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기자수첩]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 지유석
  • 승인 2017.04.03 2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계, 제주에서 자행한 죄악 참회해야
제주4.3 평화공원 ⓒ 지유석 기자

기독교인으로서 해마다 제주4.3 사건을 맞을 때면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먼저 제주의 분위기부터 전하고자 한다. 한국은 밤만되면 온통 붉은 십자가로 가득하다. 그러나 제주도만은 예외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제주인구에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다. 가장 교세가 강한 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인데, 2015년 기준 3만 5,758명이다. 교인수로만 따진다면 서울 등 대도시의 중대형교회 하나 정도에 그친다. 제주도에서 교세가 약한 이유로 무속신앙 혹은 섬 특유의 배타성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제주 기독교 교세는 제주4.3과 떼어놓을 수 없다. 제주4.3은 한국전쟁의 전주곡이자 해방 직후의 세월호다. 사건은 5월10로 예정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기 위해 제주의 게릴라 조직들이 각지의 경찰지서를 습격한데서 시작됐다. 

당시 제주도 민심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농사는 흉작이었고, 엎친대 덮친 격으로 미군정 당국이 지나칠 정도로 징발을 가했다. 이 와중에 약 6만 명의 동포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에는 유력자의 자제와 유학생들이 많았고, 이들을 매개로 사회주의 사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4.3사건 전에 형성된 사회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투쟁으로 연결됐다. 이승만은 이 같은 투쟁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이때 전면에 나선 세력들이 해방직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남한으로 넘어온 기독교인들이었다. 역사는 이들을 서북청년단이라고 기록한다. 서북청년단 할 때 ‘서북’은 평안도와 함경도를 말한다. 서북 지역 기독교인은 공산정권 수립 이후 대거 남하해 반공 세력의 주축이 됐다. 이들은 경찰 공권력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제주에서 온갖 잔혹행위를 저질렀다. 

새삼 이들이 벌인 잔혹행위를 끄집어 내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여전히 기독교계가 제주4.3에 그 어떤 전향적인 태도도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제주4.3은 50여 년 간 ‘불순세력의 준동’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66년만인 2014년엔 국가기념일로 정해졌다. 

보수정권 들어 노골적으로 자행된 4.3흔들기 

제주4.3 평화공원은 서북청년단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 지유석 기자

그러나 보수정권 집권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대통령은 제주4.3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일간베스트 저장소’ 따위의 극우 인터넷 사이트는 재차 제주4.3을 공산폭동이라며 폄훼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일은 신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졌다. 지난 해 6월 한신대학교에서 군 장성 출신인 강사가 “5.16은 군사혁명, 제주4.3은 폭동”이라는 취지의 강연을 한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강의실 주변에 “한신대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 4.3을 폭동이라 가르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대자보를 붙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와중에 기독교계는 일관되게 제주4.3 폄하를 일삼아 왔다. 숙명여대 리더십교양학부 김응교 교수는 자신의 책 <곁으로>에서 이렇게 적었다.

“제주 4.3 희생자 14,033명 전원을 '폭도'로 규정하고, 제주 4.3평화공원에 대해서 '폭도공원'이라며 공사 중단을 주장했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바로 이선교 목사(현대사포럼대표)와 전광훈 목사(청교도 영성 훈련원장)를 비롯한 목사들이다."

이제 내년이면 제주4.3은 7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보수 정권은 제주4.3을 외면했고, 이런 정부 태도에 편승해 극우 인터넷 사이트는 제주4.3을 모독했다. 그리고 기독교계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기독교계가 언제쯤 지난 날의 흑역사를 뉘우칠까?

부디 하나님께서 제주4.3 희생자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그리고 제주4.3에 책임을 져야할 목회자들을 벌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