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랐던 십일조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십일조
  • 김동문
  • 승인 2017.04.15 02: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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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눈으로 성경읽기] 십일조

십일조는 출애굽 공동체만의 고유한 규정이 아니었다. 메소포타미아는 물론 고대 근동 모든 지역에 십일조 또는 십일조에 해당하는 규정이 시행되었다. 출애굽 당시의 고대 이집트는 물론이고 가나안 종교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십일조는 신에게, 신전에 바치는 것이 일반적인 의무였고, 강제 규정이었다.

출애굽 공동체가 다인종 다민족 공동체였다는 점과 이들 모두의 공동점이 이집트에 살았다는 점, 이집트 문명에 익숙했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십일조 규정을 이해하는 것이 출애굽 광야에서 주어진 십일조를 이해하는 것에 중요할 것 같다. 조금 더 살펴보자. (이 글은 출애굽 이후의 십일조 관련 본문과 그 당시의 고대 근동의 십일조 관행과 정신에만 주목하였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십일조를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논쟁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1. 성경읽기

그리고 그 땅의 십분의 일 곧 그 땅의 곡식이나 나무의 열매는 그 십분의 일은 여호와의 것이니 여호와의 성물이라. 또 만일 어떤 사람이 그의 십일조를 무르려면 그것에 오분의 일을 더할 것이요, 모든 소나 양의 십일조는 목자의 지팡이 아래로 통과하는 것의 열 번째의 것마다 여호와의 성물이 되리라. 그 우열을 가리거나 바꾸거나 하지 말라 바꾸면 둘 다 거룩하리니 무르지 못하리라. (레위기 27:30-33)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는 너희가 그처럼 행하지 말고, 오직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너희 모든 지파 중에서 택하신 곳인 그 계실 곳으로 찾아 나아가서, 너희의 번제와 너희의 제물과 너희의 십일조와 너희 손의 거제와 너희의 서원제와 낙헌 예물과 너희 소와 양의 처음 난 것들을 너희는 그리로 가져다가 드리고, 거기 곧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먹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의 손으로 수고한 일에 복 주심으로 말미암아 너희와 너희의 가족이 즐거워할지니라. (신명기 12:4-7)

너는 마땅히 매 년 토지 소산의 십일조를 드릴 것이며, 네 하나님 여호와 앞 곧 여호와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의 십일조를 먹으며, 또 네 소와 양의 처음 난 것을 먹고 네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항상 배울 것이니라. 그러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이 네게서 너무 멀고 행로가 어려워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풍부히 주신 것을 가지고 갈 수 없거든, 그것을 돈으로 바꾸어 그 돈을 싸 가지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으로 가서, 네 마음에 원하는 모든 것을 그 돈으로 사되 소나 양이나 포도주나 독주 등 네 마음에 원하는 모든 것을 구하고, 거기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너와 네 권속이 함께 먹고 즐거워할 것이며, 네 성읍에 거주하는 레위인은 너희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자이니 또한 저버리지 말지니라.

매 삼 년 끝에 그 해 소산의 십분의 일을 다 내어 네 성읍에 저축하여, 너희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인과 네 성중에 거류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이 와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신명기 14:22-29)

2. 그 현장 속으로

그 시대는 나라별, 시대별로 으뜸신이 달랐어도 종교와 정치가 결합된 제정일체 시대였다. 출애굽 광야 백성들에게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었을, 고대 이집트의 십일조에 관한 의식을 짚어보자. 고대 근동의 십일조는 어떤 것이었을까? 고대 이집트에서, 신전에 바쳐야할 몫을 삭감하거나 신들에게 바칠 제물을 줄이거나 신들의 것을 훔치는 것은 큰 죄였다. 군사 원정의 전리품의 1/10은 신전에 신에게 바쳐졌다. 그것은 포로를 비롯한 땅과 재물 등 모든 전리품에 해당하였다. 백성들은 매해 토지소산의 1/6을 신전에, 신에게 바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 해마다 첫 열매를 신전에(만) 바쳐야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제물 바치는 이나 백성들은 이렇게 신전에, 신에게 이렇게 바칠 의무를 수행하여야 했다.

그러나 출애굽 공동체의 십일조는 아예 다른 것이었다. 십일조 제물을 바치고 소비하는 주체가 신전이나 신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다. 십일조 제물을 가져온 사람과 그 가족들, 그 가족에 속한 노비, 그 성에 거주하는 레위인이었다. 이들이 함께 그것을 먹어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3년 마다 드리는 십일조도, 십일조 제물 바치는 자와 그 가족들, 그 성안에 거주하는 레위인을 비롯하여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고아, 과부 그리고 나그네들이 이것을 누릴 수 있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십일조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 근동지역의 십일조는 신에게 바쳐야 하는 일종의 상납금으로 군신관계, 상하관계의 표현, 복종의 표시, 전쟁에서의 승리를 이끄시거나 허락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백성들에 해마다 드리는 소산의 십일조는 의무였고 일종의 세금이었다. 그렇지만 십일조 징수 담당이 있었는지,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자율적으로 제물을 바치거나 또 다른 십일조를 하기도 했다. 가장 몫이 큰 십일조는 전리품이었다. 어떤 점에서 그 당시 종교는 신탁을 명분으로 전쟁을 부추기거나 약탈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곤 했다. 전리품 즉 노략품의 십일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였다.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등 모든 고대 중동의 종교에서 십일조가 신전에, 신에게 바쳐지는 것이었고, 제물 바치는 자에게 단지 의무로 주어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출애굽 공동체에 주어진 십일조는 십일조 제물을 바치는 이를 포함하여 규정된 사람들에 공유하고 나눠야 하는 것이었다. 출애굽 공동체의 십일조의 쓰임새는 신전 건축이나 유지와는 전혀 무관했다. 건물이 아닌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먹고 배부름으로 즐거워하는 축제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출애굽 공동체에 주어진 십일조는 사회적 나눔이었고, 축제였다. 공공복지의 토대였다.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인과 성중에 거류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이 와서 먹고 배부르게 하”는 나눔이 십일조 의무 평가 지수였다. 십일조 제물 바침이 공공성을 지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3. 오늘 이 자리에서

십일조는 율법이었기에 은혜의 시대에는 강제될 것이 아니니 십일조는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와 성경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담고 있다. 구약은 율법의 시대, 신약은 은혜의 시대라 말한다. 율법은 단지 은혜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구약의 율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율법이 아니다. 그것은 은혜로 가득한 것이었다. 하나님의 눈물이, 뜨거운 애정이 가득 넘쳐나는 사랑고백의 이야기였다.

출애굽 후 광야에서 시작된 하나님나라에서 십일조 원리는 십계명 원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십계명의 원리가 지켜져야 하는 것인 것처럼 십일조 원리도 지켜야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한국 교회의 십일조 문화는 출애굽 공동체에 주어진 그 정신과 원리를 바르게 따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고대 근동의 종교가 갖고 있던 모습, 즉 신의 이름으로 신전과 신전의 제사장들, 종교인들이 부를 축적하고 누리던 그 갈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예수 시대에 강도의 굴혈이라며 비난받았던 성전제사종교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수 시대 서기관들, 제사장들, 바리새인 등 종교전문가들의 왜곡하고 변질시킨 구약 해석을 바탕으로, 구약 율법을 폐지하여야 한다거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측이다. 오히려 예수는 그 시대를 넘어 하나님의 본래의 은혜의 법을 회복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바른 해석을 회복하고 살려내는 것, 그것이 예수의 길이었다.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 신앙 공동체와 사회의 다양한 약자를 돌보고 섬기는 공공복지와 하나님나라의 축제의 밑천과 실천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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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민 2020-01-21 15:26:37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교통 2017-04-19 07:21:18
잘 알겠습니다. 답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통 2017-04-17 23:53:43
잘 읽었습니다.
1.율법 안에 은혜가 가득하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이며,
2.십일조 원리와 십계명 원리가 서로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