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가톨릭 모두 새로운 종교개혁 필요한 시기”
“개신교, 가톨릭 모두 새로운 종교개혁 필요한 시기”
  • 지유석
  • 승인 2017.05.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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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그리스도교 전반의 개혁 필요성 강조
해방신학자인 김근수 전 <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개신교 교회에 새로운 저항 과제를 던졌다. ⓒ 지유석

종교개혁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생겨났다. 올해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가톨릭은 종교개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인 김근수 전 <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종교개혁이 “중세 가톨릭의 부패를 비판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교 신앙에게 새로운 길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편집장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년 세미나’에서 ‘해방신학이 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란 제하의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편집장은 해방신학의 본고장인 남미 엘 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방신학자이다. 김 전 편집장은 이번 발제에서도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김 전 편집장이 말하는 해방신학은 ‘가난한 사람들’을 강조하는 신학이다. 

“하느님 백성은 평신도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가르킨다. 하느님 백성이란 단어를 들으면 평신도를 포함한 교회를 우선 떠올리는 사람이 있고, 하느님 백성은 곧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한 교회라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전통신학이 인간 일반을 강조했다면, 해방신학은 좀더 구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강조했다. 전통신학이 그리스도에게서 인간의 얼굴을 보았다면, 해방신학은 가난한 사람들을 보았다. 전통신학이 예수의 제자들을 좀더 주목했다면, 해방신학은 제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더 중시했다.”

김 전 편집장은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개신교에 두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먼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될 것과 ‘부자와 권력자를 멀리하라’는 권면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돈이 많았을 때, 종교는 어김 없이 부패했다. 가톨릭 역사에 부유한 수도원이 문닫는 경우는 있었어도, 가난한 수도원이 그런 경우는 없었다. 지금 한국 개신교와 가톨릭에 돈이 넘쳐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많아서 걱정이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부자여서가 문제다.”

“부자와 권력자를 편드는 목회자는 부패한 세상에 저항하기 어렵다. 부자와 권력자를 편드는 교회는 부패한 세상에 저항하기 어렵다. 대체 한국 성직자들은 교회 개혁에 왜 그렇게 소극적일까. 성직자들과 신학자들이 부자와 권력자를 가까이 한다면, 교회에 희망도 미래도 없다.”

사실 한국 교회는 부유하고, 권력지향적이다. 가난한 사람들,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상처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교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가톨릭 교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김 전 편집장은 “루터가 한국에 오면 탄식할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개신교는 물론, 가톨릭 모두에게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편집장은 특히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루터가 가톨릭에 저항해 종교 개혁을 시작했다면, 한국 개신교는 누구에 저항해 종교 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할까? 지금 개신교와 가톨릭에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한 것 같다. 

첫째, 한국 개신교는 개신교 자신에게 저항해야 한다. 종교개혁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한국 개신교의 현실에 저항하라. 둘째, 한국 개신교는 부자와 권력자에게 저항하라. 개신교와 가톨릭은 그리스도교 역사상 거의 한 번도 부자와 권력자에게 저항해본 적이 없다. 한국 개신교와 가톨릭은 자유와 해방을 위한 민족의 운명에 제대로 동참해 본 적이 없다. 셋째, 개신교 운명을 목사가 아닌 성도에게 맡겨라. 21세기는 성도 시대로 평신도 시대다. 개신교 운명을 목사가 아닌 성도에게 맡겨라. 가톨릭 운명을 신부가 아닌 평신도에게 맡겨라.”

김 전 편집장은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사뭇 파격적인 내용을 제안했다. 그 제안의 내용은 아래 적는다. 

“종교 개혁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 종교 전쟁으로 생긴 희생자와 아픔의 역사에 대해 교황이 공식 사과하기 바란다. 가톨릭 교회가 마르틴 루터를 성인으로 시성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개신교와 가톨릭이 함께 루터를 신앙의 모범이자 스승으로 기쁘게 모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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