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적인 선거를 앞두고
기자수첩] 역사적인 선거를 앞두고
  • 지유석
  • 승인 2017.05.08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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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동안의 고민에 5년의 운명이 결정된다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 헌법이 가진 가치를 거스른 박근혜씨를 파면하고 치르는 선거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은 전 정권이 거의 유린하다시피 한 헌법적 가치를 세워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지난 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지유석

지난 4일과 5일, 사전선거가 치러졌다. 기자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투표소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투표가 치러지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지켜본 투표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유권자들의 행렬은 오전부터 심상치 않더니 투표 마감까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학생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또 가방과 지갑, 스마트폰 케이스에 세월호 노란리본을 단 이들도 많이 눈에 띠었다. 

지난 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지유석

유권자들은 투표만 하고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앞에서 혼자, 혹인 함께 온 연인, 친구, 자매끼리 모여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사전 투표가 치러진 4일과 5일 SNS 타임라인은 사전투표를 했음을 알리는 인증샷이 넘쳐났다. 실제 사전투표율은 전국적으로 26.06%로 2013년 4월 도입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전투표를 지켜보면서 정말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투표는 참 쉽다. 투표소 현장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투표용지 받아 지지후보의 이름 옆에 붉은 도장을 찍으면 그만이다.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5분 동안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앞으로 5년 동안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박근혜씨 집권 기간 동안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던가?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유권자들이 선택한 결과 아니었던가?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짚어 봐야겠다. 정치는 꽤 오랜 내력을 지녔다. 이런 이유로 정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리고 이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고자 캐나다 출신의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턴의 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정치를 이 같이 정의했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이 나라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다. 그럼에도 사회안전망은 경제대국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미비하다. 그래서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같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대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도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이에 가정 형편이 넉넉한 몇몇을 제외하곤 입학하자마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업전선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사회안전망 확보나 반값 등록금 재원 마련에 인색했다. 그보다 국가자원을 4대강 사업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미국산 무기체계 도입 등 국민 생활과 무관한데 쏟아 부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꾸려졌다. 이때도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몰아갔고, 세월호 인양에 드는 비용 지출도 꺼려했다. 

이 모든 게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이 아닌, 정권 담당자들의 이해관계에 집중돼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사익 추구에 국가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다. 더구나 박근혜씨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이니 만큼,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리라 믿는다. 부디 이 사실만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담당자들에게 국민은 관심 밖이었다. 더 이상 이런 자들이 공정하고,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오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치를 정치가의 정치로 범위를 좁혀보자. 이 때 정치는 국민의 이익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한다. 한편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할 후보, 국가자원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높이는 데 매진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투표에 드는 시간은 단 5분이다. 이 5분 동안 누가 대통령으로서 적임자인지 고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별히 개신교에 당부한다. 기독자유당이라는 보수 기독교계 정파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나 타종교에 대한 적대감, 개신교계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법률제정 반대가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의 기본 정신은 아니다. 오히려 기독자유당이 내세운 기준은 반그리스도적이다. 

이 당이 지지하는 후보 역시 뇌물수수 의혹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등 그리스도교의 가치관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따라서 기독교의 이름으로 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정치적 측면에서 이 후보의 정강정책을 지지하는 건 각자의 자유겠지만, 기독교 신앙을 내세운 지지는 예수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일임을 깨닫기 바란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선거다. 그리고 역사의 주인공은 각 정당의 후보가 아닌 유권자다. 5분 동안의 고민에 앞으로의 5년이 달려 있다. 주권자이자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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