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페미니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성경적 페미니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지유석
  • 승인 2017.05.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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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노라 수차례 약속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성들을 요직에 중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는 단순한 구색 맞추기 차원을 넘어서는 조치였고, 성평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한국교회는 낙후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강단은 남성 일색이고, 여성의 목회자 진출은 금기어로 치부되고 있다. 한 번은 여성신학자가 공개 석상에서 여성 목회자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강의에서 배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강호숙 박사는 지난 15일 삼일교회에서 청어람ARMC(청어람·양희송 대표)주최로 열린 ‘청년 사역과 페미니즘’ 강연을 통해 페미니즘 불모지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강 박사의 강연은 새정부 출범 이후 한국교회에서 페미니즘의 위상을 돌아보게 하는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강 박사의 양해를 얻어 강연 발췌록을 싣는다. 편집자주] 

총신대에서 “현대사회와 여성”, “한국사회와 여성문제”를 강의해 오다가, 일순간에 강의 박탈을 당하게 된 나로선 페미니즘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페미니즘은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외치려는 게 아니라,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와 고통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문제 삼아, 남녀 모두 성별의 제약 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지향하는 것이다. 

여성신학자 강호숙 박사

페미니즘의 지향과 목표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남자와 여자가 동일하게 창조되었고(창 1:27),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받아 모든 믿는 자가 차별이 없음을 믿는 기독신앙과 일치함에도 불구하고(롬 3:22), 어찌된 일인지 한국교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여성을 존엄적인 개체로 보기보다는, ‘남녀질서’에 따른 종속적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기독교 신문 <뉴스앤조이>가 2017년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3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여성 혐오 발언 설문’에 답변을 보면, 왜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지 진단해 볼 수 있다. 여성 청년들은 교회의 외모, 복장, 나이 등에 대한 성차별 문화와 목회자의 성적 타락,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여성을 오히려 ‘꽃뱀’, ‘이단’으로 몰아간 악의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를 꼬집었다. 

이 처럼 페미니즘이 없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살펴보면, 첫째, 성역할분업에 따른 성차별과 성문제의 심각성이다.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보수교단은 가부장적 신념과 신학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성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 성차별은 복음을 왜곡하거나 위축시키며, 여성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과 은사를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피해여성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가해자로 몰고 있음이 포착된다. 교인 절반 이상인 여성을 목회하면서 여성이해의 필수불가결한 ‘성경적 페미니즘’을 모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성을 모르면 여성을 만드신 하나님도 부정되거나 왜곡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오늘날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남성 리더십과는 다르게, 직관과 감수성, 공감과 돌봄 중심의 여성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다. 한국교회는 남성중심의 신앙과 신학, 조직과 문화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페미니즘을 이해하면서 남녀가 윈윈(win-win)하며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가운데 진리탐구는 ‘더 넓고 깊게’ 추구하면서 교회문화와 시대문화에 대해선 민첩성과 소통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선, 교회여성들의 연대 속에서 페미니즘 성경해석을 통한 자각과 여성 신학적 질문과 도전이 필요하며,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설교 피드백을 제안하고 싶다. 또한, 여성의 ‘힘 갖추기'를 통해 기존의 남성 교회정치구조 내에서 여성 진출의 기회를 늘림으로써, 유효한 정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토크 버스킹’과 여성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관점의 지식과 경험, 인식들이 공유되어 폭넓은 신앙적 담론을 구축해야 하며, 성범죄 신고 핫라인과 조정위원회를 개설하여 교회의 성문제를 공적인 문제로서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

성 평등문화 실천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가 행복한 인간성을 지향하자는 것이며, 남녀평등과 정의, 사랑과 평화를 이루려는 비전을 담은 실천이다. 가부장적 교회에서 남성들은 과연 행복한가를 묻고 싶다. 여성을 존중하고 여성과 함께하는 교회가 될 때, 교회사역의 역동성과 함께 행복도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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