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이 바라본 한국교회, “왜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날까?”
외국언론이 바라본 한국교회, “왜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날까?”
  • 양재영
  • 승인 2017.05.30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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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재 알자지라 특파원이 본 한국 젊은이들의 트렌드
아랍권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가 27일(일) 한국교회와 젊은이들의 문화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했다. 외국언론이라는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교회와 젊은이들의 문화현상을 잘 그려낸 기사를 번역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따뜻한 일요일 아침, 서울성공회교회에는 오르간 소리에 맞춰 찬양을 부르는 교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30대 초반의 교인인 박현정 씨는 두살과 여섯살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현재 직장을 떠나있는 상태이다.

독실한 성공회 집안에서 자란 박씨는 어렸을 적엔 열심히 교회를 출석했다. 하지만,대학졸업과 취직, 결혼으로 이어진 빡빡한 일상으로 인해 어느덧 그녀는 일년에 두, 세번 정도 출석하는 수준이 되었다.

박씨는 “아이 키우고 살림을 꾸려가느라 교회에 나갈 시간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박씨와 같이 성인이 되면서 교회를 떠나는 경향은 이미 한국에 보편적 트렌드가 되고 있으며, 젊은이들 사이에 세속주의는 더욱 확산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은 교육과 구직에 매몰되어 종교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지적한다.

많은 한국의 도시에 교회는 이미 편의점 수 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2015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종교인의 비율은 2005년 47%에서 2015년 56%로 급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무종교인의 급상승의 배경에는 젊은 성인층에서 두드러지게 보인다. 갤럽코리아에 따르면 20대에 종교인이라 밝힌 한국인은 31%로 10년전 46%에 비해 현격하게 감소했다.  

한국교회, 새로운 변화 시도

박씨가 출석한 성공회교회는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126년 전통을 가진 교회이다. 이 교회는 최근 젊은 교인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TV 토크쇼를 모방한 이벤트나 모임을 갖고 있으며, 성경토론 대신 개인적, 영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영락교회 역시 젊은 층을 지키기 위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중이다.  

일부 교회에서는 스마트폰이 젊은층의 교회 출석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지난해 ‘업라이징'(Uprising)이라는 공동기도이벤트를 조직해, 스마트폰 없이 모여 기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인 사랑의교회는 성경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출석교인 3,000명인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의 주낙현 신부(49)는 최근 젊은 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교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그 활동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한다. 교회가 활기를 찾기 위해선 새신자와 젊은 교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신부는 미국에서 시작된 소위 ‘맥주 신학'(Theology on Tap)에서 영감을 받아, 식당이나 바와 같은 장소에서 강연회나 비공식적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매주 세번째 목요일 저녁에 커피숍에서 모여 무신론이나 개인적 고민,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략 20명 정도가 참석하며,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고가는데, 원한다면 음료만 마시고 대화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매달 마지막 주일에 젊은층을 위한 특별한 예배를 드린다. 젊은이들은 교회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단상에 올라와 성찬을 받으며, 주 신부는 강대상 없이 설교를 전한다. 그는 이러한 예배를 통해 교회 직제를 없애려고 한다고 설명하며 “이런 노력을 통해 젊은층의 감소추세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교회와 젊은 신자들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경희대학교의 송재영 교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처럼, 교회는 젊은 신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신자들의 수는 교회이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많은 한국교회는 여전히 권위적 구조속에 있으며, 상호교류와 민주적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젊은층이 활발하게 교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를 통해 “교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낡은 방식의 언어습관이 젊은층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라며 “이들이 편안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 등의 방식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실업과 냉소주의

전문가들은 2000년 이래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젊은층의 실업률의 급상승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젊은층들은 종교가 더이상 자신의 문제에 직접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은 종교인구의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수직적 조직체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현상은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젊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훨씬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이로인해 종교지도자들의 주장에 대해 냉소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직업과 재정 문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여전히 직접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주낙현 신부는 “우리는 직업이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고작 감정적 위로 정도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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