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목사들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목사들
  • 양재영
  • 승인 2017.06.2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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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고령화사회에서 목회자 은퇴에 대한 단상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목회자의 은퇴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젊은 목회자들이 설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의 C 교회 K 목사는 모 장로교단의 부총회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그의 부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온정적이지만은 않다.

교계 일부에서 “이미 70을 넘은 목사가 교단 직책을 맡았다면, 도대체 언제 은퇴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볼멘 소리가 들려오지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진 않다. K 목사가 속한 교단은 은퇴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도 목사들의 은퇴와 관련해 적지않은 잡음들이 들려온다.

오렌지카운티 모 대형교회는 “2017년 12월 은퇴하겠다”는 담임목사의 언급에 대한 진실공방이 물밑에서 진행중이다. 지난해 지방회 이전과 관련해 총회와 갈등을 빚은 사건을 두고 “은퇴는 물건너갔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이 교회가 속한 교단 역시 목사의 은퇴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다.

LA한인타운 중심지에 새교회당 건축을 진행중인 모 교회 역시 담임목사의 은퇴와 관련해 소문이 무성하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나이 이미 60이 넘었다. 우리 세대는 건축을 해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 좋은 후임자를 세우고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했지만, 곳곳에서 들리는 소문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 교회가 속한 교단 역시 은퇴연령에 대한 규정이 없다.

“젊은 목회자는 갈 곳이 없다”

목회자 은퇴 문제는 고령화사회의 추세와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 교계 여론기관인 바나그룹(Barna Group)은  올해 초 미국 목회자의 평균연령을 조사하면서 사역중인 목회자의 평균연령이 평균 10세이상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목회자 평균연령이 1992년에는 44세 였으나, 25년후인 2017년에는 54세로 증가했다. 65세 이상의 고령 목회자는 10%이상 증가(6%에서 17%로)했으나, 40세 이하의 목회자는 반으로 줄었다.(33%에서 15%로)

몬타나주에서 실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미국연합그리스도의 교회(UCC) 교단 소속 목회자 34명 중 55세 이상의 목회자가 20명이 넘는 반면, 35세 이하의 목회자는 단 한명 뿐이었다.

연합감리교회(UMC) 엘로우스톤 연회의 경우 역시 목회자 고령화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연회의 목회자 평균 연령은 56세였으며, 가장 많은 목회자가 61세에서 70세 사이에 몰려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의 교계는 “노년층 목회자의 적체가 젊은 층의 일자리를 가로 막고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목사들”

한국 교단은 대체적으로 목회자 정년을 70세로 정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합동, 고신, 기감(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은 정년을 70세로, 대한성공회는 65세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교단에서는 65세를 자원 은퇴연령으로 삼기도 한다.

미국의 주류교단들은 일반적으로 은퇴연령이 없다. 대체로 65세를 전후해 은퇴를 유도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사들이 65세를 전후해 은퇴를 생각한다.

미국 장로교단에 소속중인 한 목회자는 “미국 교단은 연금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65세 정도에 은퇴한 후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65세 이후까지 힘든 목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들은 상황과 형편이 다르다. 일부 대형교단이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역목회에서 받는 사례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목사들은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갖가지 꼼수를 발휘하고 있다.

모 교회는 정년 연장을 위해 교단탈퇴를 시도하고 있다. 모 교회 담임목사는 먼 미래를 위해 사위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으며,  몇몇 교회들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면서 주일1부 예배 설교로 현역생활을 연장하고 있다. 사회에서 실형을 받은 모 은퇴목사는 지금도 4부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수명연장을 거론하기도 하며 “베드로, 요한, 바울 등 사도들은 정년없이 사명을 감당했다. 정년을 두는 것은 비성경적이다”고 합리화한다.   

이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계의 한 목회자는 “100세 현역 목사를 볼 날도 멀지 않았다. 몸에서 썩는 냄새가 날때까지 목회를 하는 것이 과연 충성일까? 목사들이 흔히 말하는 강단에서 쓰러지는 것이 과연 은혜일까? 깊이 생각해볼 주제이다”고 말했다.

한 평신도는 정년의 끝없는 연장은 '노욕'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영성은 온데간데 없고 버벅거리거나, 설교시 입가에 침을 흘리고, 이전에 했던 레코드판을 재탕하여 다시 돌리는등 밑천을 다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는 표절까지 일삼고 있다. 이를 노욕이라는 말 외에 어떤 단어로 설명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목회자의 정년은 한국교회의 고질적 문제인 ‘제왕적 목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높은뜻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목회자의 절대권력화를 막기 위해 조기 은퇴가 필요하다. 은퇴는 반납하는 것이다. 마치 내 것처럼 누리고 사용하였던 모든 것을 깨끗이 반납하고 자연인으로 그냥 성도로 돌아가는 것이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모 교계 지도자는 “80세, 90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탐욕’이다. 이 교회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욕심일 뿐이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경구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과 미국 교회는 극심한 교세 감소를 겪고 있다. 많은 젊은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은 받았지만, 교회의 부름으로부터는 외면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은퇴를 앞두고서도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목회자들은, 지금 교회 언저리에서 배회하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을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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