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무슬림 의사의 ‘反인륜' 범죄 기사 유감
파키스탄 무슬림 의사의 ‘反인륜' 범죄 기사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7.07.04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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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가해자, 기독교인 피해자'? 왜곡
국민일보 누리집 화면 갈무리

<파키스탄 무슬림 의사의 ‘反인륜’ “더러운 몸 만질 수 없다”며 기독교인 청소부 진료 거부해 사망> 이라는 제하의 국민일보 기사는 사실과 주장이 뒤엉켜져 있습니다. 왜냐고요? 사건과 사고를 보도하면서 가해자 또는 피의자의 인종, 종교, 성, 출신 지역, 학연을 다루는 것은 ‘차별’의식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을 자극하고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냅니다. 기사를 따라가봅니다.

“무슬림 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기독교인의 치료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파키스탄에서 발생했습니다. 숨진 청소부의 가족이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독교 선교사이트 슈바트닷컴은 지난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신드주 우르마코시의 한 병원 무슬림 의사가 더러운 몸을 만질 수 없다는 이유로 유독가스에 질식해 응급실로 옮겨진 기독교인 청소부의 진료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표현을 보면, ‘가해자는 무슬림, 피해자는 기독교인’입니다. 이 표현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지요? 한 기독교인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무슬림 의사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도록 돕습니다. 종교적인 이유 즉 가해자가 무슬림이고 희생자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가 파키스탄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이유인 것처럼 읽힙니다.

슈바트 닷컴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이 기사는 출처를 슈바트 닷컴으로 기록합니다. 슈바트 닷컴은 어떤 보도 경향을 갖는 것일까요? 슈바트 Shoebat.com 은 왈리드 슈바트(Walid Shoebat)라는 전직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조직원이었다는 이가 운영하는 사이트입니다. 슈바트 닷컴의 글은 Pakistan Christian Post(www.pakistanchristianpost.com) 기사를 인용한 Christian Post(www.christianpost.com) 기사를 인용한 글입니다. 슈바트 닷컴의 해당 글에 대해서는 결국 파키스탄 크리스천 포스트의 기사를 분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살펴 보는 한국 언론 기사는 그 기사 자체를 그대로 실은 것은 아닙니다. 중간 중간에 기자의 의견과 주장을 섞었습니다. 주장과 추론, 사실을 섞인 글을 읽을 때, 사실(물론 이 사실이 진실 자체는 아닙니다.)과 주장, 추정, 추론을 분리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파키스탄 신드주의 우메르코트(the town of Umerkot in the Sindh province)입니다. 기자가 영문 기사를 번역 게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빚어진 듯합니다. 우메르코트는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3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입니다.

사건 현장인 우메르코트를 표시한 구글 지도(구글지도 화면 갈무리)

“기독교인인 이르판 마시(30)는 하수도를 청소하다 하수구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었습니다. 동료들은 급히 그를 이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런데 무슬림 의사들은 온몸을 청결히 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 더러운 청소부의 몸을 만질 수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만약 마시가 같은 무슬림이고, 신분 높은 사람이었다면 이 의사들이 인공호흡기조차 부착하지 않았을까요. 마시의 형 파베즈는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동생은 몸에 묻은 오물을 씻기는 중에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글에서 진한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기자가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의 추론과 주장에 해당합니다. 외신에 공통적으로 보도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사망자의 형제의 발언이고, 뒤의 것은 사망자의 어머니의 발언입니다.

Irfan's brother, Pervez Masih, told reporters that after his body was cleaned doctors sent for an oxygen cylinder which was empty. He said, "before they could arrange another cylinder, he [Irfan] died,” he told local media

“The doctors refused to treat him because they were fasting and said my son was ‘napaak [unclean]’,” claimed Irshad Masih, the mother of the deceased to the Tribune.

“라마단은 이슬람 최대의 종교행사로 6월 한 달 내내 계속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하마드에게 쿠란을 가르친 걸 기념하는 행사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고 불경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기간 순례객에겐 아무 조건 없이 음식을 제공하고 관용을 베푸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같은 무슬림에겐 그렇게 관대하면서도 단지 종교가 다르고 몸이 더럽다는 이유로 다친 사람을 치료조차 하지 않은 일을 어찌 봐야 할까요.”

이번 사건을 보도한 현지 지역 언론이나 다수의 외신보도에는 ‘종교성’을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망자의 치료를 거부한 것이 부상자가 기독교인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몸이 더러운 상태였고, 천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기본적인 사실입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다는 것은, ‘크리스찬포스트’ 외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또한 사망자와 같이 사고를 당한 다른 3인의 청소노동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마시의 가족들과 현지 기독교인들은 그의 시신이 담긴 관을 들고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파키스탄 비영리시민단체 관계자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편견과 증오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습니다. “

국민일보가 인용 보도한 파키스탄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뉴스의 1차 출처로 보이는, 파키스탄 크리스찬포스트(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이 내용은 다른 매체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크리스찬포스트’ 등 외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주장입니다. 이 파키스탄 비영리단체 이름은 the Pakistani Center for Law and Justice (PCLJ)로 보이며, 이 언급은 파키스탄 크리스찬포스트, 크리스찬포스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지난 4월에는 펀잡주 셰이크푸라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무슬림 거물의 집 가정부로 일하던 스무살 기독교인 청소부가 주일을 지키겠다고 했다가 주인의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이 무슬림의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다가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일은 너무도 흔하게 벌어집니다. 무슬림의 나라 파키스탄에서 가장 미천한 직업 가운데 하나인 하수도 청소부는 90%가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마시 사망사건 이후 생명을 살려야 할 최소한의 윤리조차 망각한 이 의사들에 대해 무슬림들조차 비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조차 없다면, 과연 그게 절대자 신을 믿는 종교일까요.“

의사로서의 본질을 망각한 이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한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무슬림들이 다른 무슬림들조차 비난할 짓을 한 것이 아니라, 비난받을 짓을 한 이들의 종교가 무슬림이었을 뿐입니다.

이 사건 직후에 경찰 당국은 3인의 담당 의사들을 비롯하여 모두 6명의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파키스탄 사회에 여전한 카스트 제도의 영향을 이 기사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카스트가 계급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경제력에 의한 차별과 배제, 혐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소수자인 280만 기독교인과 360만 힌두인 가운데 경제적 약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청소 노동자나 가사 노동자 등 사회의 험한 일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종혐오나 종교혐오 범죄로 보기보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무시와 비인격적 처사가 빚어낸 사건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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