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안에서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 지유석
  • 승인 2017.04.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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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레잇넥 성공회한인교회 배상훈 요셉 신부
그레잇넥 성공회뉴욕한인교회 ⓒ 지유석

“작지만 강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어느 전자회사의 광고 카피다. 기독교계로 눈을 돌려보면 성공회(Anglican Church)만큼 이 카피가 어울리는 교파는 없어 보인다. 한국 성공회는 올해로 선교 127주년을 맞았다. 교세는 작은 편이지만 선교 초기부터 사회선교에 앞장서왔다. 

미국 성공회는 건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신앙적 뿌리는 성공회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자리한 유서 깊은 교회인 트리니티 처치 역시 성공회 교회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성공회 교회에서 취임미사를 드린다. 다만, 영국과 달리 ’Episcopal Church’란 명칭을 사용하는 탓에 얼른 성공회임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Episcopal Church’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감독교회’로 풀이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감독(주교)이 있는 교회라는 의미다. 미국이 이 같은 명칭을 쓰는 이유는 영국과의 역사적 관계 때문이다. 즉 미국은 영국과 독전쟁을 치르면서 독립을 얻었고, 그래서 영국식 명칭을 피한 것이다. 

뉴욕한인성공회 주임신부인 배상훈 요셉 신부 ⓒ 지유석

뉴욕 한인 교포사회에서도 성공회 교회가 존재한다. 바로 뉴욕 롱아일랜드 그레잇넥에 위치한 성공회뉴욕한인교회(All Saints Episcopal Korean Church·Great Neck Episcopal Ministry· 주임사제 배상훈 요셉신부)다. 이 교회는 1975년 뉴욕 근교에 사는 성공회 신자들 및 주재원들이 맨하탄 차이나타운에 있는 성공회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면서부터 시작했다. 교회는 처음엔 맨해튼의 성요셉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다 1977년과 78년 사이 퀸즈 아스토리아 소재 성삼위일체 성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2000년 플러싱에 위치한 성요한 성당으로 이전했다가 2010년 현 예배당인 그레잇넥 올세인트 성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 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공백기를 보냐야 했다. 1979년부터 주임사제로 교회를 섬겼던 김용걸 신부가 2006년 퇴임하면서 후임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0년 6월 배상훈 요셉 신부가 부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레잇넥 올세인트 교회 내부는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 지유석

성공회한인교회가 표방하는 비전은 1)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 2) 다양성을 존중하고 용납하는 교회: 신앙의 모습, 영적인 여정, 인종, 성별 등 세상에서 만들어진 벽을 허물고 더불어 사는 교회 3)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교회 4) 전 교인이 사목하는 교회 등 네 가지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한인성공회교회 신도들은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교민사회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이 교회 신도들 대부분이 촛불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모습은 교세는 작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이 불거질 때 마다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한국 성공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는 지난 13일 오후 배상훈 신부를 만나 성공회의 전반적인 역사와 한인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사목방향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배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성공회 전반, 그리고 성공회 한인교회의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린다. 

성공회는 영국에서 등장한 개혁교회라 할 수 있다. 이성, 역사, 전통, 그리고 성경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중도’(via media)를 걷는다. 중도란 단순한 흑백 논리가 아닌, 모든 걸 포괄할 수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거룩하고, 공번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공교회라 하여 ‘성공회(聖公會)’라고 불리워 진다. 미국에서는 ‘Episcopal Church’이라 하며 유서 깊은 교회가 많다. 전세계적으로는 167개국에 교회가 있으며 신도수는 약 8500만에서 1억명 으로 추산되고 기독교중에는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 다음으로 큰 교세입니다.

이곳 그레잇넥엔 ‘올 세인트’ 교회와 ‘세인트폴’ 교회 두 곳이 있다. 한인들이 그레잇넥으로 이주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그래서 교회를 이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현재 모든 교회들의 교세가 위축되는 추세다. 이 와중에 합력해서 사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이에 4년 전 서로 기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교회가 하나 되기를 원해 세 교회의 재정과 행정을 합쳤다. 한국어 미사와 영어 미사는 따로 드린다. 1년에 10차례 정도는 합동 미사를 진행한다. 
 
-. 성공회는 한국에서도 작은 교파에 속한다. 한인사회에서 성공회가 차지하는 위치라면? 

미국 사회에서 오래 사목활동을 한 탓에 한인 사역은 잘 모른다. 다만 신도분들께서 사회활동에 열심이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밖에도 신자회장님은 이곳 의사협의회 부회장을 맡는 등 한인사회 참여도도 높다. 

성공회 뉴욕한인교회 예배 모습 ⓒ 지유석

-. 미주 지역 이민사회는 교회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런데 교민들이 다른 교회 말고 성공회를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성공회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으뜸으로 추구한다. 인간 존엄성은 세례 언약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열린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간 존엄성을 최고로 여긴다. 어차피 우리는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성별, 인종, 빈부격차 등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열린 공동체와 정의로운 것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무를 생각하고 있다. 또 사회에 참여해 변화시켜야 한다고도 여긴다. 

-. 혹시 이 같은 생각에 대해 좌파라고 비판하지는 않는가?

비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우리는 예수파라고 반박한다. 예수는 정의를 구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치유하라고 가르쳤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 존중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한다. 물론 몇몇은 좌파라고 매도하지만 말이다. 

-. 사목 활동 가운데 신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면? 현재 사목 방향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 

난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왔다. 부모님께서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세탁소, 장사 등의 일을 했고, 난 부모과 함께 많은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이민사회에서는 안정이 최우선이다. 아마 다른 신도들도 안정을 찾는데서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분들의 관심사는 자녀 교육이다. 즉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나 고민한다는 말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공부한 학생들은 미국 사회에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기 자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의사 혹은 변호사가 되어 성공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데 그친다는 말이다.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미국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니 기회도 많고, 능력도 충분하다. 이젠 생각을 넓게 가져야 한다.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렇게 넓은 생각을 갖고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끼치도록 자녀교육을 해서 자녀들이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일이다. 

개인 성공 머무르지 말고 지경 넓혀야 

배상훈 신부는 “생각을 넓게 가지라”고 강조했다. ⓒ 지유석

-. 전반적인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아시안으로서 장벽이 있지 않은가?

물론 처음엔 차별이 없지 않다. 차별 극복도 쉽지 않다. 그러나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 우리 다음 세대는 (기회가) 더 많이 열려 있다고 본다. 이들은 다문화, 다인종을 몸으로 경험했으니까. 학창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한국인이고, 중국인이다. 따라서 다음 세대는 훨씬 개방적이다. 분명 기회는 있으리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대통령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굳이 대통령보다도 사회에 기여하고 참여하는 2세들이 됐으면 좋겠다. 열린 생각 갖도록 자녀교육을 행해야겠다. 그런데 생각이 열리려면 깊은 영성이 있어야 한다. 자신 안에 하나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고, 하나님께서 평화 가운데 완전하게 만드신다는 영성 말이다. 이런 영성이 있어야 자신을 열 수 있고, 타인에게서 드러나는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본다. 

이에 사목도 자녀들이 열린 생각을 갖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영성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 트럼프 집권 이후 이민자 사회엔 불안감이 증폭하는 것 같다. 한인사회라고해서 예외는 아니어 보인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성공하리라고 보는가? 

이민정책도 인간 존엄성과 관련됐다고 본다. 솔직히 미국 원주민들 빼고는 다 이민자다. 누가 먼저 왔다의 차이일 뿐이다. 물론 이민자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이민자 때문에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 이민자들이 하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거나 하면 안 된다. 교회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한 안식처이기에 그런 분들 위해 기도하고 환영한다.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뉴욕주의 경우 공권력이 교회 안에 진입할 수 있다. 실제 몇 년 전에 뉴욕 경찰이 다녀간 적이 있다. 이들에게 이곳은 ‘성소’라고 했지만 경찰은 ‘이곳에선 대법원이 더 위에 있다’고 맞섰다. 교회가 법으로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교회를 존중해 공권력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우리 교회는 아프리카에서 온 분들도, 히스패닉도 계신다. 

-. 한국 성공회와는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가?

한국 성공회 관계자들이 뉴욕을 방문하시면 이곳을 많이 찾는다. 내가 사목활동으로 인해 한국을 갈 기회는 많이 없다. 

-. 교민 사회, 그리고 한국 성공회 가족에게 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해달라. 

교민분들에겐 희망의 말씀 드리고 싶다. 흔히 ‘빽’이라 하는데, 우리에겐 가장 큰 하나님빽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늘 함께 하시고,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시는가?

그러니 걱정 많이 마시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걸 믿는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큰 소망과 사랑 안에 있다. 웃고 편안하고, 그리고 남을 볼 땐 관대하게 바라보시기를 권면한다. 교회 안에서도 비판이 팽배한데, 서로 사랑하고 관대하고 다름을 이해해 주기를 아울러 권면한다. 이렇게 되면 이민사회가 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에 계신 분들은 언제든 방문해 달라. 한국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 위해 협력하고 기도하고 있다. 

배상훈 신부 ⓒ 지유석
* 배상훈 신부 약력
은퇴사제인 배두한 신부의 막내로 85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L.A.오렌지카운티에서 중고교를 마쳤고 U.Penn.에서 종교학(B.A.), Yale.에서 신학석사(M.Div.)학위를 받았다. 2003년 6월24일 롱아일랜드 성공회에서 부제서품을, 2004년 1월26일 사제서품을 받았다. 현재 그레잇넥 성공회에서 성공회뉴욕한인교회, 올 세인트교회, 세인트 폴 교회 등 세 교회에서 사목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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