단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으면 교단법을 가장 준수해야 할 교단의 맏형교회가 앞장서서 편법으로 교단법 정신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이제 자녀에게 교회를 세습하고자 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중 그 누가 교단법의 정신을 준수하려 하겠습니까?

명성교회의 한 장로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명성교회는 국가기관이나 공공재단이 아니라 성도들의 것이므로 성도들이 담임(목사)를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합니다. 맞습니다. 명성교회는 신도들의 것입니다. 그러나 신도들의 것이기 이전에, 교단에 소속된 교회이기도 합니다. 교단법의 정신을 지키지 않겠다면, 교단을 탈퇴하십시오. 교단법을 지키지 않는 교회는 교단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김하나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를 합니다. 마땅한 후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김하나 목사를 초청하는 것이 신앙공동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언제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표가 나왔던 공동의회에서, 약 25%의 반대표(1964명)가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항상 당회의 결정을 존중했던 평신도들 사이에서도, 도저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2천여 명이나 나왔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김하나 목사를 초청할 경우 교회의 신앙공동체 사이에서 더 큰 분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은 항상 교회의 분열을 경계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명성교회의 편법세습으로 인하여 명성교회 공동체를 넘어 교단 전체가 갈등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기독교윤리실천연합의 성명서, 15일 통합 교단 신학 교수들의 호소문, 17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들의 성명서, 18일 교회개혁예장목회자 연대 성명서, 22일에는 우리 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의 목회자 모임에서도 반대 성명서를 냈습니다. 지금 교회의 분열을 부추기는 것은 누구입니까?

안창호 헌법재판관도 인용한 아모스 5장 24절 말씀입니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불법과 불의를 버리고,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실천하라는 의미입니다. 

목사님은 지금까지 '세습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약속을 준수하십시오. 김하나 목사님. 세습을 거부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끝까지 교단법의 정신을 지켜주십시오.

이글은 본지 제휴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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