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표절 목사의 마지막 메시지
설교 표절 목사의 마지막 메시지
  • 노용환
  • 승인 2017.07.1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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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차분한 분위기, 성숙하게 경청하며 마무리 지어
일부 성도들은 예배 후 이규섭 목사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미주뉴스앤조이>
설교 표절을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이규섭 목사가 지난 7월 9일자로 공식 사임했다. 이 목사는 표절 문제가 불거진 지난 5월 이후 두 달간 칩거를 마치고 나타나, 퀸즈한인교회 주일 2부 예배를 마치기 직전, 5분 가량의 사임 인사를 전했다. 교인들은 성숙한 모습으로 경청하며 이 목사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예배 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들 사이로 복잡한 심경의 얼굴도 드문드문 보였다. 찬양과 경배가 끝날 무렵 두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나타난 이 목사가 자리에 착석하자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긴장한 표정의 두 남성은 모든 순서가 끝날 때까지 이 목사의 옆을 지켰다. 
 
찬양이 끝나고, 장세팔 장로의 기도 순서로 이어졌다. 장 장로는 "지난 몇 달간 찢기고 상한 마음 회복되길 소망"하며, "지난 팔 년간 수고한 이규섭 목사가 어딜 가더라도 주님이 동행해 주시고 은혜가 함께 하길 바란"다. 이어 "충성스러운 목회자를 보내 주시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도록 인도하여 달라"고 대표 기도를 드렸다. 
 
이어 퀸즈한인교회 부교역자로 섬기고 있는 차석희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차 목사는 "우리 모두 가족이다.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서두를 장식했다. 이어 이사야 49장 15절 말씀을 들어 "하나님께서 고통을 주시는 의미와 안타까워 하시는 하나님의 그 사랑을 돌아보자. 더 이상 기도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의 긍휼을 기다리자"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본인 스스로 "실수 많은 아론"에 대입하는 등, 끝까지 깔끔하지 못한 모습은 아쉬워
 
주일 2부 설교가 끝나고, 축도를 앞두고 있는 순서에 이규섭 목사가 강단 한 켠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 목사는 지난 2개월간의 분란 과정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사임 사유 언급을 피하면서 몇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먼저 하나님 앞에,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한다. 또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축복한다."는 골자의 사임 인사였다. 이규섭 목사는 "제가 읽은 축복의 말씀은 실수 많았던 그 '아론'에게 주신 말씀"이며, 자신도 아론처럼 실수가 많더라도 축복한다는 결론으로 사임 인사를 마쳤다. 지난번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당회원 3분의 2 결의는 안해도 된다는 녹음 파일이 있냐"는 발언으로 내분을 유도해 추후 뒤집힐 여지를 기대했던 이 목사 답게, 자신의 갈 길은 열어 놓는 입장을 취했다. 
 

축도와 후주를 끝으로 예배당에서 700여 성도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갔다.남아 있던 사람들은 조금씩 이규섭 목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며 50여명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악수는 한 번 하고 보내야지' 하는 심경이 보이는, 줄이 줄을 만드는 형세였다. 그 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30여명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특별히 성도들끼리 부닥치는 모습도, 그렇다고 꽃다발을 선사하거나 통곡하는 이도 없었다. 딱 한 명의 성가대원이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목사님, 사랑해요!"라고 외쳤지만, 이 외침에 반응하거나 동요하는 이들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서늘하게, 감정에 자연스럽게, 각자의 사연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을 뿐이다. 신속하고 흔들리지 않는 결정으로 교회 내분을 최소화 한 퀸즈한인교회 당회와 성도들이 마지막 날 보여준 성숙한 모습에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는 이규섭 목사의 사임 인사 전문이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노라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아멘? 아멘...
(민수기 6:24-26)

또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지난 9년동안 제가 목회하는 가운데, 어던 이유로든 상처가 있으셨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우리가 다 주 안에서 만날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할 수 있거든 모든 것을 사과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또 제가 오늘 왔습니다.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 용서하시고, 주 안에서 사과하셔서 우리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기쁨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감사를 드립니다. 9년동안 부족한 종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하고요, 아들처럼 동생처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아울러서 축복합니다. 우리 퀸즈 한인교회가 9년 전에 올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셨어요. 지금의 어려움도 능히 여러분들이 이겨나가실 줄로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서 어떤 모든 과정을 이기게 하실 줄로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읽은 말씀처럼, 이 말씀은 아론에게 축복하라고 주신 말씀이에요. 아론은 여러분 다 아시죠? 실수 많은 사람이었어요. 제사장 자격 없었어요. 하나님이 그냥 세우셨기 때문에 그 일을 한 것 뿐이고, 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부족하고 문제 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합니다. 축복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교회를 축복합니다. 우리라는 표현도 저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더이상 내일부터는 퀸즈한인교회가 저에게는 우리 교회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 퀸즈 한인교회를 축복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만나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그동안 두 달동안 칩거하기 위해서 그동안 제게 전화를 하신 분들이 계셔도 전화도 받지 않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도 오늘부터는 자유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도 여러분께 인사도 드리고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까지 여러분 서운케 해드렸다면 용서해 주시고요, 또 제게 여러가지 이유로 전화를 주셨는데, 전화 받지 않고 그렇게 했던 것 다 제 본심이 아닙니다. 사과하고요, 그러나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고요. 우리가 반드시 천국에서 만나기를 소망하는데, 그 때에 기쁨으로 만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노용환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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