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이름의 약장수
종교라는 이름의 약장수
  • 신성남
  • 승인 2017.04.09 0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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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거 빼고는 다 구라"

'구라'란 말하는 이가 이미 거짓임을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로 하여금 사실로 믿게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속어다. 이 단어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 근거가 확실하지는 않다. 이런 속어는 가급적 삼가야 하지만 개신교 현실에 매우 적합한 표현이기에 부득이 사용한다.

구라를 잘 치는 사람을 보면 주로 평소에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기독교인 중에 구라가 제일 심한 직분은 목사다. 교회에서 목사보다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구라의 진화

교회에 처음 출석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첫 번째 구라는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다"란 말이다. 물론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구라가 들어있다. 왜냐하면 기독교인 중에 하나님의 종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시골 약장수가 진통제를 속여 만병통치약처럼 구라치는 것과 비슷한 행태다.

그런데 많은 교인들은 이 구라에 속아서 아예 처음부터 목사에게는 미리 한수 접어주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게 관습화한다. 그러니 늘 평등한 소통이 제한되고 매사에 목사에게 종속적인 존재가 된다. 더구나 상당수 무당 목사들은 내심으로 그런 상태를 즐기고 부추긴다. 그래서 마치 자기가 신의 대리자라도 된 양 스스로 종교적 자뻑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간이 더 커지면 마침내 복음을 종교화하여 무허가 장사판에 진열한다.

그 다음부터 그런 종교적 구라는 더욱 과감하게 진화한다. 그 증상이 심한 경우 사회에서는 동네 학원 강사조차 하기 힘든 자질의 위인들이 교회에서는 아주 고고한 영적 대스승이라도 되는 양 기고만장한다. 그리고 그게 만성화하고 양심이 마비되면 도덕불감증에 빠진다. 대부분의 순진한 교인들이 아무 말을 않고 있으니 그저 만만한 바지저고리로 안다. 결국 그런 목회는 구라가 기본적 필살기가 되고 종교라는 고상한 허울로 상식을 초토화한다.

요즘 개신교를 기초부터 파괴하고 있는 목회 독재, 헌금 횡령, 성직 매매, 성추행, 그리고 교회 세습 등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은 구라가 용인되니 점차 큰 구라로 발전하고 바늘 도둑이 서서히 소도둑으로 성장한다. 게다가 누가 이를 좀 고치자고 반대하면 도리어 교회의 분열과 불신을 조장한다고 거꾸로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무슨 중세 시대도 아니건만 툭하면 자기 교인들을 왕따시키거나 이단으로 몰거나 또는 마녀사냥으로 제명한다.

그 결과 웬만한 대형 교회 목사들 치고 경제적으로 검소하거나 청빈한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만날 교인들에게 하늘에 바치라고 뜨겁게 호소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다지 열심히 바치지 않는다. 체면상 십일조만 달랑 내거나 추가로 생색만 조금 더하고 나머지 재물은 열심히 땅에다 쌓는다. 따라서 성경의 눈치를 보며 마음은 가난하다고 하면서 몸이 부자인 목사들이야말로 초특급 구라쟁이다.

종교 장사가 흥행하는 이유

구라 목사의 가장 큰 특징은 돈 문제에 깨끗하지 못 하다는 데 있다. 무슨 핑계와 명분을 대서라도 기여코 교회 돈을 가져간다. 합법, 편법, 그리고 불법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래서 자립 교회 중에 목사 지출비를 분산 처리하지 않고 연봉만 곱게 받아가는 목사가 매우 드물다.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목사의 구라에 공적 설교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특정인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한국 개신교엔 구라 설교가 넘친다. 거짓 선지자는 교회에 위기가 있어도 항상 평안을 노래한다. 그래야 영업이 잘 된다. "예수 믿으면 복 받아서 부자 되고 성공한다"고 구라쳐야 사람이 몰린다. 반대로 "예수 믿고 변화되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자"고 설교하면 장사 망친다. 구라 목회가 흥행하는 이유다.

특히 "목사는 영적 아버지다", "목사에게 맞서면 천벌 받는다". "목사만 축복권 있다", "목사는 하나님이 직접 치리한다", "십일조 잘하면 부자 된다", "교회당이 성전이다", "교회 출석 잘하면 성공한다", "모든 권력에 복종하라", "교회 비판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거다", 그리고 "돈이 축복이다" 등의 설교는 모두 다 진리를 교묘히 오도하거나 왜곡하는 헛소리며 개구라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삯꾼 목사들에게 선교나 전도는 단지 자기 영업을 위해 '구라 시장'를 확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선교하자 하고 선교비 떼먹고, 십일조하자 하고 헌금 떼먹고, 성전 짓자 하고 건축비 떼먹고, 교육하자 하고 기금 떼먹고, 재단 만들자 하고 사유화하고, 그리고 늘 "하나님께 온전히 다 맡기자"고 설교하는데 실제 자기 돈은 절대로 안 맡긴다. 이러니 요즘은 목사들이 뭘 좀 하자고 하면 지레 겁부터 날 정도다.

최근 목사의 직업 만족도가 3위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법관이나 교수보다 높았다. 그런데 우린 그 결과를 마냥 좋게만 해석해도 될런지 큰 의문이다. 전국에 신학교가 난립해서 자질 미달의 목회자가 과잉 방출되고 매년 수 천의 미자립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서 직업 만족도가 그처럼 높다는 게 정말 무슨 의미인지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개신교의 목회자들은 십자가를 지는 목회 여정의 고난에 그토록 깊히 만족하고 있는 걸일까. 나는 먼저 세인들이 개신교와 목사를 실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부터 냉엄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길을 막고 한번 물어 보기 바란다. 욕이 안 나오면 다행이다. 거리 민심과 소통하지 않는 교회는 미래가 없다.

대대로 팔자 고친다

물론 진실하고 충직한 진짜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이 순간에도 많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묵묵히 헌신하고 있다. 어찌보면 그들 때문에 개신교가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지적처럼 일부 목회자들이 자주 애용하는 3가지 '단골 구라'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바쁘다", "피곤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진짜 목사는 그런 말을 함부로 안 한다. 오히려 그건 목사의 본격적인 구라가 시작되는 전주곡으로 보면 된다. 많은 경우 목회 태만이나 목회 비리는 "바쁘다"나 "시간 없다"로 무마되고, 헌금 남용이나 성추행은 "피곤하다"나 "사랑한다"로 시작된다.  

무엇보다 예배로 구라치고, 설교로 구라치고, 기도로 구라치고, 찬양으로 구라치고, 신학으로 구라치고, 교권으로 구라치고, 선행으로 구라치고, 그리고 삶으로 구라치는 자들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언제나 좋은 도구나 아름다운 포장을 이용해서 구라친다. 그러나 구라쳐서 흥행하거나 구라쳐야 대박나는 종교는 사교(邪敎) 집단일 뿐이다.

오죽하면 목사에 대해 '열정의 구라메이커'라는 말까지 나올까. 그 위선이 하도 가증스러워 "숨 쉬는 거 빼고는 다 구라"라고 보면 된다. 종교 장사꾼들은 회개할 마음도 없고 고칠 생각도 별로 없다. 오히려 그들은 교회 하나 잘 잡으면 대대로 팔자 고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세습 안 한다"고 계속 연막치다가 갑자기 얼굴을 바꾸어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한 대형 교회의 저질 목사가 그 좋은 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통속이 되어 씨알도 안 먹힐 생구라를 치고 있다. 그래서 아마 오늘날 상당수 목사들의 가장 큰 구라는 아직도 자기가 '예수를 믿고 있다'는 위선일 거다.

종교라는 이름의 약장수에 속지 말자. 신약 팔고, 구약 팔고, 그리고 이제는 유다처럼 예수까지 팔아 배를 불린다. 교회라는 거룩한 간판을 걸고 멸망한 예루살렘성보다 더 큰 죄악을 우리가 쌓고 있다. 오늘날 예수가 또 다시 우시는 이유다.

"종교는 인간을 가장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묶고서 종살이를 하도록 만드는 게 또한 종교다. 왜 그럴까. 종교는 덩치가 커질수록 권력화되고, 부패하고, 타락하는 속성이 있다. 세상의 권력 중에서도 가장 권력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게 바로 종교다." - 길희성 교수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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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2017-04-18 00:09:21
신성남님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1. 집사님이신 것 같은데, 이 글을 읽으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누구일까요?
2. 길희성 교수님의 종교의 양면성을 올려 주셨는데, 우리 집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종교는 어떤 것인지요?
유익한 토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