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무슬림 이웃과 함께 한 이프따르
낯선 곳에서 무슬림 이웃과 함께 한 이프따르
  • 김동문
  • 승인 2017.06.20 0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들레헴 아이다 난민촌에서 환대를 만나다
한국인 방문자들이 베들레헴 아이다 난민촌 한 가정에서 함께 '환대'를 담았다. (베들레헴 아이다 난민촌)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환대를 베풀어 본 적이 언제인가? 그것도 친한 이웃이 아닌 낯선 이웃, 아니 낯선 나그네에게 마음을 열고 따스한 차 한 잔 대접해본 적이 언제인가? 배제와 혐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환대의 추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지금은 이슬람 지역과 무슬림 사이에 한 달간의 금식 절기인 라마단이 한창이다. 대체적으로 이달 26일에 끝나는 것으로 보인다. 라마단이 막 시작된 지난 달 28일 저녁, 한국에서 온 10여명의 방문자들이 베들레헴의 아이다 난민촌을 찾았다. 5천명 넘는 난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이지만, 다른 지역과 별도로 구분된 경계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입이 통제되는 고립된 공간도 아니다. 

저녁 7:00경 숙소를 나서서 근처의 난민촌을 찾았다. 마침내 난민촌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난민촌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판 같은 것도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의 아이다 난민촌입니다."는 김 아무개 선교사의 안내를 받고서야 그곳이 난민촌인줄 알았을 뿐이다. 여타 가난한 서민 동네라는 인상이 들 뿐이었다. 방문자들은 난민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묘한 느낌과 낯선 분위기로 긴장하기도 했다. 

난민촌은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런 좁은 골목은 1950년대 이곳에 자리했던 천막 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질 무렵인 까닭인지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한 골목길에 접어들자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쌀람 알레이쿰(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와알레이쿠뭇 쌀람")(안녕하세요!) 화답했다. "라마단 카림"(좋은 라마만 명절이기를 원합니다)이라고 말을 건네자 "라마단 카림"(좋은 라마단 명절 되기 바래요.) 화답한다.

이내 한 집에서 주민이 이 낯선 이방인들을 초대했다. 또 다른 한 가정에서도 환대하며 식사 하고 가라고 손짓한다. 일행은 두 무리로 나누어 각각 가정을 방문했다. 가자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베들레헴을 방문했다가 지난 2년 간 가자지구 방문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자 난민 무함마드가 있었다. 아주 소박한 음식으로 라마단 금식을 마치고 이프따르를 즐기고 있었다. 기꺼이 음식을 낯선 나그네들에게 내밀었다. 라마단 금식을 제대로 지키는 이들은 먼동이 틀 무렵부터 해가질 때까지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이프따르는 그야말로 break fast 이다. 금식 후 첫 식사인 것이다.

다른 한 가정은 라마단 특식인 아따이프를 내어 놓았다. 보리떡에 속에 치즈를 넣어 굽거나 튀거나 하는 명절 음식이다. 물론 차와 커피, 음식을 제공했다. 4남매의 엄마인 누라는 잠시 뒤에 마실 온 이웃들이 집을 찾아왔다. 아무 렇지도 않은듯 부억으로 이방인 여성들을 초대하고는 음식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맛을 보라고 권한다. 아이들도 낯설었던 분위기를 넘어서서 나그네들과 어우러져 말을 하고, 환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새 무함마드 집에 있던 일행들이 또다른 마을 주민 아흐마드의 초대를 받아 갔다. 그곳에서도 한국에서 찾아온 나그네들에게 라마단 명절 음식을 제공하고 여러가지 궁금한 것을 묻고 있다.

난민 가정의 청소년들도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었다. 서로간에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아랍어를 거의 모르는 낯선 한국인 방문자들이었지만, 서로 환대를 주고 받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장벽은 없었다. 물론 지역 안내를 맡은 김 아무개 선교사의 통역 지원과 문화에 대한 조언이 함께 했다. 난민의 지위가 그대로 세습되어, 지금도 난민의 자녀이고 2세, 3세임에도 난민이라는 법적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난민의 정체성은 곤혹스러웠다.

낯선 나그네를 거리낌 없이 맞이하는 난민촌의 난민들, 그리고 뜻밖의 환대를 받고 당황스럽고 뜻깊은 만남을 가진 한국인 방문자들 모두에게는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환대륵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무슬림에 대한 거리감, 난민들에 대한 막연함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환대를 받으면서, 이웃은 다가갈 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제주에서온 장 아무개 간사의 고백이다. 

저 멀리 있는 낯선 이방인이 이웃이 되고, 함께 먹고 마시는 시간을 통해, 그리고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이웃이 된다. 환대는 배제와 혐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건다. 가보나 마나, 들어보나 마마, 말 해보나 마나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지배를 받는 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길은 멀다. 가봐야 하고, 만나봐야 하고, 들어봐야 한다. 내 안에 있는 고정관념, 편견의 벽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